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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방영한 드라마 '파스타'
 2010년 방영한 드라마 "파스타"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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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방영 당시 최고시청률이 21.2%였던 드라마 '파스타'를 2022년 1월 다시 보았다. 역시 드라마는 1화부터 연달아 쭉 봐야 제맛이다. 2010년에 매주 기다리며 재미있게 본 드라마를 지금 다시 보니 여전히 재미있었다. 그 당시 볼 때는 몰랐던 사실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1화에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온 샘킴 셰프가 손님으로 나오는데, 이는 드라마 촬영 장소가 샘킴 셰프의 레스토랑이기 때문이다. 이선균과 공효진의 풋풋하고 젊은 모습을 보며 내가 공효진이 된 거처럼 빠져들었다. 그러나 불편한 대사들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넘어갈 수 있었던 대사들이 2022년이 된 지금 거슬리는 것을 보면, 내가 변했거나 시대가 변했거나 둘 중 하나다.

최현욱(이선균) 셰프는 "내 주방에 여자는 없어"라고 말하며 여자가 요리사로서 남자만 못하다라는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드러낸다. 주방의 인사권까지 전권을 부여받은 최현욱 셰프가 스카우트 해 온 요리사 3명 모두 당연히 남자다. 극 중 최현욱 셰프의 전 여친이자 라이벌인 오세영(이하늬)은 극 중에서 우리나라 최초 요리 그랑프리 수상자이자 우리나라에서 주목 받는 여자 요리사다. 파스타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 서유경(공효진)의 아버지가 서유경이 오세영 같은 셰프가 되기를 바라며 "하긴 여자가 셰프가 되기 어디 쉬워."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여자가 주방의 수장이 되기에는 그리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인 듯싶다.

드라마 속에서 최현욱과 오세영은 이태리 유학 시절 대결을 펼쳐 항상 2등이었던 오세영이 항상 1등이었던 최현욱의 요리재료인 와인을 변질시켜 그랑프리 대회에서 오세영이 1등을 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둘은 헤어지게 된다. 수년 뒤 알게 된 사실은 오세영이 포도주를 변질시키지 않았어도 인삼 파스타의 쓴맛을 잡지 못한 최현욱의 파스타를 제치고 오세영이 1등을 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현욱이 오세영에게 "네가 와인을 망쳐놓지 않았더라도 나는 너에게 졌을 거다. 그런 내가 네 옆에 있을 수 있었을까? 그건 남자로서 자존심이다"라고 말하며 남자는 항상 여자 우위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최현욱 셰프의 선택이 서유경인 것은 서유경이 최현욱 셰프에게 요리를 배우는 낮은 위치의 입장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국제의원연맹(IPU)이 공개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9%이다. 남성의원은 무려 81%인 것이다. 스웨덴의 여성의원 비율이 47%, 노르웨이 여성의원 비율이 44.4%인 것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여성이 많은 훨씬 많은 직업군에서도 관리자급은 남자의 비중이 훨씬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아직도 여자라는 존재를 남자와 동등하게 보지 않거나, 여자가 사회에서 역할을 감당하기에 힘든 상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경력 단절 남성"이라는 말은 없고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것만으로도 여성이 사회에서 역할을 지속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지속된 사회에서 예전보다 나아진 여건이긴 하지만 아직도 정책적으로 여자를 보호하고, 이전보다 지위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윤석열 대선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가 주는 사회적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의 말이 주는 무게감을 생각하지 않고, 여성가족부 폐지에 따른 대안을 물었을 때, 그건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윤석열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에 대한 입장을 밝힌 페이스북 글
▲ 윤석열 대선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에 대한 입장을 밝힌 페이스북 글
ⓒ 윤석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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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선후보들의 여성가족부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조정을 한다고 했고, 심상정 후보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엄존하는 현실이기에 여성가족부를 확대 강화에서 성평등부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이번에는 쟁점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특별히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인권부로 개편하고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국가 성평등위원회로 격상하겠다고 밝혔었다.

단순히 타켓층을 향하여 표를 더 얻기 위한 전략으로 정책을 던지는 것이 아닌 명확한 철학과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성평등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대하는 모습을 각 후보가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태그:#대선후보, #여성가족부 , #드라마 파스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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