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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 중심의 울산시립미술관이 지난 1월 6일 개막했다. 첨단 미디어아트 전용관(XR Lab)을 갖춰 미래형 미술관으로 손색이 없다. 전면에 태화강과 태화루가 보이고 울산 유형문화재 1호인 동헌과 나란히 서 있어 신구 조화를 이룬다.
 
울산시립미술관 입구, 정면
 울산시립미술관 입구,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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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어떤 도시인가? 우선 떠오르는 것인 한국산업화를 상징하는 도시 그러나 또한 역사적 도시이기도 하다. 동학 창시자 최제우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유허지'도 있고, 삼국유사에 나오는 유명한 향가 '처용가'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국보 285호인 '암각화'와 신라 문무왕 수중릉 전설 있는 '대왕암'도 있다.

또한 2006년부터 출토된 울산 '반구동' 유적지는 유물을 통해 학계에서 연구한 결과로 통일 신라 때 경주 '외항'이었음이 밝혀졌다. 해상 '실크로드' 통해 페르시아 상인 등 서역인이 여기로 들어왔고, 그때 가져온 귀중품을 일본으로 재수출하는 국제무역항이기도 했다.

취재 차 온 도시 울산의 인상은 '하드웨어' 도시다. 하지만 이곳에 문화발전소 역할을 할 시립미술관이 들어서면 그야말로 산업과 예술의 하나 되는 '소프트 파워' 도시가 될 것 같다.

울산시립미술관에 취임한 서진석 관장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을 하면서 세계적 안목을 키웠고, 국제적 인맥도 맺었다. 그런 글로벌 관점과 이곳 로컬 마인드를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 같다. 그는 이미 11개국 미디어아트 중심 미술관을 국제아트포럼으로 엮어냈다.

이번 전시 하이라이트, '알도 팀벨리니'
 
알도 탐벨리니(Aldo Tambellini, 1930~2020) I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이다(We are the Primitives of a New Era)' 몰입형 비디오(Immersive Video) 10분 40초, 2020. 가운데 서진석 관장이다
 알도 탐벨리니(Aldo Tambellini, 1930~2020) I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이다(We are the Primitives of a New Era)" 몰입형 비디오(Immersive Video) 10분 40초, 2020. 가운데 서진석 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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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5개에서 개관전이 열린다. '가상현실(AR)', 인터렉티브가 가능한 '증강현실(VR)', 핸드셋 없이도 보는 '확장현실(XR)' 등 시설을 갖춘 미디어아트 전용관이 있다. 여기서 블랙 영상 효시인 '탐벨리니' 전이 4월 17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작년에 안타깝게 타계했다. 1969년 백남준도 "그의 블랙 TV는 고전이 될 것이다"라며 높이 평가했다.

여기 자료에는 '달콤한 스펙터클'과는 차별되고 더 근원적 미술의 원형인 블랙에서 시작됐다고 해설해 놓았다. 이번이 선보인 그의 작품명은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이다". 이는 자신도 첨단 아트 하는 작가지만, 지금이 선사시대보다 더 문명화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21세기에도 더 많은 문화의 향유와 예술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역설의 말이다.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
 
얀 레이(Yan Kei 중국, 1965년생) I '백일몽(Reverie Reset)' 348.5×480.6cm 2017. 와이파이 모바일과 연동
 얀 레이(Yan Kei 중국, 1965년생) I "백일몽(Reverie Reset)" 348.5×480.6cm 2017. 와이파이 모바일과 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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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산업공해에 시달리는 울산은 생태문화가 시급하고, 문화도시 정체성 찾기, 지역 작가의 창작거점도 필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자연과 지역 친화적 주제가 담긴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를 선보인다. 14개국 작가 72명이 참가했고 1~2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면상, 먼저 미디어 작가 '얀 레이'와 퍼포먼스 하는 '알렉산드라 피리치'를 소개한다.

위 '얀 레이' 작품 미디어 탑을 보자. 그는 1965년 허베이 출생, 베이징에서 활동 중이다. 작품명은 '레버리(백일몽)', 제목처럼 작가는 컴퓨터 시스템과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합성한 이미지가 저장되고 분산되는 프로세스를 통해 환상적인 이미지 환영을 관객에게 선물한다.

그러나 작가는 각 화면을 따로 배치해,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중심과 주변, 권력과 비권력 등이 심한 불통으로 뒤엉켜 있는 양상도 동시에 보여준다. 세계화의 여건 아래 놓인 우리 사회·경제·정치가 이미지의 관점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는지 관찰하고 그런 경향을 주시한다.
 
알렉산드라 피리치(Alexandra Pirici, 1982년생 루마니아) I '테라폼(Terraform) 2021' 퍼포먼스 및 설치 관객 참여형
 알렉산드라 피리치(Alexandra Pirici, 1982년생 루마니아) I "테라폼(Terraform) 2021" 퍼포먼스 및 설치 관객 참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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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루마니아 퍼포먼스 작가 '피리치(1982생)', 이번 개관전에 강력한 에너지를 풍긴다. 6명 단원과 같이 움직인다. 2017년 독일 '뮌스터조작프로젝트' 때 그녀의 퍼포먼스를 뮌스터 시청에서 잠시 봤다. 최근, 뉴욕 뉴뮤지엄에서 공연했다. 노련한 실력파다. 관객 참여형 작품이라 전시장 바닥에 '동양풍 새틴 방석'을 깔아 놓아 관객과 소통을 유도한다.

이 작품의 주제는 '우리가 어떻게 같이 살 수 있는가?'이다. 더 나아가 인간·자연·기계·지구촌 공생을 꿈꾼다. 이종성(異種性) 인정이 전제다. 결국, 공존의 문제다. 이건 미래 서사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회·문화적 갈등과 대립을 일방이 아니라 쌍방으로 접근하자는 의도 같다.

이 코너 전시는 위에 소개한 두 작품 위에도 백남준(물아일체), H, 슈타이얼(독일, 증오발언), 카이유 앙로(프랑스, 문명위기), 김아영(혼종과 공존), 백정기(에너지), 장동안(울산, 유토피아) 작가 등 작품은 아래 슬라이드에서 볼 수 있다.

3전시실에서는 어린이 기획전 <노래하는 고래 잠수하는 별>, 아이들 오감이 동원되는 예술 감각을 높이고, 어린이들 스스로가 바라는 이상적 도시를 구축해보는 보게 하는 전시다. 김다움, 추미림 작가가 참가했다. 방식도 설치, 영상, 사운드 등 다채롭다. 5월 8일까지 한다.

'본관 전시'에서 '별관 전시'로 이동
 
백남준 I '거북(Turtle)' 166개 TV모니터 150×600×1000cm 1993
 백남준 I "거북(Turtle)" 166개 TV모니터 150×600×1000cm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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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턴 전시가 본관(울산시 중구)에서 별관(울산시 동구)으로 이동한다. 여기는 옛 교육연수원을 개조한 전시장이다. 앞에 대왕암이 보이는 망망대해가 있어 분위기에 취한다.

여기도 두 전시가 열린다. 1~3층에서 <찬란한 날들(The Brilliant Days)> 제목으로 울산시립소장품 29점이 소개된다. 참여 작가를 보면 '백남준, 이불, 김홍석, 문경원&전준호, 이용백, 임민욱' 등 한국 스타작가가 많다. 또 피터 바이벨 등 외국 작가도 참여했다.

특히 시립미술관 소장품 제1호 백남준의 TV조각 '전자거북'을 선보인다. 거북이 작품도 많지만 이건 다르다. TV 모니터를 무려 166개 쓴 초대형이다. 그 스케일로 관객을 압도한다. 거북은 영험한 동물로 우리에겐 영생을 상징한다. "모니터 하나하나가 다 독립체로 살아있기에 전체가 하나로 생동감 있게 어울린다"라고 서 관장은 부언한다.

이 작품은 백남준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오마주다. 백남준은 이순신을 장군만 아니라 과학 정신과 상상력이 넘치는 발명가로 봤다. 이런 작품은 과거 사건을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 또한, 우리의 잃어버린 자부심과 호연지기를 되찾아준다.
 
김유철 I '크로마(Chroma)' Acylic, aluminum, polymer, micro controller, motor, LED 200×180×170cm 2019
 김유철 I "크로마(Chroma)" Acylic, aluminum, polymer, micro controller, motor, LED 200×180×170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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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올 베니스비엔날레 출전하는 김윤철 작품도 소개된다. 역시 울산시립소장품이다. 그는 미디어 아티스트 겸 전자음악 작곡가다. 국내보다 국제적으로 활동이 많다. CCCB(스페인), FACT(영국), ZKM(독일), 전자아트전(오스트리아) 등에서 전시했다.

그는 독일유학파로 물질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물질의 잠재적 상상과 창조 가능성에 주목한다. 유럽 여러 나라 예술프로젝트 연구원이다. 세계 최대의 입자물리학 연구소 세른(CERN)이 주는 콜라이드상과 VIDA 15.0의 Third Prize 등 국제상도 받았다.

4층, <대면_대면> 2021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
 
구지은 I '잠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섬' 혼합재료 90×100×5×16cm 2020
 구지은 I "잠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섬" 혼합재료 90×100×5×16c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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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층에서는 <대면_대면(Face to face)> 전이 열린다. 울산지역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이다. 포트폴리오 작품공모로 24인 작가를 선발했다. 서진석 관장, 유진상(계원예술대), 임근혜(아르코 관장) 외 3명 미술 전문가의 조언 및 가이드도 있었다. 4월 10일까지 연다.

이 코너에 출품된 구지은 작품을 잠시 보자. 제목은 '잠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섬'이다. 작가는 2017년 울산의 모하 창작 스튜디오 레지던시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고 소외되는 사람들, 그 내면의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이 작가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제조업을 상징하는 산업단지 조선소 이미지 등도 활용한다. 거기에 첨단기술을 대변하는 인공위성, 우주선 원형 대신 신소재인 홀로그램 시트지와 인공튜브 등을 결합해, 주제는 무거우나 시각적으론 즐겁다. *나머지 작가 작품도 아래 슬라이드에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울산시립미술관(울산광역시 중구 도서관로 72(북정동) www.ulsan.go.kr/uam 052) 229-3033


태그:#울산시립미술관, #서진석, #백남준, #알도 팀벨리니, #김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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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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