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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일, 10일간의 자가격리 기간이 끝났다. 남편은 나와 딸보다 하루 더 먼저 격리에서 해제되었다. 처음 경험한 확진, 격리, 감시, 단절에서 벗어난 세상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일 없이 밖에 나와 추운 겨울의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마음대로 걸을 수 있음의 자유를 자축했다. 일신이 구속된다는 것의 압박감을 제대로 느낀 격리 시간이었다.  

격리 해제되고 가족 모두가 선별 검사소로 향했고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격리가 해제되었어도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남편이 항암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음성 결과가 필요했다. 9회 차 항암치료 이후 4주 가까이 미뤄졌던 치료가 진행되어야 했으므로.

3명 중 둘은 음성이 나왔고 한 명은 미결정이 나왔다. 하필 남편이 미결정으로 나와 치료는 다시 미뤄져야 했다. 연속으로 검사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하루 걸러 받으라고 보건소에서는 말했고, 이틀 뒤 받은 검사에서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환호했던 것 같다. 코로나 음성 결과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남은 치료 과정을 마쳐야 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입원 자체에 매달리는 모습이었다.

코로나 확진, 격리 그리고 다시 입원
 
병원 입원도 나름의 루틴이었는데, 삐끗했던 시간표가 다시 제자리를 잡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병원 입원도 나름의 루틴이었는데, 삐끗했던 시간표가 다시 제자리를 잡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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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전, 2주 만에 한 번씩 병원에 들락거릴 때는 약물의 후유증이 가라앉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라 먹지를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주가 더 연장돼 4주가 지났어도 남편의 미각은 돌아오질 않았다. 여전히 뜨거운 것은 입에 대지를 못했고 맛도 느끼지 못했다. 갓 지은 밥도 온기가 사라져야 먹었고, 반찬이나 국물이 약간만 맵거나 자극이 있어도 곧바로 장이 신호를 보내왔다.

집 안은 자잘한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수시로 청소해도 쓸어 모으면 매번 수북했다. 이전에도 탈모에 예민해서 샴푸나 헤어 용품도 탈모 방지 제품을 사용해왔는데, 지금은 민감한 신경을 애써 누르고 있다. 본인도 거울을 볼 때마다 머리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듬성듬성하고 하얀 머리카락은 사람을 더 병약하게 보이게 만든다. 이젠 머리를 삭발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지점이다.

손발도 갈라지고 손톱 끝이 검게 죽어간다. 딸이 아빠를 위해 손발톱 크림을 준비했지만 당사자는 크림의 향 때문에 멀리한다. 버리기는 아까워 잠들었을 때 살살 바르지만 큰 변화는 없다. 단백질을 먹어야 하는데 고기를 잘 먹지 못한다. 냄새 때문에 싫고 식감 때문에 싫고 맛을 느낄 수 없으니 싫고, 이래저래 멀리 할 이유밖에 없다.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니 주로 탄수화물에 의존하게 된다. 과일은 꾸준히 챙기지만 영양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은 식단이다. 매일 고민해서 챙겨도 만든 음식과 환자의 입맛의 접점을 찾는 것이 어렵다. 집에서만 큰 움직임 없이 2주 가까이 보냈는데도 몸무게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도 고민이고. 

병원에 들어가는 짐을 다시 꾸렸다. 작은 배낭에 더 작고 단단한 베개 하나, 물병과 세면도구, 그리고 잠깐이라도 소음을 차단할 수 있도록 귀마개와 헤드셋을 챙기면 가방은 꽉 찼다. 여기에 지루함을 달랠 책과 밥을 대신할 빵과 간식, 과일까지 따로 챙기면 3박 4일의 조촐한 입원 가방이 꾸려졌다.

병원 입원도 나름의 루틴이었는데, 삐끗했던 시간표가 다시 제자리를 잡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과정이 빨리 지나야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가족 모두의 생각이고 우리가 입원에 매달리는 이유였다. 코로나의 징후를 가장 심하게 앓은 남편은 팔과 다리가 더 가늘어진 것 같았다. 거미 인간이라며 웃으며 얘기하면서도 치료를 마친 후에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앉았다 일어서면 어지럼 증상도 심했다. 항암 치료 시작 전 항상 피검사를 하는데, 백혈구 수치가 떨어질 경우 혈액 주사와 항암 주사를 함께 맞았다. 3차 항암치료까지는 매번 빈혈 수치가 낮게 나와 혈액 주사를 많이 맞았던 것 같다. 백혈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호중구는 외부에서 침범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호중구 수치가 중요하다. 이때문에 검사를 통해 매번 확인하고 치료를 진행하는 것 같다.

이번 코로나 감염도 빈혈 증상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호중구가 떨어지면 감기 바이러스 같은 가벼운 침입균도 물리치지 못하게 되어서 폐렴이나 패혈증까지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 남편과 가족에게 온 코로나가 위중증까지 가지 않고 잘 지나가 준 것 같아 뒤늦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경험하는 항암 과정이 끝나가고 있다

한편 ​이번 10차 항암치료 과정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입원한 남편이 콧물과 기침이 있다고 약을 처방해달라고 했는데 열체크를 하더니 미열이 있다며 코로나 검사를 하라고 했단다.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이 병실에 들어와 입원 후의 동선을 체크했고, 병원은 확진자가 나왔다며 비상사태에 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했다. 다행히 보건소에서 이미 코로나를 앓고 난 이후라서 결과가 그렇게 나와도 양성은 아니라고 정리했고, 4시간 동안 병원 전체에 내려졌던 비상체제도 정리되었다고 한다.

​다시 10일간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남은 가족도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이후의 상황을 다시 대비해야 한다는 것도, 검사 결과에 따라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어찌해야 하나를 고민했던 4시간이었다. 새해엔 별 탈 없이 무사히 순조롭게 넘어가길 빌었는데 다시 코로나가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고, 불운의 끝이 어디인가 막연하게 한탄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이번주 부스터 샷을 접종하기로 되어 있다. 이스라엘의 수라스키 메디컬센터 연구팀에 의하면, '암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백신 접종 효과가 빨리 감소하지만, 부스터 샷이 항체 수준을 빠른 속도로 회복시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한다.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암환자의 평균 항체 농도는 건강한 사람의 평균 항체 농도와는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뉴시스, 2021.12.29.) 연구 결과는 말하고 있다. 

우리 가족의 경우처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돌파 감염자들은 백신만 접종한 이들보다 최고 1000% 강력한 '슈퍼 면역'이 형성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서울신문, 2021.12.21). 앞으로 더 많은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겠지만, 어떤 경우라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것이 환자가 있는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항체에 약한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부스터 샷은 시급한 것 같았고, 코로나 격리로부터 해제되자마자 바로 접종 예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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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험하는 항암 과정이 끝나가고 있다.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19가 항암치료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수를 만들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병을 잘 고치는 의사를 명의라 한다. 어느 교수는 환자와 동화돼서 환자의 병을 바로 자기 병처럼 생각하고 고치는 의사를 명의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도 가끔 남편의 고통에 동화되어 치료 과정의 어려움이 몸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환자의 회복이나 돌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런 느낌이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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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씁니다. 50대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은 생도 이전처럼 힘 있게 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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