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카자흐스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정부의 무력 대응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카자흐스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정부의 무력 대응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관련사진보기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정부가 무력 대응에 나서면서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7일(현지시각) "현재까지 전국에서 3811명의 시위 참가자를 체포했다"라며 "26명이 사살되고, 같은 수가 부상했다"라고 밝혔다.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내무부 보고에 따르면 질서 확보에 나선 18명의 경찰이 숨지고, 748명의 경찰과 군인이 다쳤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인명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수도 아스타나와 알마티 등 주요 도시에서 전화나 인터넷 접속이 차단되고 공항도 폐쇄되면서 외신 기자들이 정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위가 엿새째 계속되고 과격해지자 토카예프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TV 연설에서 시위대를 '살인자' '도적'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며 강경 진압을 선언했다. 그는 "법 집행 기관과 군대에 시위대를 향해 경고 없이 조준해서 발포하라고 명령했다"라며 "범죄자나 살인자들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항복하지 않는 자는 제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알마티에서는 약 2만 명의 강도들이 공격해왔다"라며 "대테러 작전을 계속 벌이고 있으며, 그럼에도 시위대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고 있거나 그럴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대와 평화적으로 대화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대해서도 "이른바 자유 언론매체와 외국의 운동가들이 시위대를 선동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모든 법치 파괴주의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카자흐스탄 시위, 왜 일어났나 

이번 사태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달부터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가격상한제 폐지를 시행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됐다.

시위의 진원지로 꼽히는 카자흐스탄 유전지대 망기스타우주의 경우 LPG가 차량용 연료의 90%를 차지하지만, 이번 조치로 하룻밤 만에 LPG 가격이 2배 이상 뛰어오르자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가뜩이나 심각한 물가 상승에 불만이 쌓였던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고, 시위는 전국의 대도시로 빠르게 번졌다. 처음에는 평화적 시위로 시작됐으나 일부 과격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포위하고 시청사를 점거했으며, 은행과 상점 등을 약탈하는 등 소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카심-조마르트 카자흐스탄 토카예프의 대국민 연설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카심-조마르트 카자흐스탄 토카예프의 대국민 연설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망기스타우주의 LPG 가격을 인하하고, 내각이 총사퇴했다. 그러나 사태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대되자 무력 진압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다만 주요 외신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장기간 이어진 카자흐스탄의 경제난과 집권 세력의 부패, 극심한 양극화 때문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카자흐스탄은 구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중앙아시아 5개 공화국 중 가장 면적이 크고 석유, 가스, 우라늄 등 막대한 천연 자원 매장량 덕분에 주변 국가들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소수의 권력자들이 차지했다"라며 "카자흐스탄의 상당수 국민들은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카자흐스탄 정부는 권력층의 부패를 소탕하고, 국유재산을 사유화해서 국민들에게 이익을 나눠주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결국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며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라고 분석했다.

카자흐 요청으로 러시아군 투입... 서방국가들 '우려'

이번 사태는 카자흐스탄이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동맹국들에 병력 파견을 요청하고, 이와 반면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면서 진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구소련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평화유지군 선발대 파견을 요청해 약 2500명 정도의 병력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CSTO 평화유지군은 러시아를 중심으로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출신 군인들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시위 진압 작전은 CSTO 평화유지군이 아닌 카자흐스탄 특수부대가 수행한다"라며 "CSTO 평화유지군은 국가 주요시설 경비와 질서 유지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카자흐스탄 정부의 결정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로 사태를 신속하게 진정시켰다"라며 "누구든 카자흐스탄의 안정을 해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며, 카자흐스탄 국민의 평화를 방해하는 세력을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카자흐스탄 과격 시위대의 상점 약탈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카자흐스탄 과격 시위대의 상점 약탈을 보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러시아의 군대 파견이 중앙아시아 내 영향력 확대와 카자흐스탄에 대한 내정 간섭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 서방 국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응할 능력을 충분한데, 외부세력을 끌어들이려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라며 러시아의 개입에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카자흐스탄 정부와 외국 군대는 국제적 인권 기준을 준수하면서 이번 사태를 처리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진정한 우려로 지켜보고 있으며, 모두가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카자흐스탄 사태가 매우 우려된다"라며 "카자흐스탄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보호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EU는 모든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