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의 위상은 찾을 수 없었다. 시즌이 개막할 때만 하더라도 5강은 물론이고 2연패 도전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 NC 다이노스의 추락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승패 마진 +2로 간신히 5할 승률을 사수했던 전반기도 쉽지 않았는데, 후반기에는 매 경기가 힘들었다. '술자리 파문'으로 주전급 야수 4명이 한꺼번에 이탈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들이 이제 막 두각을 나타내더라도 긴 시간 동안 주전으로 활약했던 네 선수의 공백을 단숨에 메우는 건 쉽지 않았다.

여기에 이미 지칠대로 지친 선발진은 힘 한 번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 홀로 한 시즌을 완벽하게 완주했을 뿐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크고 작은 아쉬움을 남겼다.
 
 NC 선발진을 책임져야 하는 국내 선발 투수들, (왼쪽부터) 신민혁-송명기-구창모

NC 선발진을 책임져야 하는 국내 선발 투수들, (왼쪽부터) 신민혁-송명기-구창모 ⓒ NC 다이노스

 
구창모의 부재가 뼈아팠던 한 시즌

국내 선발만 놓고 보자면 신민혁의 분전이 돋보였다. 지난해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신민혁은 25경기 145이닝 9승 6패 ERA(평균자책점) 4.41을 기록, 특히 10월 5경기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해 팀이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을 하는 데 있어서 큰 힘을 보탰다.

신민혁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선발로 나선 송명기의 이름도 눈에 띈다. 그러나 지난해 24경기 123⅓이닝 8승 9패 ERA 5.91로, 2020년에 보여주었던 강렬한 인상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시즌이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한 시즌을 원활하게 치르면 외국인 투수 2명 만큼이나 국내 선발 투수 가운데서 적어도 1명은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안정감 있는 3선발 구축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서는 단기전 준비도 수월해지는데, 현실적으로 지난해 NC는 그런 시나리오를 그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2020년 전반기 팀의 상승세를 이끈 '일등공신' 구창모의 부재가 뼈아팠다고 볼 수 있다. 그해 전반기(13경기 87이닝 9승 ERA 1.55)에만 많은 승수를 쌓아올린 구창모는 몸상태가 좋지 않아 후반기에 단 두 경기만 했으나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서 2경기 13이닝 1승 1패 ERA 1.38로 에이스의 자격을 입증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명단 제외를 기점으로 더 이상 구창모의 모습을 볼 수 없었고, 복귀가 계속 미뤄지더니 그렇게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팀도, 선수 본인도 그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지난해와 큰 차이 없는 선발진, 올핸 다를까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기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는 상태라 명단이 확실하게 나온 상태는 아니다. 다만 지난해 7월 수술을 받고 나서 재활 및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구창모는 현재로선 개막전 엔트리 승선이 어렵다.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정확한 복귀 시점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뚜렷한 변화 없이 올 시즌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있던 투수들이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10승을 코앞에서 놓친 신민혁을 비롯해 송명기, 이재학, 김영규 등이 선발 경쟁을 펼치게 된다.

물론 2020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을 받은 정구범이 경쟁 대열에 합류하거나 '깜짝 호투'를 펼치는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 선발 전력에 있어서 확실한 '상수'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아 의문부호를 떼어내는 게 시급하다.

올겨울 NC는 FA(프리에이전트)로 이적한 나성범(KIA 타이거즈)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건우, 손아섭 두 명의 주전급 외야수를 동시에 품었다. 반대로 마운드 쪽에서는 외부 수혈로 전력을 보강할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말 그대로 국내 선발 투수들에게 2022년은 '분발'이 요구되는 시즌이다. 선발진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NC가 꿈꾸는 2020년의 영광 재현도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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