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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끝장 2022 대선 유권자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노동기본법 보장을 촉구했다.
 불평등끝장 2022 대선 유권자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노동기본법 보장을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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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성이 보장되는 정규직과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면 보수는 후자가 높아야 정상 아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비정규직=저임금' 공식이 상식인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도발적인 물음 하나를 던졌다. 국내 노동계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온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넘어서 같은 노동을 할 경우 정규직보다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 노당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덟 번째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내놨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그 보상으로 공정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정·저임금의 중복차별에 시달리고, 임금 격차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공정수당이 도입돼도) 단박에 노동시장의 차별 구조가 해소되진 않겠지만 작은 정책 변화가 기존 관행을 변화시키고, 더 큰 변화로 나아갈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격차 해소와 함께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비정규직 평등수당'을 공약한 상태다. 심 후보는 지난해 1호 공약을 발표하면서 "비정규직은 고용도 불안한데 보상까지 차별받고 있다"며 "비정규직 평등수당을 도입해 기업이 일시적 업무가 아닌데 단기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계약종료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실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0일 동작구 대방동 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0일 동작구 대방동 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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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의 비정규직 공정수당 공약의 경우 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 실험이 밑바탕이 됐다. 경기도는 고용 불안과 저임금 등 불합리한 중복차별을 없애겠다며 지난해 1월부터 도와 27개 공공기관에 소속된 직접고용 기간제 노동자 1792명(경기도 소속 1007명, 공공기관 소속 785명)에 공정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계약이 만료될 때 기본급의 5~10%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고용 불안에 대한 보상인 만큼 근무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수당을 지급했다. 1~2개월 10%(33만7000원), 3~4개월 9%(70만7000원), 5~6개월 8%(98만8000원), 7~8개월 7%(117만9000원), 9~10개월 6%(128만원) 11~12개월 5%(129만1000원) 등이다. 18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올해는 범위를 확대해 지난해보다 늘어난 2085명에게 25여억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1인당 약 120만원꼴이다.

경기도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공정수당 지급 대상자들 사이에선 고용 기간이 불안정한데 공정수당을 받을 수 있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대상자가 경기도와 일부 공공기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국한돼 있다보니 경기도 내 다른 시·군 소속 노동자들로부터 '왜 우리는 안 되냐'는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정규직 직원들의 '역차별' 논란은 없었냐고 묻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도 "경기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공정수당을 실시했고 (이 후보가) 그때의 경험을 모태로 전국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그동안은 비정규직이 낮은 처우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최근엔 고용이 불안할수록 나름대로의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먼저 공공부문부터 공정수당을 적용한 후 민간으로 확산하도록 국회·기업·노동자들과 함께 인센티브 정책 등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KBS 인터뷰에서 "공공영역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도록 공공 영역부터 우선 시행을 하고 서서히 확산되게 하겠다"며 "민간에서도 비정규직에 우대 조치를 취할 경우에 세제상 인센티브를 주거나 정부 발주 공사의 우선권을 주는 등 유인책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선 드물지 않은 비정규직 보상임금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심 후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격차 해소와 함께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을 보상하는 '비정규직 평등수당'을 공약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심 후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격차 해소와 함께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을 보상하는 "비정규직 평등수당"을 공약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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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안정성과 고임금'이라는 시스템이 굳어진 우리나라 노동시장과는 달리 프랑스나 호주 등 유럽과 서구 국가에서는 단기 계약 노동자들에게 '보상임금'을 주는 경우가 많다. 고용이 불안정한 데다 연차나 병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단기 노동자가 급여를 더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캐주얼 로딩(Casual Loading)'이라고 불리는 호주의 보상임금이 대표적인 사례다. 호주에선 1920년대 호주제조업노동조합 요구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임금이 처음으로 지급됐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현재 호주 임시직의 기본급은 정규직보다 15~30% 정도 높다. 프랑스 역시 1982년 '계약종료수당'을 임시직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의 공정수당처럼 계약이 종료될 때 총 임금의 10% 정도의 수당을 준다. 스페인은 1984년 노동시장을 개혁하면서 근로계약 종료 수당을 도입했다. 

이런 정책 덕분에 이들 나라의 노동시장 문화는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임시직이 더 높은 임금을 받다보니 노동자들 또한 정규직에 목매지 않고, 사용자들은 일하는 동안은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해고가 쉬운 임시직 고용을 통해 노동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노동계 입장은 일단 긍정적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유럽에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일부러 비정규직을 선택한다"며 "진정한 프리랜서 개념이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스스로 원해서 비정규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나타나는 특징은 우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이라며 "이 때문에 유럽에서 정규직은 그리 선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도 비정규직 공정수당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동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참석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엄청난 격차 때문에 모두가 정규직이 되려 하고 극단적으로 싸우고, 기업들은 정규직을 안 뽑으려 하는 것"이며 "세계적으로 보면 비정규직·임시직 일자리의 노임단가가 더 높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면 정규직 전환에 대한 압박도 조금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입장도 일단은 긍정적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국내에서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고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쓰고 있다"며 "(보상임금이) 법제화 되어 임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정규직 처우보다 높아진다면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채용 유인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은?

하지만 보수 정치권과 재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발상, 정규직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물론, 심지어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공산주의라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된다고 해도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수준의 의견 차이다.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집행위원장은 "현재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은 저임금으로 비용을 줄여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라며 "비정규직에게 더 많은 임금을 줘야 한다고 한들 누가 그 말을 따르겠냐"고 반문했다. 유 위원장은 "호주나 스페인 등에선 제도를 뒷받침할 사회 문화적인 구조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에게 높은 임금도 줄 수 있다"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때문에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에 대한 보상 공약이 단순한 문제제기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각 후보 캠프에서 보다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종강 교수는 "(보상임금을) 실효성 있게 만들기 위해선 결국 제도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라며 "많은 정책들이 기업들의 반발 앞에 멈추는데, 이재명 후보가 이를 돌파할 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 선대위에서 선언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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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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