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성소수자 부부 소성욱, 김용민 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 소송 1심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소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성소수자 부부 소성욱, 김용민 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 소송 1심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소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10년차 커플이다. 결혼식에 300명이 넘는 하객이 왔다. 3차에 걸친 재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끊임없이 우리 관계를 부정했다. 결혼생활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했다. 왜 우리는 애써 이렇게 증명해야 하는 걸까. 그 과정이 너무나 괴롭고 모욕적이다."

김용민·소성욱씨 부부는 2년여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아래 건보) 측으로부터 빼앗긴 피부양자 지위를 되찾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가 6일 1심 선고에서 동성 부부의 사실혼 관계는 "구체적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법적) 해석만으로 확대할 수 없다"며 판단의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기 때문이다.

'부앙자격' 줬다 뺐은 건보... '결혼 증명'에도 법원은 "일단 입법부터" 

2013년에 처음 사랑을 시작, 2017년부터 함께 살고 2019년 5월에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 이들 부부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 부부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해 직장인 가입자인 김씨의 반려자 소성욱씨에게 피부양 자격을 부여했던 공단 측이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돌연 지위를 박탈했다. 공단은 당시 "실무자의 실수"라는 해명을 내놨다.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사실혼관계보증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일부 증명서류만 갖추면 피부양 자격을 확대해 온 공단 측의 최근 추세와도 역행하는 결론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동성커플의 피부양자 등록은 불가능하다"는 것. 부부는 그렇게 보험료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시작했다. 

이날 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외견 상" 부부와 같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혼인이란 여전히 남녀결합을 근본으로 해석되고, 동성으로 확장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생활동반자로서 사회 보장 영역에선 사실혼 범위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혼인법 질서를 반하는 사실혼은 원칙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들 부부가 서로 '반려인'임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해 온 숱한 결혼 증명 자료들도 재판부가 언급한 '사회의 일반적 인식'이라는 논리 앞에 모두 탄핵됐다.

"누가 먼저 세상 떠난다면... 남남 대신 동반자로 남고 싶다"

"호주, 덴마크, 프랑스, 독일 등 다수 국가는 법 제도로 동성혼을 인정하고,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은 동성 동반자 제도를 두는 등 세계적으로는 혼인의 권리를 이성만으로 제한하지 않고 개인의 자유를 인정해 가족 생활을 보호할 권리로 이해하는 것이 점진적 추세다."

다만 재판부는 동성혼을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해 사회 보장을 부여하는 다른 나라들을 열거하며 이들 부부 관계를 인정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회가 입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제시해야 법원이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재판부는 "결국 구체적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까지 확대할 수 없다"고 했다.

부부 측 대리인인 김지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같은 법원의 논리는 판단을 회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이 2006년 호적법을 확장해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인정한 사례처럼, 부당한 현실이 존재할 때 법원이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오늘 판결은 법원 스스로 그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부부는 판결문을 분석하는 대로 항소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성소수자 부부 소성욱, 김용민 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 소송 1심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소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성소수자 부부 소성욱, 김용민 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 소송 1심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소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비록1심은 패소했지만, 소씨는 재판 과정을 보며 느낀 희망을 말했다.

재판에 앞서 방청을 위해 취재진과 방청객 20여 명이 가방을 이용해 긴 줄을 서고, 재판을 다룬 뉴스 화면 자막에 '동성 부부'라는 단어가 나온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로선 부부로 가족 권리를 주장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서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저는 믿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편으로, 생애 마지막까지 소씨와 법적으로 부양 관계를 인정 받을 수 없는 상황을 걱정했다. 이 말을 전할 땐 취재진을 보지 않고 반려인인 소씨의 눈을 바라봤다. 소씨는 김씨의 말에 연신 끄덕였다. 말 끝에 김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 남남이 아닌, 동반자로 남고 싶다"는 소망이었다.

"둘 중 누군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면 어쩌나 생각할 때가 있다. 입법만 기다릴 수가 없다. 제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저는 저희가 '남남'으로 불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린 서로 사랑하고, 서로에게 헌신하고, 기쁠 때 같이 기쁘고 슬플 때 같이 슬픈 동반자다. 우린 동반자로 남고 싶다. 우리 관계를 인정받는 날까지 싸우겠다. 사랑은 결국 이긴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법조팀 기자입니다. 서류보다 현장을 좋아합니다. 제보는 늘 감사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