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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시민기자가 연재 중인 '학종의 거짓말'에 대해 현직 교사인 서부원 시민기자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편집자말]
진심으로 존경하는 이현 선생님께.

몇 해 전 어느 방송사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스치듯 뵌 뒤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이후에도 저는 선생님께서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나중에라도 꼭 챙겨보고 있습니다. 현직 교사로서, 대학 입시에 대한 선생님의 예리한 분석과 조언은 귀담아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 여러 동료 교사들에게까지 시청을 권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주장에 동의하지만... 
 
사진은 2021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2021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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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명성이야 따로 소개하는 것조차 새삼스러운 일입니다. 나이 50이 넘은 제 또래부터 1994년 이래 수능을 경험한 30~40대에 이르기까지 선생님의 성함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심지어 제가 만나고 있는 어린 고등학생들조차 선생님을 '대학 입시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할 정도입니다.

토론 프로그램 당시 학생부종합전형(아래 학종)의 문제점을 수많은 통계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지적하시는 모습은 가히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반박 불가'의 경지였고, 반론을 펼치던 상대방조차 고개를 주억거리도록 만드셨습니다. 저도 그때 내색하진 못했지만, 선생님의 거침없는 논리에 탄복하여 무릎을 쳤습니다. 

선생님의 일관된 주장과 줄기찬 노력은 여론을 움직여 여러 대선 후보들의 대학 입시 관련 공약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합니다. 후보마다 학종 대신 수능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아예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 100%로 전형을 통일하겠다는 후보까지 나오는 형국입니다. 

급기야 어느덧 동네북으로 전락한 학종을 '확인 사살'하듯, <오마이뉴스>에 '학종의 거짓말'이라는 연재를 시작하셨습니다. 여론은 이미 학종 하면 본능적으로 조국 사태를 떠올리고, 수능은 공정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이는 상황이니, 선생님의 연재는 학종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내는 일로 간주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선생님 기사에 달린 댓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가슴은 왜 이리 헛헛한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주장과 논리에 십분 동의하지만, 그러잖아도 어수선한 학교 현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만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 전국의 학교는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자칫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천덕꾸러기가 될 거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학종 확대 주장에 맞서 허점을 적확하게 논파하고 있지만, 교육의 본령에서 벗어난 지엽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주장의 근거와 해석이 잘못됐으니 학종은 틀렸다며 일도양단하는 건 곤란합니다. 학종은 수능 위주 전형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완성형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학종의 폐해에 견줘 하찮은 문제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수능으로 줄 세우던 시절 전국 모든 학교의 교과 수업은 기출문제를 푸는 방식이었고, 교과서는 자연스럽게 문제집으로 대체됐습니다. 교사의 수업 개선 노력은 언감생심이고, 학교생활의 꽃이라는 동아리 활동도 이내 무력화됐습니다. 문제 풀이가 모든 아이의 취미이자 특기였던 삭막한 시절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교사마다 조언이랍시고 아이들 앞에서 '문제 푸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고 떠들어댔겠습니까. 지금도 수시를 접고 수능에 올인하겠다는 아이들의 하나같은 다짐은 '시중의 기출문제집을 모조리 씹어 먹겠다'는 것입니다.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다양한 유형에 익숙해질수록 수능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섭니다. 

수능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 

대입 전문가이신 선생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실 테지만, 학교를 도중에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교의 내신성적과 비교과 활동 등에 쏟는 '쓸데없는' 시간을 아껴 수능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수능 감독관으로 갔을 때, 시험실마다 검정고시 출신이 적지 않아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선택지는 의외로 많습니다. 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기숙학원도 있고, 백수 십만 원 안팎의 대입 종합반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 여건이 안 되면, 수십만 원짜리 독학 재수학원에 다닐 수도 있고, 그보다 저렴한 인터넷 강의에 의존해 대입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든 저든 종일 문제 풀이와 씨름하는 건 같습니다. 
 
경남 창원시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수능 성적표를 받은 후 확인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수능 성적표를 받은 후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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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이 대학 입시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면, 수능은 수업을 획일화하며 학교 교육을 형해화시켰습니다. 초중고 모든 교육이 대학 입시로 수렴되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수업의 획일화보다 대학 입시의 신뢰를 허문 것이 더 큰 죄라며 치도곤당하는 모습입니다. 이럴진대, 학종이냐 수능이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학종의 폐해를 누구보다 절감하는 터라 무척 조심스럽지만, 지금의 학종은 보완이 필요할 뿐 틀린 게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누차 밝히셨듯, 학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교육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악용을 막기 힘든 제도라고 표현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교육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에는 어떤 대입 전형이 도입되더라도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대입 전형이란 존재할 수 없고, 설령 있다고 해도 그것이 허물어진 신뢰를 회복시키는 특효약일 순 없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대입 전형의 변화에 따라 초중고 모든 교육과정이 갈지자로 춤추는 왜곡된 현실을 혁파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학종이냐, 수능이냐... 잘못된 질문 

존경하는 선생님께 누가 될지도 모르는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학종의 거짓말'이라는 도발적인 연재 제목 때문입니다. 기사 내용을 보지 않고도 학종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거기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십중팔구는 '구관이 명관'이라며 대입 전형은 수능 방식이 정답이라고 확신하게 될 게 뻔합니다.

선생님의 글 쓰신 의도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독자가 모두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그 어떤 해명도 소용이 없습니다. 어쨌든 다시 수능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결론 내려진다면 최악이라는 생각입니다. 그건 앞으로 교육의 개혁과 변화를 위한 그 어떠한 시도도 주저하게 만드는 명백한 퇴행입니다. 그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눙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수능 방식으로 회귀하는 게 옳다면, 다음의 질문에 분명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수능은 교육의 본령에 충실하도록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가를. 적어도 학종은 '현대판 음서제'고 '금수저 전형'이라며 조롱받고 있을지언정,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지금껏 저 역시 대입 전형 방식을 두고 애면글면해왔지만, 더는 대입 전형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5공화국 시절 학력고사 방식을 최선이었다고 손꼽기도 합니다만, 수능이든, 학종이든, 그 무엇이든 교육의 본령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벌 구조에 기댄 대입 전형을 도구로 황폐화한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킬 순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읍면 출신 아이들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는 게 좋은 방식일까요. 소위 지성인이라는 대학생들의 입에서 '수시충'입네 '지균충'입네 하며 온갖 혐오 표현을 서슴지 않는 현실에서, 명문대의 농어촌 특별전형 비중을 높이는 게 과연 대수일까요. 명문대에 간 제 제자 중에는 벌레 취급받기 싫다며 '반수'를 해서 다시 수능을 치른 아이도 있습니다. 

토론이 학종이냐 수능이냐를 두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어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삼척동자도 아는 이야기지만, 문제는 대입 전형이 아니라 학벌 구조입니다.

기본소득제와 '살찐고양이법', 블라인드 채용과 대학 평준화, 하다못해 절대 평가제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학벌 구조를 흔들 수 있는 대안은 차고도 넘칩니다. '대학 입시계의 전설'이신 선생님께서 읍면 출신 합격자 비율을 일일이 따져가며 '학종의 거짓말' 운운하기보다 차라리 이렇게 사자후를 토하셨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읍면 출신 아이들이 굳이 명문대 진학에 목매달지 않고, 나고 자란 고향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 교육 관련 종사자의 의무이자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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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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