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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음식은 맛이 없고, 만들기 까다롭다?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다양한 비건 집밥 요리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누군가의 생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미역국은 먹었어요?"라고 묻는 것을 잊지 않는다. 참 한국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역국 싫어해요"가 아니라 "못 먹었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에게 쓸쓸함을 느낀다. 그 모습에서 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때면 편의점에서라도 미역국을 사와서 쥐어주는 편이다. 미역국의 힘을 믿어서 그렇다.

미역국의 힘

나는 생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시끌벅적한 관심이 지나간 뒤에 남는 정적이 싫고, 특별하지 않은 날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살뜰한 사랑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모순도 싫다. 생일은 어쩐지 더욱 외롭고, 배가 고프다. 

쉐어하우스에 살던 때였다. 또 다시 다가오는 생일에 벌써부터 피곤함을 느끼며 물 한 모금 마시러 부엌에 갔는데, 나는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싱크대 한켠에 가만히 놓여 있는 대접 하나, 그 안에서 잔잔히 불고 있는 미역 한 줌을 보고 그랬다.

다음 날 아침 룸메이트가 끓여준 미역국을 떠먹으며 나는 미역국의 힘을 믿는 사람이 되었다. 외로운 마음은 미끈하게 녹이고, 어김없이 다가올 일들을 꿀떡꿀떡 삼켜버리게 하고, 뜨끈해진 뱃속을 문지르며 별다르지 않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떡을 넣으면 밥 없이도 든든한 미역국이 된다. 미역이 만들어준 고소하고 깊은 국물, 마음이 헛헛할 때 찾게되는 맛이다.
▲ 비건미역국  떡을 넣으면 밥 없이도 든든한 미역국이 된다. 미역이 만들어준 고소하고 깊은 국물, 마음이 헛헛할 때 찾게되는 맛이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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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생일 이후, 나는 종종 미역국을 끓였다. 생일에 미역국을 먹지 못했다는 친구가 있을 때, 어쩐지 마음이 추워서 미역국의 힘이 필요할 때, 그리고 분기마다 있는 동거인들의 생일이 되면 우리집 부엌에는 미역이 불려지고 있었다.  

미역국을 자주 끓이다 보면 그 고소하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온전히 미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건이 되기 전부터 미역국은 채식으로 끓였다. 기름에 볶은 미역에 간을 하고 물을 부어 끓이면 끝인데, 고기나 해산물 같은 재료 없이도 완벽한 맛을 낸다.

참 쉬운 비건미역국 레시피

준비물: 마른미역 한 줌(종이컵 2/3 컵), 다진 마늘, 식용유, 들기름(혹은 참기름), 간장, 소금, 두부 1/2모.

Tip 1) 마른미역을 불릴 때에는 '조금 모자른가?' 싶은 정도로만 덜어놓는다. 소심하게 한 줌을 쥐어 불리면 2인분이 된다.
 
한 줌의 마른 미역(왼쪽)이 불어나면 2인분의 미역이 된다(오른쪽)
▲ 미역을 불리는 중 한 줌의 마른 미역(왼쪽)이 불어나면 2인분의 미역이 된다(오른쪽)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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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역 불리기: 마른미역을 15분 이상 물에 불린 후, 흐르는 물로 2~3번 헹궈준다. 필요하다면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준다.

2. 중불에 올린 냄비에 들기름과 식용유를 1:1 비율로 넉넉히 둘러준다(약 두 큰술씩). 식용유를 섞어주는 이유는 들기름이 쉽게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들기름은 참기름으로 대체 가능하다.

3. 다진 마늘 한 큰 술을 가볍게 볶아주고, 물기를 꼭 짠 미역을 넣어 함께 볶는다.

4. 간장으로 미역에 밑간을 한다. 국간장일 경우 두 스푼, 일반 간장일 경우 세 스푼을 넣어주고 마저 볶아준다.

5. 물 500ml를 붓고 불을 강하게 올린 후, 한입 크기로 썰은 두부와 함께 끓인다.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완성.

Tip 2) 취향에 따라 들깨나 떡을 넣어줘도 좋다. 
 
기름에 볶은 미역에 간을 하고 물만 부어주면 비건미역국 완성이다
▲ 초간편 비건미역국 기름에 볶은 미역에 간을 하고 물만 부어주면 비건미역국 완성이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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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밥상 

미역국이 아니더라도 생일상, 잔칫상에 오르는 음식은 늘 비건으로 마련하는 편이다. 누군가를 축하하거나 공동체의 축복을 기원하는 자리라면 모두의 식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음식을 나누었을 때 공유되는 선한 기운이 있다. 동물의 고통과 바다 착취 없이도 차릴 수 있는 밥상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한 번은 어렵고, 두 번은 당연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을 앞두고 있다면 비건 미역국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어떨까?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다.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의 힘은 보기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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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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