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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의 '2021년도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 실린 내용. 한전은 사망한 노동자 대부분의 사망 원인이 노동자 과실이라고 작성했다.
 한국전력공사의 "2021년도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 실린 내용. 한전은 사망한 노동자 대부분의 사망 원인이 노동자 과실이라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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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1월 24일 경기도 여주시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 하청업체 노동자가 감전으로 숨진 사실을 보도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따르면 하청업체는 고인에게 절연용 장갑이 아닌 일반 면장갑을 지급하였고 고층작업에서 필요한 고소절연작업차(활선차) 역시 사용되지 않았다.

한편 한전의 '2021년도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39명으로 이 중 직영 직원인 한 명을 제외한 38명은 발주업체 소속 노동자다. 해당 보고서에서 한전은 사망한 노동자 대부분의 사망 원인이 노동자 과실이라고 작성했다.

2019, 2020년만해도 개인안전장비로 인한 사망산재만 4건
  
고용노동부의 '공공기관 사고성 산재 사망재해 발생현황'과 안전보건공단의 '공공기관 재해사례'를 취합한 결과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는 한전의 사망 산재는 9건이었다.
 고용노동부의 "공공기관 사고성 산재 사망재해 발생현황"과 안전보건공단의 "공공기관 재해사례"를 취합한 결과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는 한전의 사망 산재는 9건이었다.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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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한전의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서는 산재로 사망한 39명의 노동자들의 원인을 일부밖에 알 수 없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2019년과 2020년 '공공기관 사고성 산재 사망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한전에서 발생한 사망재해는 12건으로 이중 한 건을 제외하면 모두 발주업체 직원이었다. 이 12건 중 안전보건공단이 배포한 '공공기관 재해사례'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는 사망재해는 총 9건이었다.

이중 이번에 알려진 사고와 마찬가지로 개인 보호구나 개인안전장비가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고만 4건이었다. 2019년 1월 3일 경기도 안산시에서 일어난 차단기 점검 중 활선에 감선된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는 사망자가 사고 당시 일반 장갑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9년 5월 3일 강원도 인제시에서 일어난 신설 전봇대에 고압선 설치 작업 중 노동자가 추락 사망한 사고 역시 활선차를 사용하지 않고 8.2m 높이의 전봇대에 올라가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 유가족과 동료에 따르면 고인은 업체에 장비 교체를 요구했으나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업체 측은 고인이 장비 교체를 요구한 적도 없으며 불량이 아닌 새 장비를 지급해왔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이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고인이 사고 당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 안전장비인 주상안전대는 산업안전보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지 않은 장비로 드러났다.

2019년 9월 30일에 일어난 사고에서도 절연용 장갑이 아니라 일반 면장갑을 사용한 채 전선의 피복을 벗기다가 감전, 이후 추락해 노동자가 사망했고 2020년 3월 9일에는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발주업체 소속이 아닌 한전 소속 노동자가 농로용 전선 연결작업을 위해 전봇대에 올라갔다가 감전되어 사망했다. 해당 사고 역시 절연용 장갑이 아닌 일반 장갑을 사용하고 활선차 없이 작업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개인 보호구나 개인안전장비가 사고 원인이 아닌 나머지 5건 역시 감전방지조치나 추락방지조치 등의 구조적 안전 조치를 사전에 미실시해 사고가 일어났다. 한전의 주장대로 노동자 과실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죽음의 외주화' 멈춰야 한다

오창석 영산대 의료경영학과 교수가 2020년에 발표한 '고용형태에 따른 근로자의 위험 및 건강에 대한 비교'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직접고용에 비해 외주 노동자의 건강 위험도가 2.18배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연구보다 더욱 참혹하다. 직영 노동자 한 명이 산재로 사망할 때 38명의 발주업체 노동자가 죽었다. 자그마치 38배다.

비단 한전의 문제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산재로 사망한 공공기관 관련 노동자 75명 중 직영 소속은 10명이었고 나머지 65명은 발주업체 소속이었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선 '죽음의 외주화'라고 칭해도 무방할 정도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전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책임 소재를 밝혀 엄벌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전 사장을 처벌할 수는 없다.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CEO)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아직 시행 전이기 때문이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태그:#한전, #상대, #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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