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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어머니를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각종 모임들이 중지된 상태에서 물리적인 고립감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주말마다 다른 시에 거주하고 있는 어머니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마음에 위로를 받았다.

독립한 지 십오 년 정도 되었고 어머니를 방문하는 일은 뜸하게 되었다. 다소 거리감도 있었고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데 정신이 없었나 보다. 어머니는 이제 78세. 팔순을 앞두고 계시니 여기저기 아프시고 걸음도 느려지시고 나이가 들어가시는 게 확연하다.

어머니는 주말마다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셨다. 대단하지 않은 음식이라도 가족과 함께 나누면 그 맛은 배가 되는 듯. 나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준비하고 반기며 차려 주는 식탁은 정성만으로도 늘 풍성하다.

집밥이나 포장 음식을 먹기도 지쳐서 근처에 어머니가 좋아하는 갈비탕 집에 매주 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음식 취향이 확고하시고 좋아하는 음식을 접하면 오래도록 한 가지만 드시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맞춰드리는 것이 상책. 괜히 다른 음식을 권했다가 예민한 취향에 맞지 않아 타박을 받을 수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점심을 먹으러 가니 작은 식당의 주인분들은 우리를 금방 알아본다.

"오늘도 두 분이 함께 오셨네요."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갈비탕과 손만두. 갈비탕을 드시는 어머니는 만족스러워 보이셨다. 미국산이라고 적힌 갈비는 육질이 쫀득하고 맛있다. 수년 전에 뉴스를 들썩거리게 했던 광우병이라는 단어를 싹 잊을 만한 맛. 커다란 갈빗대에 붙은 고기를 가열 차게 뜯으시는 어머니 모습에 웃음이 난다. 내 것까지 슬그머니 밀어서 드려도 마다하지 않고.

옆 테이블에는 몇 주째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서 홀로 식사를 하고 계셨다. 백발이 성성하고 팔십은 넘으신 것 같은데 직장인들이 가득한 식당에서 홀로 식사를 하고 계시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와 잠시 대화를 하기도 하셨다는데 우리 쪽을 계속 넘겨다 보시는 게 대화 상대가 필요하신 것 같았다.
 
코로나 이후 78세 어머니는 교회 모임에 가거나 친구분들과 연락하여 가끔 근처 공원을 운동 삼아 산책하는 것이 전부가 되었다.
 코로나 이후 78세 어머니는 교회 모임에 가거나 친구분들과 연락하여 가끔 근처 공원을 운동 삼아 산책하는 것이 전부가 되었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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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만 해도 어머니는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영어 수업을 들으셨다. 이 수업을 지도하던 분도 정년퇴직하신 분이었다고 전해 들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영어를 잘하고 좋아하셨으나 집안 형편으로 대학은 진학하지 못한 어머니는 늘 영어 공부에 미련이 있으셨다. 젊은 시절에는 티브이에서 방영되는 EBS의 영어회화 수업도 교재를 사서 꾸준히 공부하셨다. 그 옆에서 앉아 함께 낭랑하게 문장을 따라 말하며 공부를 하곤 했던 추억이 있다.

복지관에서 수업을 받고 오시면 복습도 하시고 나에게도 가끔 질문하셨는데 복지관 이용이 제한된 이후로는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복지관에서 제공되는 식사도 하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일 년에 몇 차례는 다니시던 산악회 모임도 없어진 것 같다. 교회 모임에 가거나 친구분들과 연락하여 가끔 근처 공원을 운동 삼아 산책하는 것이 전부가 되었다.

대신 매일 의료기 회사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신다. 수백 만 원에 이르는 의료기를 구입하고 그 외 건강식품들도 시시때때로 구매하시니 동생과 나는 좀 우려 되긴 하였다. 어머니 말로는 그 기기를 이용하신 후에는 천식과 허리 질환 등이 모두 나았다고 하신다. 우리는 그 효과가 의심쩍다. 그보다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다니시니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어서 건강이 회복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머니께 여쭤보니 "의료기 치료 센터가 아니면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라고 하신다. "오전 시간만 보내도 하루가 빨리 간다." 이 말을 들으니 더 마음이 짠해졌다. 갈 곳 없으신 노인분들이 탑골공원에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시는 심정과도 비슷한 것 같았다. 무료한 시간을 집에 가만히 앉아서 티브이를 보며 보내시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동생은 항상 어머니를 의료기 회사에 모셔다 드리고 시간에 맞춰 모셔 오고 있다.

나 역시 중년의 나이에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점 더 모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노년이 되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생기게 된다.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대비하고 여유 시간을 보내기 위한 알찬 취미 생활을 찾고 고독사에 이르지 않으려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인구 10명 중 3명이 나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우리 역시도 비슷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든다.

노인분들이 재능을 기부하고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함께 모여 공부도 할 수 있고 식사도 할 수 있고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된 카페도 가보았는데 정감 있게 주문을 받으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니 방문할 때마다 마음이 편안했다. 그분들도 젊은이들처럼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장소였다.

코로나 시대는 가혹하지만 어머니와 단 둘이 다정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되어 다행이다. 어쩌면 이 코로나 시대는 가족을 더 알뜰히 돌아보는 시간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먼 훗날에는 어머니와 보낸 이 소중한 시간들을 때때로 기억하게 될테니.
 
"노화 과정을 잘 다루려면 이해가 필요하다. 늙는다는 걸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계를 돌리는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인생의 질문은 이게 된다. 내가 여기 있는 동안 무얼 할 것인가?" - 골디 혼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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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강사.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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