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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에서 2020년부터 시작된 경남공동체협력지원가는 마을을 만드는 사람을 지원한다.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씩 전하고자 한다.[기자말]
쓰고 버리기 쉬운 시대다. 무엇을 소비하는 것도 버리는 것도 쉽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휴대폰 어플에서 손가락만 움직이면 먹을 것이 집 앞까지 찾아온다.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배달음식 서비스 시장은 1조 6730원으로 증가율이 그 전해에 비해 83%나 성장했다.

문제는 이런 배달 음식서비스가 증가하면 할수록 쓰레기도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매일 우리는 최소 830만 개의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우리가 쓰는 휴대폰은 어떨까. 매년 새로운 버전의 휴대폰이 출시된다. 하지만 2년 정도가 지나면 고장나고, 사람들은 비싼 돈을 들여 고치느니 차라리 새로운 걸 산다. 유엔이 발간한 2020 세계 전자 폐기물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5260만 톤에 이르는 전자 폐기물이 발생했다.

그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 수준(81만 8000톤)이다. 1인당 한 해 15.8kg꼴로 세계 평균(7.3kg)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폐기물은 저소득 국가에서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해당 국가에 전자 폐기물 처리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으면 휴대폰 포함된 납, 카드뮴으로 인해 오염이 된다.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채굴되는 콜탄, 코발트, 금 등은 그 지역의 동물의 서식지와 환경을 파괴한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인데, 이렇게 마구 소비하며 살아도 될까. 이런 걱정을 실천을 통해 변화시켜 가는 사람들이 있다. 밀양 최초의 쓰레기를 줄이는 가게, 일명 제로웨이스트숍 '가치쓰제이'를 준비하고 있는 배정희, 홍선주, 이성진씨를 만났다.

주부들이 만들어낸 작은 변화
 
가치쓰제이 협동조합 창립총회에서 멤버들이 환희 웃고있다. 왼쪽부터 이성진 주옥순 배정희 홍선주 주혜미 문미애.
 가치쓰제이 협동조합 창립총회에서 멤버들이 환희 웃고있다. 왼쪽부터 이성진 주옥순 배정희 홍선주 주혜미 문미애.
ⓒ 가치쓰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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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쓰제이에서 '쓰제이'는 쓰자고 권유하는 경상도 입말로 공간적으로 전세계 모든 사람들과 생명, 시간적으로 미래를 살아갈 이들과 같이, 함께 가치있게 쓰자고 권한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한살림의 GMO 공부 모임 때였다. GMO를 공부해보니 국제적인 식량체계와 농화학기업과 같은 거대 시스템의 문제 속에서 무력감을 느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제로웨이스트를 알게 됐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를 함께 읽으며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찾아 실천에 옮겼다. 마 끈으로 수세미를 만들기도 하고, 벌이 집을 만들 때 나오는 밀랍으로 랩을 만들기도 하고, 행사 부스에서 '진짜' 천연인 열매수세미를 시민들에게 팔기도 했다. 2020년엔 지역 솔밭과 밀양강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고래 친구'라는 이름으로 플로깅(길거리 쓰레기 줍기)을 하기도 했다.

"밀양은 육지에 있지만 강이 흐르고 있고, 강물이 언젠간 바다로 가서 고래에게 닿는 것이기 때문에 밀양에서 고래의 친구가 되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어요."

2020년 6월부턴 밀양의 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환경 활동을 고민했다. 밀양 종합사회복지관은 환경이 복지의 중요한 영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환경에 관심있는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치쓰제이는 밀양 아리랑상설시장을 시작으로 아이스팩 재사용 수요처를 찾고 함께 아이스팩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할 거점 수거공간, 이름하여 '아이스팩 간이역'을 모집하였다.

아이스팩 간이역으로 7곳이 신청하였고 사용처 6곳을 통해 재사용할 수 있었다. 2021년 6월 제2회 아이스팩 재활용 캠페인에선 1845개, 무게로는 약 935kg의 아이스팩을 모았다. 이는 JTBC 인터넷뉴스 헤이뉴스와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돼 전국적으로 많은 화제를 만들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에는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았다.

문화를 만드는 제로웨이스트숍을 꿈꾸다

이런 공동체 활동을 하다가 지난 8월부터 경상남도와 고용노동부에서 여성공동체 창업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게 되어 본격적인 사업화가 시작됐다. 사업 경험이 없는 30,40대 여성들의 모임이 하나의 법인, 협동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조합원은 총 6명으로 마을교사, 사회복지사, 농업인, 전직생협활동가로 구성되어 있다.

"물건은 저희 가게에 들르는 매개가 되는 거예요. 칫솔이나 수세미 등을 사러 가게에 오는 거죠. 먼저 이런 일상의 변화를 만들고, 삶에서의 불편함을 조금씩 감수해나가도록 만드는 거죠."

이들이 만들어나갈 불편함은 생존의 기술이다. 우선 주변의 물건들을 고쳐쓰는 문화다. 고장난 우산, 구멍난 양말, 가구, 전자제품 등 만들어진 모든 것을 고쳐 쓰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쉽게 버렸던 물건을 직접 고쳐보면서 구조와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새 물건을 살 때는 느낄 수 없는 풍부한 정서까지 느끼게 도와준다. 두 번째는 텃밭 기술이다. 가치쓰제이 건물 바로 앞에는 자그마한 텃밭이 마련되어 있다. 내년에는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보며 텃밭 기술을 익혀볼 예정이다.
 
가치쓰제이 제로웨이스트샵 앞에 있는 작은 텃밭. 올해는 텃밭을 일구며 농사를 연구해볼 예정이다.
 가치쓰제이 제로웨이스트샵 앞에 있는 작은 텃밭. 올해는 텃밭을 일구며 농사를 연구해볼 예정이다.
ⓒ 가치쓰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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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주씨는 "준비를 하면서 직접 가구를 만들고 있어요. 톱질을 해보기도 하고, 테이블 다리를 만들기도 해요. 이런 걸 만드는 게 생애 처음이에요. 사람들이 직접 이렇게 해보지 않는다면 이것을 만들 수 있다는 성취감도 느끼지 못할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별것 아니다'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라며 활동 소회를 남겼다.
 
가치쓰제이 멤버들이 내부에서 쓸 테이블을 직접 만들고 있다.
 가치쓰제이 멤버들이 내부에서 쓸 테이블을 직접 만들고 있다.
ⓒ 가치쓰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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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쓰제이는 2022년 본격적인 발돋움을 시작한다. 올해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도 신청할 예정이고, 밀양에 있는 농산물이나 가공생산자분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무포장으로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가치쓰제이가 자리잡고 있는 밀양시 삼문동 근처엔 학교와 도서관, 여성회관, 체육관 등 각종 시민들의 기반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내년엔 공간 근처에 기후변화 홍보관이 지어질 예정인데, 시민들이 오가며 배울 수 있는 교육 허브의 역할을 꿈꾼다.

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gcsc0511에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제로웨이스트샵,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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