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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니 여기저기서 신년 계획과 소망이 들리고 보인다. 누군가는 SNS에 자기 계획을 써놓기도 하고, 누군가는 전화로 카톡으로 서로의 작은 다짐부터 바람까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여전히 빠지질 않고, 운동과 다이어트, 공부와 자격증, 이직과 승진, 코로나 종식과 로또 1등까지 삶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새해 핑계를 대며 우리는 다시 한번 뭐든 각오해 본다.

신년 계획이 '임신'인 후배들
 
임신을 해야 할 여러 이유 중에 정작 가장 중요한 임신 할 당사자의 생각은 배제되거나 밀려난 채 세워지는 임신 계획이 과연 맞는 걸까.
 임신을 해야 할 여러 이유 중에 정작 가장 중요한 임신 할 당사자의 생각은 배제되거나 밀려난 채 세워지는 임신 계획이 과연 맞는 걸까.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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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내 주변에 특히나 아는 동생들의 새해 계획 중 몇몇 공통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임신'이다. 주변에는 3개월 차부터 3년 차까지 신혼부부들이 꽤 있는데, 하나 둘 올해는 임신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20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나는 우선 그들의 큰 결심을 응원해 주었고, 내가 겪은 경험치 안에서 최대한 그리고 적나라하게 뭐든 알려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대답 대신 우선 한 가지를 먼저 물어보았다.

"너의 생각은 어때? 아이를 가질 마음이 들었어?"

그런데 나이도, 직업도, 결혼한 지도, 생각도, 삶의 패턴도 모든 것이 다 다른 그녀들이 아이를 갖기로 한 이유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첫째, '시부모님'이 너무 원하신다는 것.
둘째, '남편'이 너무 원한다는 것.
셋째, 그래서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것.

동생 A의 시부모님은 '호랑이띠 아들'을 원해 올해 꼭 아이를 낳으라고 했다. 동생 B의 6살 차이가 나는 남편은 '본인'의 나이가 이제 곧 마흔이라며 올해 꼭 아이를 낳고 싶다고 했다.

동생 C는 결혼 3년 차, 남편이 그동안 아이를 원하지 않았는데 시부모님은 왜 아이를 갖지 않냐고 아들이 아닌 '며느리에게만' 물었다고 했다. 남편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그래도 네가 갖자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고. 그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들이 아닌 며느리와 아내의 마음은 어떤지 먼저 물어봤느냐고. 꼭 시부모만이 아닌 친정 부모인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임신을 해야 할 여러 이유 중에 정작 가장 중요한 임신 할 당사자의 생각은 배제되거나 밀려난 채 세워지는 임신 계획이 과연 맞는 걸까. 나는 잠시 응원의 마음을 미루고 전화기 너머 동생을 끄집어내 당장 내 앞에 앉혀두고 진지하게 다시 묻고 싶었다. 엄마가 될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임신, 출산, 육아는 엄마가 될 '내'가 200% 원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런데 아이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이 원해서가 된다면 행여나 나중에 힘든 시간을 거칠 때 생겨나는 미움과 화도 그 사람을 향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아이까지도 원망스러워질 수 있다. 비뚤어진 마음은 관계를 틀어지게 하고, 악화된 상황 속에서 삶은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동생들은 걱정이 많았다. 임신 후 본인에게 일어날 몸의 변화와 출산의 고통, 그 후 자신이 겪게 될 혼돈의 시간과 휴직, 퇴사,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영원히 일도 삶도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까지. 그런 이야기들은 제대로 나눠 보지도 못한 채 '낳아야지'와 '언제 낳을 거니' 하는 말만 듣는 상황이었다. 그저 '아이'를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이 '엄마'를 생각하면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이 원망스러워졌다.

'엄마'를 생각해도 설레는 임신이 되려면
 
임신은 무엇보다 부부 '둘'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간섭할 수 없고 한 사람이 강요할 수 없다.
 임신은 무엇보다 부부 "둘"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간섭할 수 없고 한 사람이 강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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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생들에게 그래서 아이를 낳지 말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잘 낳고, 잘 키워야 하고, 잘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다. 나도 아이를 키워보니 이 정도로 괴롭고 힘겨운 줄 몰랐고, 그저 낳는다고 아이 주변의 일들이 알아서 해결되는 게 아닌 걸 알았기 때문이다. 여자에게든 남자에게든 생의 흐름이 크게 바뀌어 버리는 이 거대하고 중요한 출산이라는 일을 모두가 더 행복하고 더 수월하게 무엇보다 덜 아프게 해내길 바랄 뿐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난자와 정자가 만나 임신을 한다. 모두 같이 해야 하는 일이고 함께 준비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둘'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간섭할 수 없고 한 사람이 강요할 수 없다. 당신의 계획이 있다면 나의 구상도 있고, 그것들을 같이 나눌 때 우리의 청사진도 잘 만들 수 있다.

내 계획과 마음을 털어놓되 상대방의 말도 흡수하고, 진짜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주장하되 그만큼 양보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임신 계획을 '함께'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임신하고, 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산통 혹은 개복 수술을 견디고, 몸부터 삶까지 여러 변화를 맞이해야 할 여성, 엄마, 그리고 한 인간인 당사자를 위해 배려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러니 새해 계획으로 '임신'을 생각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면 서로에게 묻자. 당신의 생각은 어떠냐고. 단순히 '아이를 낳아야지'가 아닌, 아이를 낳고 나아질 수 있는 방법까지 모색하며 2022년 임인년 새해 임신 계획을 잘 세워보자. 새해 핑계를 대며 뭐든 새롭게 각오해 보는 건 좋지만, 다른 핑계를 대며 임신을 계획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우린 또 새로운 한 해를 잘 살아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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