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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교 강당에서 '찾아가는 학교단위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한 학교 강당에서 "찾아가는 학교단위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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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바로 옆 중학교가 겨울방학을 불과 며칠 앞두고 교문이 닫혔다. 몇몇 아이들과 그들의 담임교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재학생과 교직원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가 이뤄졌고 즉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다. 

검사 결과 다행히 확진자가 더는 늘지 않았지만, 사실상 모두 자가 격리 상태로 방학을 맞게 됐다. 옆 중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직원 단톡방에는 인근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자녀가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 즉시 퇴근해 검사를 받으라는 공지가 수시로 올라온다.

그나마 방학을 코앞에 둔 때라 천만다행이지, 학기 중이었다면 난리법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학기 말 성적 처리도 대부분 끝났고, 생활기록부 정리와 진급 심사 정도의 절차만 남아 재택근무를 해도 크게 지장이 없다. 적어도 학교는 당분간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셈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인근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학교를 보면 중학교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중학교 숫자가 고등학교보다 많다고 해도 전체 학생 수를 고려하면 비교가 안 될 만큼 많다. 그렇다고 중학생들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더 안 지키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백신 접종률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1월 3일을 기준으로 2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이 중학생은 40.2%인 반면, 고등학생은 72.5%에 이른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이 와중에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학원과 독서실 등 교육시설에도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접종자의 건강상 피해를 보호하고 중증 의료 체계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계획이 순식간에 무력화됐다. 정부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했다.

법원의 판단은 단순 명료하다. 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미접종한 아이들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며 학원과 독서실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나아가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청소년 신체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고 명토 박았다.

학습권과 영업권, 그리고 자기 결정권

순간 판결문 속 세 단어가 머리에 꽂혔다. 학습권과 영업권, 그리고 자기 결정권. 감염병 확산의 위험으로부터 공동체 구성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가 이 세 가지 권리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거칠게 말해서, 다수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뒷전이라는 이야기 아닌가.

사실 학습권과 영업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됐다는 건, 곧 학원과 독서실의 영업권이 침해됐다는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학원과 독서실에 다닐 자유가 학습권이고, 그들이 오지 않으면 이내 영업에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된다는 뜻이니, 굳이 따로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섣부르지만, 지금껏 세계적인 찬사를 받아온 이른바 'K-방역'은 실상 공동체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해 앞서 법원이 강조한 세 가지 권리를 유보한 성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손해를 감수한 그들에게 정부가 서둘러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하는 이유다. 막심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시민단체와 대선 후보들까지도 요구해온 바다.

방역패스를 교육시설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10대 아이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내세운 권리 침해 요소를 무시하거나 몰라서가 아니다. 그저 '뭣이 중헌지' 법원이 현실을 고려해 잘 판단해줄 것이라 믿었을 뿐이다.

그러나 정부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법원의 '교조적' 판단으로 곳곳에서 만만찮은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정부의 방역 정책이 차질을 빚는 건 어쩌면 지엽적일 수도 있다. 당장 업종별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원과 독서실은 허용되는데 카페나 식당, 마트 등은 왜 안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아이들부터 이제 굳이 백신을 접종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반색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정부가 왜 백신 접종을 강요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심지어 지금껏 백신을 단 한 차례도 접종하지 않았다는 한 아이는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냐며 목청을 돋우기도 했다. 

솔직히 접종을 거부하는 그들을 설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국 그들의 '선의'와 '아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백신 접종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남을 감염시키는 숙주가 될 위험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는 부탁의 말을 그들은 귓등으로 듣는다. 

전문가들에게 되묻고 싶다

아이들이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는 예외 없이 다음 세 가지다. 접종 후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책임지느냐는 것, 10대 청소년들은 설령 감염이 된다 해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부모가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에 반대한다는 것. 비록 소수일지언정 교실마다 대여섯 명 정도는 접종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이번 법원의 판단은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또래들 앞에서 발언권이 세졌고, 그들의 다분히 이기적인 주장이 설득력이 갖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접종을 받고 나서 죽을 수는 있어도, 접종받지 않았다고 죽진 않는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던 차였다. 

얼마 전 한 아이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친구들을 향해 접종을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마스크 착용 여부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마스크를 쓴다고 죽진 않지만, 백신은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그러자 0.00몇 %의 확률이 과연 수학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냐며 재반론하며 얼마간 설전이 벌어졌다.

수학적 확률이 생명에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가짜뉴스에 현혹된 과잉 우려라는 반박이 평행선을 그으며 무승부로 끝났다. 이번 법원의 판단이 이 둘 중 누구를 편드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접종을 거부하는 아이의 손을 들어준 꼴이 됐다. 청소년 신체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이번 법원의 판단을 두고 전문가들이 한 마디씩 얹었다. 백신 접종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방역 패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전문가들에게 되묻고 싶다. 앞서 말한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완강하게 접종을 거부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지를. 

사족 하나. 아이들이 밤늦도록 학원과 독서실을 전전하는 현실을 학습권으로 명명하는 법원의 발상이 슬프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오로지 대입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데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권리라는 뜻일까. 방과 후에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권리와 상반된 거라서 언뜻 양시론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왕 법원의 판단을 성토한 김에 하나만 더 묻자. 학원과 독서실에 다닐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면서, 일률적인 학교의 비대면 원격수업 결정으로 인한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는 왜 문제 삼지 않는가. 애초 공교육과 사교육의 학습권은 다른 것인가. 아니면 당사자의 가처분 신청이 없어 따로 판단하지 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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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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