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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본사 앞에서 12월 30일 오전 CJ대한통운 파업에 따른 집화 임시이관 물량의 배송을 거부하는 롯데, 한진, 로젠, 우체국 노동조합 합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CJ대한통운본사 앞에서 12월 30일 오전 CJ대한통운 파업에 따른 집화 임시이관 물량의 배송을 거부하는 롯데, 한진, 로젠, 우체국 노동조합 합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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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노사정 대화에 민주노총의 참여를 요청했다.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두고 민주노총에서는 내부 논란이 벌어졌고 결국 김명환 지도부가 사퇴하기까지 하였다. 민주노총에 사회적 대화는 계륵 같은 존재다. 여론적 우위도 마땅한 교섭력도 없는 조건에서 사회적 대화에 나섰다간 양보와 타협만 강요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97년 IMF 이후 진행된 노사정 대화에서 참여해서 정부와 여론의 압력에 결국 정리해고제를 합의하고만 경험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교섭과 투쟁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다만, 대화 당사자들 간의 신뢰, 현재 노동조합 교섭력, 민주노총의 조직상황 등이 노사정 대화 참여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칠 뿐이다. 아직 서로간의 신뢰나 준비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2021년 진행된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는 '과로사 대책'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갈등은 있었지만, 결국 노사정이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 냈다. 택배 사회적 대화는 과로사 대책만 합의한 것이 아니다. 생활물류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정, 정부의 산업지원, 종사자 보호조치뿐 아니라 택배비 인상까지 합의했고, 대화의 결과가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과 '표준계약서' 등에 고스란히 담겨 법제화되었다. 노동자에겐 일방적인 양보가 아닌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기업엔 정부의 산업지원 약속을, 정부와 정치권엔 사회적 갈등 해결과 시장 질서 확립, 국민적 지지라는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게 하였다. 노사정 대화의 사례이자 신뢰의 축적이었다.

문제의 발단이 된 CJ대한통운의 택배비 인상분 분배와 부속 합의서
 

사회적 합의 이후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에서 상생안을 체결하는 등 사회적 합의는 노사 간의 신뢰 구축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사회적 대화가 위기에 봉착했다. 발단은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에서 시작되었다.

CJ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지난해 4월 택배비를 170원 인상하고, 1월부터는 100원을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적 합의 비용(산재 보험료, 고용보험료, 분류 비용, 택배기사 수수료 인상분)으로는 76.7원 만을 책정하고 나머지는 본사가 가져가 CJ대한통운이 3천억 원 이상의 초과이윤을 가져가게 되었다고 한다. 언론자료를 보면 CJ대한통운에서도 '실제 택배비 인상분은 140원'이며, 그중 '50%는 택배기사에게 집화, 배송 수수료로 배분된다. 택배비가 인상되는 경우도 인상분의 50%가 택배기사의 수수료로 분배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수치만 다를 뿐 사측이 택배비 인상분의 상당 부분을 수익으로 가져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CJ대한통운은 대리점과 택배 기사 간의 표준계약서에 부속 합의서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악용하여 표준계약서를 무력화 할 수 있는 20장에 달하는 부속 합의서를 첨부하기도 하였다.(최종 5장으로 축소됨)

몇 달씩 유예되어온 분류작업 인력투입이 1월부터 전면 시행되었다. 하지만, 벌써 현장에서는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놓고 논란이다. CJ는 5천여 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노동조합에서는 84.7%가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를 근거로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노사에만 맡겨둘 것인가 

두 번의 사회적 합의가 체결될 때,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체결식에 함께했다. 그런데 사회적 대화에 위기가 닥치자 노사를 뺀 당사자들은 어디에 있는가?'거봐 해봤자 안 되잖아?', '사측과 정부가 약속을 지킬 리 있어?' 택배 사회적 대화가 무산된다면 다시 사회적 대화 무용론이 등장할 것이다. 노사 간의 힘과 힘의 대결에 맡길 거라면 앞으로 딱히 사회적 대화를 할 이유가 없다.

택배 사회적 대화가 잘 마무리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민주당과 정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사회적 대화의 당사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태그:#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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