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06 12:01최종 업데이트 22.01.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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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통신 3사의 잠자던 고객 37만 명이 깨어났다. 국방부가 일부 부대에서 시범 적용 중이던 병사 스마트폰 사용 허용 정책을 전군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군에서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상반기부터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따라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 장관과 국회가 지명한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국방부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가 숙고 끝에 일부 국방부 직할 부대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한 것이 최초였다. 지금이야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때만 해도 천지개벽이 아닐 수 없었다.


필자는 2018년 6월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들과 국방부 관계자와 함께 시범 사업 부대를 방문, 스마트폰 사용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지휘관, 간부, 병사 모두 대체로 만족도가 높았고, 반신반의하며 시범 사업 추진을 의결했던 국방부 관계자나 위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실태 조사 당시 병사들이 말한 스마트폰 사용의 애로사항은 대부분 비슷했다. 사용  시간이나 보관 방법 같은 행정상의 불편함보다는 스마트폰 사용 환경에 관한 문제가 많았다. 개중에는 요금제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군부대 특성상 와이파이를 설치할 수 없으니 데이터만 써야 하는데, 하루에 4시간 쓰자고 사회에서처럼 무제한 요금제를 쓰기는 아깝고 사용량이 제한된 요금제를 쓰자니 그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간부들도 비슷한 염려를 했다. 병사들 간에 요금제 '빈부격차'가 생겨 병영에 위화감이 조성될까 걱정이라 했다.

그래서 국방부는 통신 3사와 요금제를 협상하기 시작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국방부가 통신사에 요구한 조건은 부가세 포함 월 3만 원의 요금에 데이터 무제한이었다. 병사들이 스마트폰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저녁 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데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없던 고객 37만 명이 새로 생기는 격이니 단가를 낮춰도 되지 않겠느냐는 논거가 따랐다. 통신사들은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다 시범 사업 전면 확대를 앞두고 '군인 요금제'가 마련되었다. 통산 3사가 공히 비슷한 조건으로 요금제를 내놨다. 모두 2단계(KT만 3단계)로 요금제를 나눠놨다. 3만 3000원에 매일 2G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을 초과하면 3M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요금제(SKT 0플랜 히어로, KT Y군인, LGU+ 현역병사 데이터 33)와 5만 5000원에 매일 5GB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을 초과하면 5M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요금제(SKT 0플랜 슈퍼히어로, KT Y군인 Plus, LGU+ 현역병사 데이터 55)다.
 

1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휴식하고 있다. 2019.3.13 ⓒ 연합뉴스

 
장병들 대상으로 배만 불려서야

2021년 9월, 국방부에서 실시한 '병사 급여인상 후 월 평균 지출항목 온라인 설문조사'(각 군 병사 1779명 대상)에 따르면 34.3%가 5~10만 원, 32.7%가 0~5만 원의 통신비를 지출한다고 한다. 통신비를 아예 지출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23.4%는 부모로부터 통신비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어느 요금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이 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필자가 2021년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병영을 방문해서 실제 물어보았을 때 병사들이 가장 많이 쓰던 요금제는 5만 5000원 요금제라 했다. 여가 시간에 OTT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세대 특성상 3만 3000원 요금제로는 데이터가 모자라고 속도도 느려 불편함이 많아 3만 3000원 요금제를 쓰다 곧 5만 5000원 요금제로 갈아타는 병사들이 많다고 했다. 비싼 감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그랬다.

그래서 군인 요금제를 비슷한 서비스 내용으로 구성된 일반 LTE 요금제와 비교해봤다. 통신 3사 모두 3만 3000원 군인 요금제와 비슷한 요금제가 4만 9000원, 5만 5000원 군인 요금제와 비슷한 요금제가 6만 9000원이었다. 군인 요금제가 20% 정도 싸다. 최근 특가 요금제를 도입한 LGU+는 도리어 5만 5000원 요금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4만 5000원이라는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요금제를 단순 데이터 사용량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군인 요금제가 20% 밖에 저렴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에서 2017년 직업별 스마트폰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의 주당 평균 사용 시간은 38.6시간이었다. 이후 연구는 따로 없으나, 추세에 따라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또래의 군인은 주중 스마트폰 사용 가능 시간(평일 18:00~21:00, 주말 8:30~21:00)에 쉬지 않고 스마트폰만 써도 40시간밖에 못 쓴다. 밥 먹는 시간, 씻는 시간, 청소, 점호 준비, 운동 등 다른 활동 시간을 빼고 나면 대학생 대비 데이터 사용량은 절반 정도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서비스 여건도 그리 좋지 않다. 여전히 부대 위치에 따라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같은 요금 내고 불공평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는 병사들도 많다.

병사 월급의 10%가량이 통신비로 지출되고 있다. 기업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에게 자원봉사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장병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배만 불려서야 되겠는가.

시장 논리에 맞춰 상식적으로 살펴도 군인 요금제가 일반 요금제의 반값 이하는 되어야 한다. 선거철마다 통신료 인하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군인 요금제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실제 데이터 사용량 등을 따져보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해야 한다. 모든 병사가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 병사 처우의 세세한 점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김형남 기자는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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