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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시는 사회주택 정책 재구조화에 나서며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직접 사회주택 사업을 실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특히 다양한 사회주택 사업유형 중 공공이 소유한 매입임대주택(공공임대의 한 유형)을 사회적경제 주체가 수탁운영하는 '사회적 주택'은 이러한 서울시의 입장 변화에 보다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SH가 소유한 주택의 운영‧관리를 굳이 사회적경제 주체에게 맡겼던 것은 SH가 혼자 주택을 운영할 때보다 장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적 주택은 어떤 주택이기에 이런 논란이 있는 걸까.

사회적 주택의 정책구조와 발전

사회적 주택은 '공공주택사업자(LH, SH 등)가 매입한 주택 또는 개량한 주택을 비영리법인 등이 무주택자인 저소득층을 위해 공급하는 주택'이다. 그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주택은 공공부문이 주택을 공급하고 사회적 경제 주체의 신청을 받아 주택 운영기관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매입임대주택은 시세 대비 30~40% 임대료(일부 유형은 제외)로 공급되는데 사회적 주택은 운영기관이 시세 대비 50% 이하의 임대료 범위에서 주택을 공급하여 운영한다. 이때 운영기관은 시세 대비 30%의 임대료는 위탁기관인 공공주택사업자에게 지급하고 시세 대비 20% 이하의 임대수익으로 주택을 운영하고 입주자들에게 주거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림> 사회적 주택 사업방식
 <그림> 사회적 주택 사업방식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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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주택은 2016년 9월 LH가 서울, 수원, 부천 등 수도권에서 시범사업으로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GH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산도시공사, SH에서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확산과 함께 사회적 주택은 2021년 12월 기준 사회주택 재고의 48.1%(한국사회주택협회 데이터)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2020년 상반기에는 사업기획 및 주택의 설계‧시공단계부터 주택운영 단계에 이르는 주택사업 전 단계에 사회적경제 주체가 참여하는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이 도입되었다. 이는 2021년 '테마형 매입임대'로 변화하여 현재 사업자 공모 및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은 주택건설 이전부터 1인 가구, 비혼 가구, 예술인, 연구자, 육아가구 등 다양한 수요자를 기획하여 맞춤형 주택을 제공하고 입주 후에도 맞춤형 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정책이다. 공공부문과 사회적 경제 주체가 협력해 보다 밀도 높은 수요자 맞춤형 공공임대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림> 청년 대상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사례 : 안암생활
 <그림> 청년 대상 "매입약정형 사회주택" 사례 : 안암생활
ⓒ 아이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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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매입임대주택의 한계와 사회적 주택의 장점

이러한 사회적 주택은 기존 공공임대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기존 공공임대 정책은 LH, SH 등 소수의 공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물리적으로 주택을 건설해 공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입주자들이 가진 특성에 맞춘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입퇴실을 신속하게 관리하기 어렵다.

반면, 사회적 주택을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주체는 임대주택의 각종 물리적 하자의 수선부터 커뮤니티 운영, 적극적인 입주자 모집을 수행하고 있고 이는 입주자의 주거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공공주택사업자에 의한 매입임대주택 운영과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한 사회적 주택 운영을 보다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기 위해서 양자 간 공실률을 비교해볼 수 있다. 2021년 4월 감사원이 SH를 정기 감사한 결과에 따르면 SH 공사가 운영 중인 매입임대주택의 공실률은 24.1%, LH가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매입임대주택의 공실률은 11.5%(2020년 6월 기준)였다. 이와 비교하여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 동안 한국사회주택협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주택의 평균 공실률은 3.8%로 나타났다.

공실률 수치는 SH, LH, 사회적 주택 운영기관 간에 통일된 계산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사회적경제 주체 대상 설문조사의 경우 그 응답률이 낮아 제한적인 의미로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간에 보이는 공실률 수치의 현격한 차이는 사회적경제 주체를 매입임대주택의 운영기관으로 활용할 때 보다 효과적으로 주거복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준다고 하겠다. 또한, 낮은 공실률은 공공임대 사업에 발생하는 손실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사회적 주택의 정책적 의미

이제까지의 논의들을 보면 사회적 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라는 '민간' 주체를 활용해 '주거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임대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회주택 생태계를 확장하는 상생구조의 정책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임대주택 정책에서 '민간의 활용'과 '주거 서비스 제공'을 중요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기부터였다.

2015년 1월 정부는 여러 민간주체를 활용해 차별화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주택 정책으로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도입하였다. 2016년 4월에는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방안'을 발표하여 공공임대 공급 확대, 민간 참여를 통한 임대주택 확충, 전월세 지원 강화, 주거 서비스 전문화를 위한 주택임대관리업 육성 등을 제시하였다.

임대주택 공급‧운영에서 공기업의 개인플레이를 지향하거나 임대주택 정책을 '월세 난민' 양산 정책으로 비난하는 최근의 논란들과는 매우 다른 관점의 정책 흐름이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온 것이다. 물론 사회적 주택과 기업형 임대주택은 공급 주체, 사업구조, 주택의 공공성 등 여러 가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거시적 맥락에서는 사회적 주택 역시 이러한 정책의 흐름에서 등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의 TMC, RMC, TMO 사례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이처럼 임대주택 정책에서 '주거 서비스 제공'을 위한 운영기관을 마련하는 것이 특정 정부만의 정책기조 혹은 사회적 주택만의 특이한 사례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주택과는 다소 다른 사업구조이지만 주택의 운영과 관리를 위해 임대주택 소유자 외에 별도의 운영주체를 두는 경우는 해외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임차인관리회사(Tenant Management Corporation; 이하 TMC) 및 입주민관리회사(Resident Management Corporation; 이하 RMC), 영국의 임차인관리조직(Tenant Management Oragnisation; 이하 TMO)이 그 사례들이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공공주택 및 사회주택 사업자는 임차인 혹은 분양전환 입주자들을 조직하여 주택의 운영‧관리를 맡기고 있다. 이들은 공실관리, 월세 수납, 시설관리, 주민교육‧훈련, 탁아시설 제공, 각종 입주자 대상 프로그램 제공 등을 수행한다. 공공부문은 사례별로 차이는 있지만 운영주체들에게 교육 및 사업개발비를 지원하거나 직원 고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림> 영국의 벨 아일 EMB의 온라인 커피 좌담회 행사 웹자보
 <그림> 영국의 벨 아일 EMB의 온라인 커피 좌담회 행사 웹자보
ⓒ BIT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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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TMC와 RMC, 영국의 TMO 사례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정책에서 물리적 건축물을 제공하는 것 외에 민간주체를 활용해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비교적 국제적 공감대가 있는 정책 방향임을 보여준다.

다만, 해외사례들은 임차인들이 주택 운영‧관리의 중심 주체가 되도록 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적 주택의 운영기관 중 협동조합은 입주자 조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영국의 사례와 부분적으로 유사하다고도 하겠다.

'협력'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사회적 주택

사회적 주택은 사회적경제 주체를 활용해 물리적 주택 제공을 넘어 입주자들에게 맞춤형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존 공공임대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사회적 주택 사업에 참여하며 사업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사회주택 생태계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사회적 주택은 '공공부문'과 '사회적경제 주체'가 '협력'하여 '임차인'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상생하는 윈-윈-윈(win-win-win) 정책인 것이다.

누군가는 매입임대주택에서 입주자가 부담하는 임대료보다 사회적 주택 입주자가 부담하는 임대료가 다소 높은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는 '주거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지 못한 오해라고 생각된다. 사회적 주택의 임대료가 적정한지는 단순 임대료 수치 비교로 평가할 수 없으며, 매입임대주택에서의 높은 공실로 정책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임차인 문제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고려하여 평가해보아야 한다.

또한, 법인인 전대인(운영기관)을 중심으로 전대차 계약관계를 구성하는 사회적 주택의 정책구조로 인해 입주자 보증금 보호가 제도적으로 취약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주택 정책에 적합한 보증금 보호 제도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미비하기 때문이지 이 정책 자체가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국토교통부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및 한국사회주택협회와 협력하여 사회적 주택에서의 보증금 보호를 위한 보증보험 상품 마련을 논의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는 가까운 시일 안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고민 방향은 '협력'을 더 다듬어나가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사회적 주택 운영기관이 제공해야 하는 주거 서비스의 질을 보다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업무범위와 내용을 매뉴얼화하고 모범사례는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TMC, RMC, TMO 사례에서 보이듯이 주거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주체가 보다 입주자 중심으로 구성될 때 정책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는 않을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적 주택 운영기관을 바라보면 세입자 조직화의 새로운 전략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협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주거 문제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사회적 주택의 정책적 의미를 되돌아봄으로써 사회적 논의의 방향이 이 정책을 더 개선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새사연의 정용찬 책임연구원이 작성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홈페이지에 작성한 글을 송고한 글입니다.


태그:#사회적 주택, #사회주택, #공공임대주택, #협력적 거버넌스, #주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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