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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정규직 아나운서 셋 중 가장 낮은 사번은 01이다. '47세' 아나운서가 가장 젊다. 이 아나운서가 입사한 2001년 이래 20년 간 부족한 손을 대신한 건 기간제 계약직과 프리랜서다. 대부분 20~30대 청년이다.

김동우(가명) 아나운서는 이 중 하나다. 2016년 4월 입사해 지금까지 6년 근무하며 정규직 아나운서 공백을 메꿨다. 정규직 셋 중 둘이 타부서 배치 등을 이유로 아나운서 업무를 거의 보지 않는 동안 김 아나운서가 남은 정규직 한 명과 업무를 분담해왔다.

그런 그가 광주MBC를 향해 "저는 대체 무엇입니까?"라고 묻고 있다. 최근 6개월 새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일감 대부분을 잃으면서다. 그가 맡았던 여섯 가지 업무는 프로그램 폐지로 없어지거나 계약 만료 등의 이유로 모두 중단됐고, 일부는 곧 중단될 예정이다.

"회사 내 어느 아나운서들보다 많은 방송을 했고 정직원들의 휴가철엔 새벽부터 밤까지 회사의 모든 TV·라디오를 전했습니다. 하루 총 9개 프로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저 회사엔 아나운서가 저 사람밖에 없냐'고 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프리랜서입니까? 위장된 프리랜서 아닙니까?"

김 아나운서는 "필요할 땐 정직원처럼 일하고, 필요 없을 땐 '프리랜서'라며 버려진다"는 억울함에 지난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가 근로자 지위 확인 진정서를 냈다.

<오마이뉴스>는 김 아나운서를 인터뷰해 지난 6개월 간 광주MBC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들었다. 

"5년 동안 쭉 써온 자리였는데..."
 
김동우 아나운서 프로그램 코너 진행 모습.
 김동우 아나운서 프로그램 코너 진행 모습.
ⓒ 광주M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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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아나운서의 월 수입은 새해부터 100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 이마저 최근 지역 시민단체들이 광주MBC 비정규직 남용 문제를 지적하면서 가까스로 올해 신설된 프로그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맡고 있는 다른 코너가 폐지되며 60만 원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가 맡고 있던 것 중 폐지된 프로그램은 총 2개다. 한 TV프로그램의 코너 진행은 2월에 끝날 예정이다. 이밖에 일방적으로 하차를 통보 받은 프로그램도 2개가 더 있다. 또 그가 추가로 도맡았던 각종 방송·캠페인 내레이션, 회사 주최 행사 진행, 주말 당직도 모두 중단됐고 이는 정규직 아나운서들에게 분배됐다. 지난해 6월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시작은 지난 4월이었다. 편성제작국에 새로 온 보직자가 '책상을 빼고 공유 오피스로 가라'고 했다. 비상근자, 프리랜서라는 이유였다. 5년 동안 쭉 써온 자리였다. '이해가 안 간다'고 일주일 간 호소했다. 결국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건의하자 책상은 남겨졌다."

김씨는 갑자기 '해고 상태'에 몰린 이유가 뭔지 명확하게 모른다. 그는 "경영 적자나 낮은 청취율 등을 폐지·하차 이유로 들었으나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내가 맡은 프로그램만 폐지됐거나, 내가 하차됐다"고 말했다.

"5년 간 보수도 받지 않고 녹음해왔던 '시보'나 '이어서' 내레이션이 중단됐을 땐 '돈을 안 주고 너를 쓰는 건 문제가 있었다' '정규직 업무로 돌릴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시보는 '○○이 오전 11시를 알려드립니다' 식의 라디오 방송 멘트고, 이어서는 '이어서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라는 안내 멘트다. 한 달에 한 번 맡았던 주말 당직도 '복귀한 정규직 아나운서가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중단됐다."

정오 '12시 라디오 뉴스'와 오전 7시의 TV '뉴스투데이' 경우 각각 7월과 10월 방송 펑크 사고를 낸 직후 하차 결정됐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는 "제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업무에서 갑자기 배제되고 계속 잘려나가면서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어 불면증에 시달리던 때였다"라며 "일정 기간 방송 정지나 출연료 감액 등 정규직 직원에 준하는 징계 조치를 내려달라고 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새벽 4시 일어나 오후 1시까지 매일 상근했는데..."

"통상 5~6개 프로그램 및 내레이션 업무를 동시에 병행했다. '풀타임'으로 일했다. 지난해 일상을 설명하면, 오전 6시 시작하는 '황동현의 시선집중' 뉴스브리핑 원고를 쓰기 위해 새벽 4시 일어나 아이템을 찾고 원고를 써 검토까지 받는다. 6시 20분까지 녹음하고, 곧 7시 시작하는 뉴스투데이 생방송을 준비한 후 7~8시 촬영한다.

이후 홈페이지에 올라갈 다시 듣기 파일 등을 정리하고 동영상 파일로 변환시켜 유튜브에 올렸다. 9~10시 즈음엔 작가·PD 업무까지 다 맡았던 '3분 라디오 칼럼' 프로그램의 출연진들 내레이션 녹음을 했다. 그렇게 12시 라디오 뉴스 진행까지 맡으면 12시 30분께가 된다. 조금 쉬다가 저녁 6시 TV 프로그램의 스튜디오 촬영을 했다."


그는 근무 환경에 대해 "감히 뭘 더 해달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프리랜서 지위인데 보직자 눈 밖에 날까봐 걱정됐고 방송 기회를 주는 것도 좋았기 때문이다. 6년 간 출연료는 협상 없이 주는 대로 받았고, 휴가는 관례적으로 여름에 5일씩 무급으로 쉬었다. "주어지는 대로 일해 어떤 기간엔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2시간 단위로 계속 방송 촬영을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서글픈 점 중 하나는 채용"이라며 자신이 "'프리랜서 아나운서 공개채용'이었지만 서류, 카메라테스트, 실무면접, 임원면접, 사장면접까지 총 5번의 시험을 거쳐서 뽑혔다"고 했다. "열과 성을 다해 일했다. 청춘을 쏟은 곳이다. 그런데 회사가 어렵다면서, 내가 참여했던 프로그램 없어지는 게 서글프다"고도 덧붙였다. 
  
"나도 노동자" 주장... 광주MBC "상황 파악 중"
 
 
김 아나운서를 대리하는 권리찾기유니온의 허성희 노무사는 "김 아나운서는 장기간 상시·지속업무를 했을 뿐 아니라 광주MBC 직원의 긴밀한 지휘·감독 아래 일했다. 방송사에 전속된 아나운서처럼 일했다"며 "일부 업무는 계약 체결 없이 맡기도 했고, 시보 내레이션 등은 6년 간 보수도 받지 않고 맡은 점, 3분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PD 업무를 다 맡아 제작했던 사실, 분장실 물품 구매 등 행정 업무를 맡기도 한 점 등이 이를 입증한다"고 밝혔다.

김 아나운서는 회사와 체결한 프리랜서 계약서는 형식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프로그램 및 업무별로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여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 계속 갱신해왔고 회당 출연료를 받았다.

그는 "입사 직후엔 주마다 60만 원씩 고정급을 받았지만 곧 건 별 계약으로 바뀌었다"며 "2014년에 입사했던 한 기간제 아나운서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한 차례 논란이 된 후 형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광주MBC 관계자는 4일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아 당사자가 어떤 주장을 어떻게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지금 단계에선 구체적으로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회사가 알기론 김 아나운서가 외부 활동도 여러 차례 병행한 걸로 알고 있고, 여러 가지를 따져 볼 문제"라고 밝혔다.

김 아나운서는 "거대 언론사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 쉽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지만 정당한 투쟁이 두렵게 느껴진다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썩었고, 먼저 간 선배들이 공고한 기득권이 되어 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일 없으면 알아서 집에 갈 것'이라고 숨죽이고 냉소하며 지켜보던 회사로부터, 빼앗긴 줄도 모르고 살았던 제 권리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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