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이언트, 내가 지배한다 2021년 12월 27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 DB 오브라이언트가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 오브라이언트, 내가 지배한다 2021년 12월 27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 DB 오브라이언트가 리바운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원주 DB는 당분간 외국인 선수 1명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지난 3일을 끝으로 조니 오브라이언트와의 계약이 종료되며 대체 선수를 아직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브라이언트는 발목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얀테 메이튼의 대체 외국선수로 DB에 합류했다. 완전한 시즌 대체가 아니라 일시 대체로 14경기를 뛰며 10.4점 7.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DB가 오브라이언트와 계약을 미리 연장하거나, 대체선수를 구하지 못한 것은 모두 코로나19가 미친 영향 때문이었다.
 
KBL의 외국인 선수 수급은 대부분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NBA(미프로농구)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공백이 발생한 구단들이 일시적으로 하부리그인 G리그 선수들을 대거 불러들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늘구멍같았던 NBA 입성을 노리는 선수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됐지만, 그 여파로 KBL에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오브라이언트 역시 NBA의 콜업을 염두에 두고 DB와는 단기 계약만을 맺었다.
 
DB 구단은 오브라이언트의 대체자를 물색중이지만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B는 현재 13승 15패로 6위를 기록하며 6강 진출 마지노선에서 힘겨운 중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오브라이언트의 고별전이던 지난 3일 경기에서 선두 수원 KT를 제압하는 등 모처럼 상승세를 탈 만한 시점에 또다시 외국인 선수의 공백이 뼈아프다. 당장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안양 KGC(8일)-서울 삼성(9일)-전주 KCC(11일)과의 3경기를 남겨놓고 있는데 당분간 레나드 프리먼 1명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KBL 판도 영향 미치는 '코로나 변수'

KBL은 몇 년째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리그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로농구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도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예 시즌이 조기종료되었던 2019-20시즌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몇몇 외국인 선수들이 구단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돌아가며 파행을 겪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20-21시즌에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NBA가 버블과 무관중 형태로 진행되면서 1~2월 콜업의 기회가 막힌 빅네임급 선수들이 일시적으로 짧게 뛰면서도 좋은 대우와 환경이 보장된 KBL에 눈을 돌리게 됐다. 시즌 후반기에 합류한 제러드 설린저(전 KGC)나 조나단 모트리(전 전자랜드)같은 선수들은 예년같으면 KBL 규모에서는 영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네임밸류였다.
 
각 구단들은 우승을 위하여 경쟁적으로 특급 외국인 선수를 과감하게 영입하는 승부수를 걸 수 있었다. 실제로 설린저를 영입한 KGC는 정규시즌에는 3위에 그쳤으나 플레이오프에서 상위팀을 연파하며 10전 전승-무패 우승이라는 신화를 완성했다. 설린저는 KGC에 우승을 선물한 뒤 재계약하지 않고 예전에 활약했던 중국 무대로 다시 진출했다.

올해는 NBA의 상황이 다시 바뀌면서 외국인 선수 시장이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선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팀마다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선수 1명만 기용하거나 아예 국내 선수만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자연히 캐디 라렌(KT)이나 자밀 워니(SK)같이 이미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오리온은 부진한 미로슬라브 라둘리차의 대체선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기껏 영입에 성공한 마커스 데릭슨마저 도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악재가 발생하며 다시 제임스 메이스를 영입해야 했다. LG도 압둘 말릭 아부를 퇴출하면서 사마도 사무엘스를, 울산 현대모비스는 에릭 버크너를 각각 새롭게 영입했다.

하지만 자가격리 문제로 늦게 합류하거나 컨디션을 되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많아서 팀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시즌의 설린저처럼 단숨에 리그 판도를 뒤흔들 만한 특급 선수는 보이지않는 데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선수들에 쏠리는 눈길
 
치열한 공 다툼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BL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KGC 오세근과 삼성 김시래가 공을 다투고 있다.

▲ 치열한 공 다툼 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BL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KGC 오세근과 삼성 김시래가 공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국인 선수들의 역할이 불안정해지면서 자연히 국내 선수들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대성(오리온, 17.2점), 허웅(DB. 16.4점, 3점슛 2.3개), 최준용(SK.15.4점), 양홍석(12.9점, 6.7리바운드) 등은 올시즌 커리어하이급 활약을 이어가며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활약으로 팀을 하드캐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쉬운 것은 토종빅맨들의 존재감이다. 10점-5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선수는 총 6명이고 이 중 빅맨은 오세근(KGC 14점, 5.4리바운드), 이대헌(가스공사, 12,7점, 5.7리바운드), 이승현(14.2점, 5.6리바운드) 3명 뿐이다.
 
오랜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던 김종규(DB, 9.7점, 5.5리바운드)가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오브라이언트의 빈 자리를 메우며 골밑을 사수해야 할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다. 노장 함지훈(현대모비스)이 여전히 분발 중이고 신인 하윤기(KT)와 이원석(삼성)도 점점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출전시간이 줄어든 장재석(현대모비스)과 최부경(SK) 등 기존 베테랑들은 좀더 분발이 요구된다.

그동안 KBL에서 서장훈-김주성-하승진 등 강력한 토종빅맨들은 우승의 보증수표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오세근과 이승현 정도를 제외하면 꾸준하거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빅맨들이 드물다. 올시즌 국내 선수 개인 기록면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가드이거나 3.5번에 가까운 스윙맨 포워드들이다.
 
예년처럼 특급 외인 1명으로 리그 판도가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빅맨들에게도 다재다능한 역할을 요구하는 현대농구에서 토종빅맨들이 외국인 선수들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메워줄 수 있을지에 따라 각 구단들의 성적도 요동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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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토종빅맨 외국인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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