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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겐 선행이, 엄마들에겐 아이들 영양 보충이 숙제처럼 주어지는 시기입니다. 기운이 펄펄 날 초간단 보약 밥상을 소개합니다. [기자말]
"애들 영양제 뭐 먹여?"

겨울방학이 되면 단톡방에 자주 올라오는 질문이다. 왠지 다음 학기에 대한 준비로 건강부터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엄마 마음 때문일 터. 나 역시 그렇게 시도한 수많은 영양제 실패작이 약장 안에 한가득이다. 이제 유통기한도 지났을 테니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텐데, 참 그게 아깝다.

그게 아까워서 시작한 게 나의 초간단 보약 밥상. 보약이라니 거창하지만 사실 별거 없다. 어차피 먹는 밥에 약간의 정성을 더하는 것인데,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아이 친구 엄마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난 밥이 보약파야!"

그렇지! 밥이 보약이지, 어차피 먹지도 않고 버리게 될 영양제 대신, 따뜻하고 정갈하고 맛있는 한 끼에 담은 엄마의 사랑... 이라니! 이런, 또 말만 거창해졌다. 그래도 마음만은 거창하게 담아 고등학생이 되는 딸의 올 일 년을 응원해 보련다.

시금치 된장국을 끓이고 싶었습니다
 
겨울 요맘때, 가장 단 맛이 나는 야채를 꼽으라면 단연코 포항초나 남해초라는 이름의 시금치다. 그러니 당연히 시금치 국을 먹어야 하건만.
 겨울 요맘때, 가장 단 맛이 나는 야채를 꼽으라면 단연코 포항초나 남해초라는 이름의 시금치다. 그러니 당연히 시금치 국을 먹어야 하건만.
ⓒ 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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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3은 고입을 앞둔 시기적인 긴장감과는 별개로 학교에서는 이완의 상태인 것 같다. 교육과정과 평가가 모두 끝나서 가정학습을 신청한 친구들도 많고, 코로나 예방접종으로 결석하는 친구들도 많다.

한 마디로 조용한 교실에서 영화를 보고 오는 일상이랄까. 아침 늦잠의 유혹만 피할 수 있다면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운 유일한 날들인 것 같다. 이런 평온함을 즐겁게 즐겨야 하는데, 이상하게 우리 딸은 매일같이 그렇게 잠이 쏟아진단다.

아침마다 등교와의 전쟁을 치르는데, 이럴 거면 가정학습을 신청하자고 해도 그건 싫단다. 학교에 가고 싶단다.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태면 신생아 때보다 더 깊은 잠을 자는 것 같은 딸을 보고 있자니 몸이 허한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 오은영 박사님도 엄마는 죄인이 아니라고 했는데, 아이가 기운을 못 차릴수록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죄책감을 덜어 버리려 오늘도 머릿속에서 나는 초간단 보약 밥상 메뉴를 뒤적거려 본다. 나의 메뉴 선택의 조건은 딱 두 가지, 준비부터 요리까지 복잡하지 않을 것, 따뜻한 음식일 것.

그러나 아이 키우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내 몸이 차서 그런지, 나는 자꾸 따뜻한 탕이나 국을 만들고 싶은데, 큰 아이는 그렇게나 국물을 싫어한다. 갈비탕에서는 갈비만, 미역국에서는 미역만 건져먹는 그 심리를 혹시 아시나요... 그나마도 시금치 된장국 따윈 쳐다보지도 않지만, 엄마도 고집 있다 뭐. 오늘은 꼭 시금치 된장국을 끓이고 말 테다.

겨울 요맘때, 가장 단 맛이 나는 야채를 꼽으라면 단연코 포항초나 남해초라는 이름의 시금치다. 노지에서 겨울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남해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시금치에 비해 잎이 넓고 도톰하다. 그 남해초를 깨끗이 씻어 준비하는 번거로움만 참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간단한 요리가 없다.

며칠 전 우려서 냉장고에 저장해 둔 다시 물을 냄비에 붓고 잘 씻은 남해초를 풍덩 빠트려 끓인 후, 된장을 풀어 간을 하면 끝! 마늘을 넣고 안 넣고는 취향인데 개인적으로 시금치 된장국에 마늘을 넣으면 다음날 먹을 때는 조금 쓴맛이 나기도 한다.

버터새우구이가 메인이 될 것을 아니까
 
오늘의 보양식은 키토산과 타우린이 가득한 영양식, 새우 버터구이입니다~~
▲ 새우버터구이 오늘의 보양식은 키토산과 타우린이 가득한 영양식, 새우 버터구이입니다~~
ⓒ 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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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끓고 있는 시금치 된장국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려니, 딸아이가 슬쩍 저녁 메뉴를 물어본다. 시금치 된장국이라며 난처한 웃음과 함께 대답을 하니(대체 왜 난처한 건데!) 아이도 미안한 웃음을 띠며 말한다.

"와, 맛있겠다. 그런데 엄마, 미안한데 나 오늘은 그냥 라면 먹으면 안 돼?"
"어?! 아냐, 아냐! 엄마가 새우 버터 구이도 했어!"
"오~ 정말?! 엄마 최고~!"


그제서야 웃으며 돌아서는 딸. 그랬다. 내가 당차게 시금치 된장국만 끓여놓고 라면 먹는 딸아이를 보는 것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 이왕 보약 밥상을 하려고 시작했으니 딸이 좋아하는 새우 구이도 준비했다. 혹시나 사이드 메뉴로라도 시금치 된장국 한 숟갈 떠주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아마도 학생들의 입맛에는 시금치 된장국보다는 버터 새우구이가 입에 맞을 테니, 따뜻한 국물에 집착하지 말자. 게다가 영양도 알차다. 새우에 들어간 키토산, 칼슘, 타우린. 이거 뭔가 자양강장제 광고에 나오는 영양소 같은 느낌 아닌가. 음, 이 정도면 흡족하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체의 자연적인 치유능력을 활성화하고, 무엇보다 이것! 생체리듬을 조절해 준다는 키토산의 위력으로 우리 첫째의 깨진 수면 리듬이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라며! 오늘의 보양식은 그렇게, 고소한 버터새우구이로 얼렁뚱땅 바뀌었다.

<새우 버터구이 조리법>

1. 손질된 냉동새우 600g(새벽 배송의 덕을 톡톡히 본다)을 자연해동시켜 놓는다.
2. 깐 마늘을 한 주먹만큼 덜어 깨끗이 씻고 편 썰기 한다.
3. 가염버터 20g(낱개 소포장된 버터를 사용하면 쉽다)을 프라이팬에 녹인 후 썰어놓은 마늘을 넣어 볶는다(이때, 버터를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할 수도 있고,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 버터는 적정량만 넣으시길 바랍니다).
4. 마늘과 버터의 향이 어우러져 고소한 향이 미각을 만족시킬 때 즈음, (마늘의 색이 아주 살짝살짝 갈색으로 변할 때) 준비된 새우를 투하.
5. 통후추를 약간 갈아 넣고, 소금도 아주 약간 뿌려서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조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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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글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사회가 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따뜻한 소통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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