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노랑말채나무
 노랑말채나무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겨울이 시작되면 올해는 좀 덜 추웠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평년 기온을 웃돈다는 일기예보에 영상의 날씨가 며칠 동안 지속 되면 겨울치곤 너무 따뜻한 거 아니냐며 내년 농사가 걱정이라는 푸념을 늘어놓으니 말이다.

몇 주 전엔 따뜻한 날씨가 계속 되니 농사가 풍년이 아니라 벌레들이 풍년이 될까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는데, 최근 며칠 사이 추워진 날씨에 또 투덜거리니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걱정을 사서 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 간사한 마음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동장군이 찬바람을 몰고 왔다. 소설 '마지막 잎새'의 한 장면처럼 한 가닥 붙어있던 나뭇잎마저 매서운 찬바람에 떨어져 버렸다. 황량한 겨울 풍경이 제대로 표현되는 요즘이다.

봄 여름 가을의 푸르른 잎과 아름다운 꽃들, 색색의 단풍으로 수놓던 화려한 풍경은 사라진지 한참이다. 푸르른 나뭇잎에 가려져 있던 나뭇가지 본연의 색이 드러났다. 무채색의 들판이 눈앞에 펼쳐졌다. 매서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쓸쓸한 겨울 풍경에 정점을 찍었다. 나뭇잎이 떨어져 온통 갈색뿐인 풍경, 그나마 아름답다 느낄 수 있는 건 눈 내리면 눈꽃이 피는 게 전부인 그 황량함이 겨울의 대명사가 아닌가?
 
붉은 열매가 달린 사철나무
 붉은 열매가 달린 사철나무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문구는 겨울에도 예외는 아니다. 꽃과 잎에 가려져 진면목을 볼 수 없었던 봄, 여름과 다르게 겨울은 나뭇가지에 충실할 수 있는 계절이다. 의외로 나뭇가지도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적 미술 시간에 나무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주구장창 색칠하던 갈색 줄기 나무가 전부는 아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나무들 중에서 겨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눈처럼 하얀 수피가 매력적인 자작나무를 떠올리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새하얀 눈밭에 쭉쭉 뻗어있는 자작나무는 가히 겨울나무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강원도 인제군의 자작나무숲을 상상하며 정원에 자작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생육조건이 맞지 않는지 하얀 가지 색이 잘 발현되지 않아 필자의 괜한 욕심에 나무가 고생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요즘 공원이나 정원에 많이 심는 말채나무도 겨울을 대표하는 수종이라 할 수 있다. 가지가 낭창낭창하고 단단해 말 채찍으로 쓰였다는 말채나무는 겨울 정원에서 빛을 발한다. 여름에 흰 꽃과 흰 열매를 맺는 흰말채는 겨울이 되면 줄기가 붉은색으로, 노랑말채는 겨울이 되면 줄기가 노란색으로 변한다. 무채색 일색인 겨울 정원에 단연 돋보이는 줄기색이다.
 
화색가지를 뽐내는 플라타나스
 화색가지를 뽐내는 플라타나스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과거 가로수로 많이 심었던 버즘나무 나무줄기가 버즘이 피는 듯한 모습이라 버즘나무라고 불리는- 플라타너스도 특이한 나뭇가지 색을 가지고 있다. 나뭇잎이 크고, 많이 달리고, 가울 단풍도 아름답게 드니 플라타너스 또한 다른 계절엔 나뭇가지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오롯이 줄기에만 집중하게 되는 이 계절이 되어서야 플라타너스의 밝은 회색빛 오묘한 가지에 눈길이 간다.

사철 푸르른 소나무 전나무, 측백나무 같은 상록수도 진가를 뽐낸다. 동네 할머니 집 앞에 있는 오래된 사철나무는 초록색 잎과 더불어 붉은 열매를 꽃처럼 피우고 있다. 붉은색은 귀한 겨울에 좋은 눈요기다.
 
나뭇잎 꽃이 핀 영산홍
 나뭇잎 꽃이 핀 영산홍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이 겨울에 잎을?' 이라고 생각되는 의외의 친구도 있다. 영산홍이다. 따뜻한 봄날 화려한 형광색 꽃을 피우던 영산홍은 추운 바람에 소심하게, 나뭇잎 꽃을 피운다. 자세히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맥문동, 달맞이꽃, 또 이름 모를 야생초들도 '로제트 형태'(땅바닥에 붙어서 뿌리에서 발생한 잎을 장미꽃 모양으로 펼치고 월동하는 식물)로 땅바닥에 붙어 다양한 색깔의 겨울옷을 입고 있다.

춥다고 움츠려 들지 말고, 좋은 사람과 함께 가까운 공원에라도 산책을 가면 좋겠다. 봄 여름 가을 화려한 겉모습에 가려져 알아볼 수 없었던 나무의 진정한 색깔을 찾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내 옆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관심 있게 찾아보는 시간은 덤으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