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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동
 정해동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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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일정한 공간적 범위다. 살아 움직이며 변화하는 조직체로서 유기체인 동시에 사람이 중심이기 때문에 인격체로 형성된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 속에서 사람은 일하고, 자고, 먹고, 놀고, 쉬기를 반복한다. 그 매개체는 자본, 즉 돈이다. 따라서 자본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가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때로는 갈등으로, 때로는 조화로 표출한다.

'용인특례시'가 올해 1월 출범한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실체적 내용도 중요하지만, 1895년 군에서 1996년 시로, 2022년 특례시로 바뀐다는 것은 분명 양적 규모의 성장을 의미한다. 군에서 시가 되는 데 100년이 걸린 반면, 시에서 특례시가 되는 데 불과 2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 승격 당시 인구 25만 명 안팎이었던 용인은 무려 4배가 넘는 110만 대도시가 됐다. 226개 시·군·구 중에서 인구수로만 보면 두 번째 큰 도시가 된 것이다. 지난해 도시경쟁력 평가에서 전국 2위로 나타나 도시 성장 잠재력이 만만치 않다. 자본의 가치는 얼마나 증가했을까?

객관적 평가지표를 알 수 없지만 인구는 4배 성장한 반면, 땅값, 아파트값 등 부동산 가치는 족히 10배 넘게 상승했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30년 만에 초고속 도시 개발과 그에 따른 자본의 팽창은 가히 사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명실공히 자본의 가치로 볼 때, 용인은 전국 최고의 기회와 약속의 땅이 되었다.

이러한 자본의 가치 팽창과 비교해 사람의 가치는 얼마나 상승했을까? 물론 사람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정리한 지표는 없다. 하지만 자본이 몰리는 곳에 사람도 몰린다. 자본의 욕망이라는 속성으로 자본의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면 사람의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본과 사람의 이율배반적 성향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의 자본가치가 상승할수록 사회적 소외계층은 심리적인 계층을 포함해 동반 증가한다. 오래전부터 일부 도시가 '사람의 도시'를 추구하는 연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자치시대 도시의 생명력은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도시 경쟁력과 함께 시대를 공존하는 '공동체'라는 인식이 필수적이다.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 정체성이다. 그 정체성의 바탕은 지역에 대한 애향심, 자부심이고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그 도시만의 공유코드가 있어야 한다.

'용인사람'이라는 자부심과 소속감, '용인다움'이라는 시민 다수가 내세울 수 있는 공유코드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 공유코드는 자본의 상징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테면 '반도체도시'라는 자본의 가치 중심에서 '교육도시', '문화예술도시'와 같은 시민이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공유코드를 말한다. 이러한 점에 주목할 때 용인특례시의 시작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도시정책이 대전환하는 모멘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무분별한 자본의 팽창을 의미하는 난개발에서 벗어나야 한다. 벌써 그런 오명을 남긴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논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본의 가치에서 사람의 가치가 더 존중되는 도시, 즉 '사람의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장소의 번영' 못지않게 '사람의 번영'을 추구할 때다.

도시의 품격은 시민이 만드는 것이지, 자본은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다시 말해 도시의 품격은 자본의 화려한 치장이 아닌 사람들 내면의 가치가 만든다.

사람과 자본이 어우러진 공간이 도시라면 사람의 가치와 자본의 가치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사람과 자본이 균형 잡힌 도시, 즉 품격을 갖추고 성장을 내포한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정책이다. 시민의 공감대가 중요하다. 시민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행정의 신뢰는 절차적 정당성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전국 최고의 사람과 자본의 인프라를 갖춘 도시가 용인이다. '특례시' 용인은 '사람과 자본의 조화로운 정책'을 대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뿌리로 '사람과 사람의 조화', '개발과 보존의 조화', '도시와 농촌의 조화'라는 세 가닥의 큰 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해동 전 용인시 처인구청장·행정학 박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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