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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친환경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다. 

외출하거나 카페를 갈때, 가급적이면 텀블러나 물병을 이용한다. 실리콘 빨대를 5개 정도 구비해두고 씻어서 재사용한다. 비닐봉지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되는 비닐봉지들은 서랍에 모아뒀다가 2~3번은 사용하고 버리곤 한다. 

예쁜 문구류나 필기구를 모으던 취미도 그만두었다. 대부분이 플라스틱이고, 디자인에 치중해 생산된 필기구들은 튼튼하지도 않아 금방 망가지기 때문이다. 이미 사둔 색연필이나 형광펜, 만년필을 돌려가며 사용하고 서점에 들르더라도 문구류가 있는 섹션은 웬만해서는 가지 않는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었다거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예민하고 겁도 많은 성격 탓이 크다.

작년 봄, 중국발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을 때 내 신체 기관은 그 누구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두 눈은 까끌까끌하고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주머니에 찔러 넣지 않은 손가락을 슥슥 비벼보니 푸석푸석한 먼지의 질감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하루 한번 집 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던 루틴은 포기하고, 대신 방충망에 이중 창문까지 꼭꼭 잠근 채 미세먼지를 70% 이상 걸러준다는 마스크를 쓰고 출근을 했다. 

미세먼지가 걷혔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었다. 21세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위 '전염병'이 돈 것이다. 이미 겪은 사스 바이러스나 신종플루처럼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완전한 오산이었다. 전염병은 전 세계를 뒤덮었고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곳곳에서 사람들의 삶을 마구 할퀴어 대고 있다.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는 싫지만 무턱대고 낙관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이 이제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인간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그것을 터득하는 쪽이 낫다는 조언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기 시작한 걸 보면. 

나는 영원히 쫄보 신세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미세먼지가 심하던 날들에는 맑고 파란 하늘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될까 무서웠고, 뇌 속까지 파고든다는 초미세먼지의 위력이 무서웠다. 

지금은 바이러스에 걸릴까 무섭고, 우리 가족이, 친구들이, 지인들이 바이러스에 걸릴까 봐 두렵다. 지구 반대편에서 바이러스로 인해 쌓여가는 시신들의 숫자에 익숙해져 가는 나의 무신경함이 무섭다. 

뉴스에서 산을 이룰 만큼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오는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보면 가슴 한켠이 답답하다가도, 이내 채널을 돌려 불편함을 떨쳐버리고야 마는 나의 회피가 무섭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유무형의 쓰레기들은 결국 환경을 해치고, 자생능력을 잃어버린 자연은 신음하며 그것들을 다시 인간에게 되돌려 줄 것만 같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앙갚음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그것이 설령 허황된 위무이든, 불안을 떨치기 위한 최후의 발악이든 상관없다. 나는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 할 것이다.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게시하였습니다


태그:#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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