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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마을을 가득 채우던 아이들의 함성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같은 마을에서 어울릴 수 있는 친구와 생업으로 바쁜 부모의 빈자리는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인서울'에 방점이 찍힌 입시교육에서 마을은 자연히 '떠나야 하는 곳'으로 변했습니다. 함께 뿌리 내리고 사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나고 자란 터전이 가진 자원은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 볼 기회가 없습니다.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습니다. '예산행복교육지구'입니다. 예산교육지원청은 지난 2018년 충남도교육청 '행복교육지구' 공모사업에 선정돼 '행복을 꿈꾸는 학교, 살아 숨 쉬는 마을, 함께 하는 예산'을 비전으로 민간과 지자체, 학교가 협력하는 교육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주요 역할을 하는 것은 주민들이 주체가 돼 조성한 '마을학교'입니다. 군내에는 ▲꿈자람마을학교(고덕) ▲ 신양놀이문화마을학교(신양) ▲달기물마을학교(응봉) ▲예아모마을학교(예산읍) 4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우리의 아이'입니다. 단절됐던 세대를 잇고 마을의 교육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힘쓰는 이야기를 보도합니다.[기자말]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뒷동산에 오른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 넘친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뒷동산에 오른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 넘친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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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고향을 갖게 하고 싶어요."

신양놀이문화마을학교 우장식 대표는 마을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나고 자란 곳을 고향이라 부르지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든든해지는 터전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얘기일 것이다.

신양초등학교 학부모들이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돌봄교실로 시작해 지난해 '충남형 온종일(마을방과후) 활성화사업'에 선정돼 학교가 맡았던 방과후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있다. 영어와 코딩 등 정규교과목과 관련된 수업에 더해 만족도가 높고, 정서발달에 필요한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지난해 3월부터 3~6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생태교실'이다. 

"워낙 마을에 아이들이 적어 집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학교가 끝나면 어울리기 어렵고 예전보다 기계화가 많이 이뤄지며 농사일을 접할 기회도 적어졌어요. 자연히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집에 가방만 던져두고 골목으로 나가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던 풍경이 이젠 동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도시에서는 생태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일부러 숲속으로 캠핑을 떠나고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아요. 그와 비교하면 오히려 농촌지역에 사는 아이들이 더 나무와 꽃에 대해 몰라요. 우리 마을 아이들로 자라야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애착이 생기기 어려워요. 환경보호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연을 느껴보지 않고서는 소중함을 알 수 없어요. 같이 호흡하며 감성을 가꿔나갈 수 있어야 해요." 우 대표가 힘줘 말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생태교실' 
 
신양놀이문화마을학교를 운영하는 우장식 대표와 주은숙 사무장.
 신양놀이문화마을학교를 운영하는 우장식 대표와 주은숙 사무장.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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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 생태교육센터 '위드'가 진행하는 생태교실은 학교 근처 마을길과 언덕, 신양천 주변을 걷는 활동이 많다. 같은 길 위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관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경험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5일, 3·4학년 학생들이 모인 강당에 활기가 넘쳤다. 노랫소리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추다 지도교사가 '소나무!'하고 외치는 소리에 옆에 있는 친구를 껴안는 얼굴이 밝게 빛났다. 소나무는 2명, 백송 3명, 잣나무 5명이다. 바늘잎이 뭉쳐 자라는 개수만큼 짝을 지어 모둠을 만드는 활동이다. 몇 차례 모였다 흩어진 끝에 놀이를 함께 할 친구들이 결정됐다. 여러 종류의 잎이 그려진 네모난 퍼즐을 구슬치기하듯이 나무조각으로 맞춰 원 밖으로 나온 퍼즐을 가져가는 놀이다. 나무조각을 튕기는 순서는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먼저다. 따낸 퍼즐을 세 등수를 내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는 친구를 이길 필요가 없다.

모둠별로 얻은 퍼즐을 초록, 연노랑, 주황, 빨강 등 비슷한 색깔이 옆에 오도록 원을 만들자 나무가 사계절을 지나며 단풍드는 과정이 눈앞에 나타났다. 함께 손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밖으로 나선 아이들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신양면행정복지센터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왼쪽으로 돌아 쭉 올라가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오는 '단골 산책로'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길 위의 모든 것이 그저 반갑고 궁금한지 가다 멈추길 반복했다. 겨울에 접어들며 흰 솜털을 단 씨앗과 뿌리째 뽑은 조개풀, 나뭇가지에 달린 빈 벌집을 살펴보고 온갖 질문을 던졌다.

낙엽이 깔린 경사로를 올라 언덕 위에 서니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썰매를 타듯 미끄러져 내려와 바지는 온통 흙투성이가 됐지만 "엄마한테 혼나겠다!"라고 외치며 한 번 씩 웃고 마는 아이들이다.

구지은 위드 대표는 "식물과 곤충은 주변에 늘 있지만 정작 관찰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수업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땐 '선생님 이게 도토리에요?'라고 할 정도였어요. 사마귀나 메뚜기같은 곤충은 겁을 냈고요. 지금은 먼저 나서 '한 번 만져볼게요'라고 하고 그 과정에서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법을 배워요"라며 "가보지 않은 길을 무섭다고 가지 않는다면 평생 어떻게 가야할지 몰라요. 두려워도 이겨내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수업에 부모가 참여해 아이들이 활동하며 달라지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제안했다.

사진수업도 주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유튜브 영상 등 빠르게 지나치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정지화면'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1·3·6학년 아이 셋을 키우는 서옥주 돌봄교사는 "밖에 나가기보단 집에서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걸 더 좋아했던 아이가 사진수업은 거의 빠진 적이 없어요. 학원가는 시간을 늦춰서라도 가야한다고 해요"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전했다.
 
아이들은 길 위에 있는 나무와 꽃이 궁금해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길을 던진다.
 아이들은 길 위에 있는 나무와 꽃이 궁금해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길을 던진다.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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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의 적극적인 협력이다. 

우 대표는 "신양초는 마을학교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문제 제기는 적극 수용하고 있어요. 악기 등 마을학교가 구입하기 어려운 건 학교 운영비에서 좀 더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요. 서로의 일을 딱 나누기에는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 보니 협력이 잘 되지 않으면 어려워요.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는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고요"라며 초기단계에서 많은 논의를 통해 기틀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권순 교장은 "학교는 당연히 협조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성장할 수 없어요. 우리 학생들이잖아요. 학생과 학부모가 필요한 게 무엇이고 마을학교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서로 잘 소통이 돼야 해요. 방과후프로그램을 관성적으로 운영하면 만족도는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마을학교를 통해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학교는 협력합니다. 가령 여기는 농촌지역이라 강사 섭외가 쉽지 않아요. 학교는 오래 운영했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죠"라고 말했다.

마을학교 운영진들은 돌봄사업 대상에 중학생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지역을 이끌어나갈 인재를 키울 수 있으려면, 농촌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학교와 학원에만 교육을 맡기는 게 아니라 마을 어른들이 함께 하려한다는 걸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라는 건 보다 많은 부모와 지역사회의 관심이다. 우 대표의 말대로 아이들에게 고향이 '공부를 못해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곳, 언제나 오고 싶고 편안한 곳'으로 만들어주려면 모두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변화는 시작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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