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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차리석 선생의 장남 차영조씨
 독립운동가 차리석 선생의 장남 차영조씨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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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거행해야 한다."

1일 효창공원(효창원)에서 만난 독립운동가 차리석 선생의 장남 차영조씨의 말이다.

차씨는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천명하고 있다"면서 "새로 문을 열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거행하면 독립운동가 후손들도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효창공원에는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임시정부 선열들을 참배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렬이 간간히 이어졌다.

효창공원의 새해 첫 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효창공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를 비롯한 이동녕·조성환·차리석 등 임시정부 요인들과 이봉창·윤봉길·백정기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유골 없는 빈 무덤이 조성된 애국선열 묘역이다.

이러한 상징성에도 새해 첫 날을 맞아 찾은 효창공원은 운동하러 나온 인근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오후가 되자 연례 행사로 효창공원을 참배하는 시민단체 청년백범, 시민모임 독립 회원들이 차례로 묘역을 찾았다. 또 개인적으로 묘역을 참배하는 시민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해방 후 임시정부 연구로 학위논문을 준비 중인 이동해(한국외대 사학과 석사 과정)씨는 "논문을 준비하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찾았다"며 "묘역 주변에 화환은 즐비한데 정작 찾는 이들은 별로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임시정부 요인 묘역에 참배하는 시민들
 임시정부 요인 묘역에 참배하는 시민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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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파묘 어렵다면 독립운동가 묘지 별도 조성해야"

차씨는 매년 새해 첫 날 효창공원에 와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발적 가이드'를 하고 있다. 그는 정치지도자들이 새해 첫 날 현충원은 꼭 참배하면서도 효창공원은 찾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앞서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은 모두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그러나 이들 중 효창공원을 찾은 이는 없었다.

묘역의 관리도 허술했다. 이날 차씨와 함께 올라간 묘역에는 향로의 불이 모두 꺼진 채 식어있었다. 차씨는 "매년 행사 때마다 이런 식으로 제대로 관리가 안 이뤄진다"며 혀를 찼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그동안 '근린공원'이던 효창공원이 성역화를 거쳐 2024년부터는 국가가 관리하는 '효창독립공원'(가칭)으로 발돋움한다는 점이다.
 
백범 김구 주석 묘
 백범 김구 주석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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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차씨는 "원래 효창원이었던 이름이 일제에 의해 효창공원으로 바뀌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명(正名)을 찾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원효대사 동상, 반공기념탑 등 독립선열묘역에 걸맞지 않은 조형물들이 효창공원에 자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씨는 묘역에 모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국립현충원은 일본군의 군홧발 아래 독립운동가들이 누워있는 형국이다. 현충원의 친일파 파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차라리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국립묘지를 새로 조성하고 현충원의 선열들을 그곳으로 이장해야 한다."

그러면서 차씨는 이 문제에 대해 "2021년 12월 윤봉길 의사 추모식 당시 이재명 후보를 만나 건의했지만 답은 듣지 못했다"며 "내 나이가 벌써 여든인데 살아생전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 모인 분들이 계속 건의하고 또 건의하다보면 언젠가 이뤄지지 않겠는가"라면서 시민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효창공원 삼의사묘역(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효창공원 삼의사묘역(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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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의 도입부다. 대한민국은 헌법의 서두에서부터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강조하고 있지만, 새해 첫 날 찾은 효창공원 분위기는 이러한 선언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차씨의 효창공원 성역화 및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의 대통령 취임식 거행 등의 요구는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고픈 최소한의 요구인 듯했다.

태그:#효창원, #효창공원, #차영조, #대한민국임시정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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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한국근대사 전공) / 취미로 전통활쏘기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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