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와 롯데가 해가 바뀌기 전에 FA 보상선수 지명을 마무리했다.

NC다이노스 구단은 3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자격을 얻어 KIA타이거즈로 이적한 나성범의 보상선수로 좌완 하준영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롯데 자이언츠 역시 NC와 계약한 손아섭의 보상선수로 우완 문경찬을 지명했다. 2018년 KIA에 입단했던 하준영은 프로 데뷔 후 첫 번째 이적이고 2015년 KIA에 입단했다가 2020년 NC로 트레이드됐던 문경찬은 롯데가 프로 3번째 팀이다.

1999년생 좌완 유망주 하준영은 2015년 6승 2패 15홀드 평균자책점 4.96으로 활약했지만 2020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2021년까지 1군에서 등판하지 못한 어린 선수다. 하지만 임인년 새해 대졸 8년 차가 되는 중견투수 문경찬은 짧았지만 한 때나마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했던 선수다.  손아섭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낸 롯데가 다가올 새 시즌 문경찬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롯데는 손아섭의 보상선수로 2019년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문경찬을 지명했다.

롯데는 손아섭의 보상선수로 2019년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문경찬을 지명했다. ⓒ 롯데 자이언츠

 
정재훈부터 나원탁까지, 롯데의 보상선수 잔혹사

흔히 두산 베어스나 키움 히어로즈가 FA를 많이 빼앗기는 팀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사실 롯데 역시 만만치 않게 내부 FA를 지키지 못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많은 내부 FA를 내주고 영입한 보상선수 중에서 좋은 활약을 해준 선수는 2014년 롯데의 마무리로 활약했던 김승회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불펜을 지킨 사이드암 홍성민(NC) 정도 밖에 없었다. 나머지 보상 선수들은 하나 같이 롯데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2014년 겨울에는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의 보상 선수로 세이브왕(2005년)과 홀드왕(2010년)을 모두 차지했던 베테랑 불펜 투수 정재훈(두산 투수코치)을 지명했다. 하지만 정재훈은 롯데에서 단 10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한 채 1년 만에 다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했다. 롯데에게 더욱 약 올랐던 사실은 정재훈이 두산으로 돌아가자마자 23홀드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점이다.

2015 시즌이 끝나고 심수창(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자 롯데는 한화의 강속구 투수 박한길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1년 전 베테랑 정재훈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롯데가 김성근 감독이 점 찍었던 강속구 유망주를 데려와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의도였다. 박한길은 롯데 이적 후 4년 동안 9경기에서 승패세이브홀드 기록 없이 6.06의 평균자책점을 남긴 후 2020시즌 초반 롯데에서 방출됐다.

2017 시즌이 끝난 후 롯데는 2명의 FA 선수가 동시에 팀을 떠났다. 먼저 2016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황재균은 4년 88억 원에 막내구단 kt로 이적했다. 롯데는 황재균의 보상선수로 2015년 8승과 1.88의 평균자책점으로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장신 우완 조무근을 지명했다. 조무근은 롯데 이적 후 10경기에서 단 10.1이닝을 던지는데 그쳤고 2019 시즌이 끝난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황재균의 이적보다 더 큰 충격은 이대호, 손아섭과 함께 롯데의 상징과도 같았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다른 팀도 아닌 '영남 라이벌' 삼성으로 이적한 것이었다. 롯데는 강민호의 이탈로 생긴 포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야구 최고의 포수로 꼽히던 나원탁을 보상선수로 선택했다. 하지만 나원탁은 롯데 이적 후 1군에서 단 2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2021년부터는 투수와 외야수를 겸하는 '이도류' 선수로 변신했다.

문경찬은 롯데의 새 필승조 될 수 있을까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22순위로 KIA에 입단한 문경찬은 프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뒀을 만큼 KIA에서 촉망 받던 선발 유망주였다. 하지만 데뷔전 선발승이 루키 시즌의 유일한 승리였던 문경찬은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고 2018년 불펜투수로 32경기에 등판해 55.1이닝을 던졌다. 2018년 불펜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문경찬은 2019년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난 한 해를 보냈다.

2019년 타이거즈의 마무리로 낙점됐던 김윤동이 시즌 아웃되면서 5월부터 본격적으로 KIA의 뒷문을 지킨 문경찬은 54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24세이브 ERA 1.31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특히 2019년 박준표와 전상현, 문경찬으로 이어지는 KIA의 필승조는 '박전문 트리오'로 불리며 '철벽'을 자랑했고 문경찬은 2019년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9년 제2회' 프리미어12에 참가해 준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 문경찬은 마무리 2년 차를 맞은 2020년 부진을 면치 못하며 전상현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줬고 그 해 8월 박정수(두산)와 함께 트레이드를 통해 NC로 이적했다. 문경찬은 2020년 NC이적 후 곧바로 NC의 한국시리즈 우승멤버가 됐지만 이적 후 3패11홀드 ERA 4.82로 개인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2021년에도 1패 4홀드 ERA 4.94로 반등에 실패했다. 결국 문경찬은 FA로 이적한 손아섭의 보상선수로 지명되며 내년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는 '20홀드 듀오' 구승민과 최준용, 35세이브 마무리 김원중으로 필승조를 구성하고 있지만 박세웅 정도를 제외하면 많은 이닝을 소화해줄 수 있는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다. 따라서 문경찬이 선발 투수가 일찍 내려간 경기에서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거나 필승조를 투입하기엔 다소 이른 팽팽한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른다면 롯데 불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2019년 수준으로 반등에 성공하면 충분히 필승조에 들어갈 수도 있다.

손아섭은 롯데를 대표하는 스타로 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 따라서 손아섭의 보상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문경찬은 좋든 싫든 손아섭의 활약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문경찬이 좋은 활약으로 롯데 불펜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면 팬들은 문경찬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낼 것이다. 최근 7년 동안 4명 연속 보상선수로 재미를 보지 못한 롯데이기에 올 시즌 문경찬의 활약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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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FA 보상선수 문경찬 손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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