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12월 23일 우아한 형제들 앞 집회 모습
 12월 23일 우아한 형제들 앞 집회 모습
ⓒ 이희종

관련사진보기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다.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계약하고, 업무지시를 함으로써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한다. 하지만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개별 계약관계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힘들게 노동조합을 만든다고 해도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일정한 규모의 조합원을 조직해 사측과 수수료나 고용조건을 두고 교섭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2020년 우아한 형제들(배달의민족)과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지부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체결 그 자체로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플랫폼 업체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한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이다. 법률적 규범을 가진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는 라이더의 안전 문제, 배달료, 라이더 인권 보호 등에 대해 교섭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기업을 압박하는 유일한 수단, 국민 여론

단협체결 이후 노동조합은 배달노동자 사이에서 대표성이 커졌다. 올해 임금 교섭 요구는 더 구체화되었다. 노동조합은 '7년간 동결된 기본수수료의 인상', '직선거리가 아니라 이동 거리에 대한 수수료 책정', '배달 음식 픽업 거리에 대한 할증 요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우아한 형제들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기자회견과 규탄 집회, 파업 예고 끝에 노사가 노동위원회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12월 24일 교섭이 잠정 합의되었고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합의 내용에선 무엇보다 라이더에 대한 수수료가 일부 인상되는 진전이 있었다. 기본료는 3천 원으로 동결하였지만, 내비게이션 실거리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거리 할증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라이더의 배달료는 기본배달료와 거리 할증, 프로모션으로 구성된다.

라이더들은 안정적인 수입과 안전 운행을 위해 프로모션을 줄이고 기본요금을 인상할 것을 요구해 왔다. 반면에 점심, 저녁 배달이 많은 시간대에 많은 라이더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프로모션을 줄일 수 없다고 맞서왔는데, 실거리 기준 할증요금 인상하는 방식으로 합의한 것이다. 그 외에도 -5도 이하 또는 33도 이상은 건당 1천 원을 지급하는 날씨 할증을 명문화한 것도 수수료 인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1년에 200일 이상 배달실적이 있는 오토바이 가입자들에게는 2년간 연간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오토바이는 보험료가 비싸다. 그래서 일부 라이더의 경우 책임보험만 가입하거나 일반보험으로 유상운송을 하는 경우가 있다. 보험료 지원은 라이더에 대한 임금성 지원일뿐 아니라, 보험 가입률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오토바이 보험 공제조합 설립에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 지난해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이 제정되면서 라이더의 오토바이 보험 공제조합 설립의 법적 요건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여전히 공제조합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못하다. 이를 유인할 정부의 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노사가 함께 공제조합 설립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공제조합 설립에 속도가 날 것이다.

이런 노사 간의 성실한 교섭은 배달의민족의 라이더들의 처우 개선 효과를 가져 올 뿐 아니라,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에 인식과 처우를 개선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과 배달플랫폼 지부의 교섭은 또한 여러 측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배달플랫폼 시장에는 배달의민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달시장에서 플랫폼 간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사인 쿠팡이츠는 라이더를 확보하기 위해 라이더의 보험 가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달노동자가 많아질수록 기업은 유리해지기 때문에 사고에 대한 책임은 모른 척하는 것이다.

그러자 배달의민족도 보험가입조건을 완화했다. 또한 쿠팡은 기본수수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인하하는 조치를 하기도 했다. 사회적 비난이나 당장의 기업의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우선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공격적 사업확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배달의민족과 플랫폼 배달지부와의 수수료 협상, 라이더 안전 조치 협의는 시장 질서를 뛰어넘어 논의될 수 없는 것이다.

수수료 인상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된다. 그래서 라이더 보호와 처우개선에 대한 사회적 동의도 필요하다. 배달은 공짜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여전한 조건에서 플랫폼 기업의 이윤, 음식점 사장님들의 영세함, 배달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처우, 소비자의 부담은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배달 노동으로 한 달에 기백만 원씩 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고 다닌다. 하지만, 실상은 고용불안과 배달 사고의 위험 속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 벌어들이는 수입일 뿐이다.

신호위반, 과속운전을 탓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역시 적은 수수료나 프로모션으로 과속을 조장하는 기업의 정책, 소비자의 빠른 배달 요구 등도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코로나 자가격리를 배달 음식으로 버티고, 소중한 사람의 먹거리 걱정을 배달로 해결해본 사람이라면 배달 노동의 고마움을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소비자는 행복하게 기다리고, 노동자는 안전하게 일하도록 배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최근에는 쿠팡이츠와 노동조합의 교섭도 진행되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질타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던 쿠팡이츠가 국정감사가 끝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노동조합이 제대로 조직되지 못한 조건에서 노사가 동등한 지위에서 교섭하기는 힘들다. 기업을 압박할 유일하고, 유력한 수단은 플랫폼 기업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여론이다. 쿠팡이츠도 라이더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 운행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 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물론 국민 여론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호소하기 전에 정부가 배달시장에서 공정한 질서를 만들고,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입니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