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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학기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원래는 교실로 학부모께서 오셔서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는 날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외부인의 출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었기에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수업하는 장면을 방송하기로 했다.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은 카메라 설치가 생소하여 호기심 어리게 저게 무엇을 하는 물건이냐고 질문했다.

"오늘 수업하는 모습은 집에서 엄마, 아빠가 보신다고 해요. 인사 한 번 할까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아차 했다. 우리 반 아이들 가족 형태가 모두 '아버지, 어머니, 자녀'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1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는 성 평등 주간에 '서울시 성 평등 언어 사전 시즌 3'을 발표하며 '학부형'이라는 말 대신 '학부모'라는 용어 사용을 권장했다. 학부형이라는 말은 학생의 아버지와 형이라는 뜻으로 학생의 보호자를 가족 중 '남자'로 한정하고 있는 용어이다.

학교에서는 '학부형'이라는 용어를 거의 쓰지 않고 '학부모'라고 하고 있지만, 아직도 경찰의식규칙과 해양경찰의식규칙에는 '학부형'이라는 용어가 남아 있다.
 
경찰의식규칙에는 보호자가 남자에 한정된 학부형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 경찰의식규칙 경찰의식규칙에는 보호자가 남자에 한정된 학부형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 경찰규칙전문(제544호_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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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라는 용어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2020 양부모 가족,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의 비율
▲ 자녀의 가구형태  2020 양부모 가족, 한부모 가족, 조손 가족의 비율
ⓒ 여성가족부 "청소년종합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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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에서 조사한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서 2020 자녀의 가족 형태를 살펴보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는 91.9%, 아버지와 자녀가 사는 한부모 가족은 1.8%, 어머니와 자녀가 사는 한부모 가족은 6.1%,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와 자녀가 함께 사는 조손 가족의 비율을 0.6%라고 발표했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이라고 잡는다면 2명 정도는 한부모 가족이나 조손 가족일 수 있다. 평균이 가지고 있는 오류를 생각한다면, 지역에 따라 한부모 가족과 조손 가족의 비율은 더 높을 수도 있다. '학부모'라는 용어는 아버지, 어머니, 자녀로 구성된 양부모 가족을 지칭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반영한 학부모 대체어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에서 관례로 사용하는 '학부모'라는 용어가 일부 학생들을 소외시키고 있지 않은가라는 고민에서 '학부모'라는 용어 대신 '보호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학교가 있다. 바로 서울특별시 도봉구에 있는 서울도봉초등학교이다.
 
교사들의 제안으로 '학부모' 대신 '보호자'를 사용하고 있다.
▲ 서울도봉초등학교 가정통신문 교사들의 제안으로 "학부모" 대신 "보호자"를 사용하고 있다.
ⓒ 서울도봉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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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과 학교 교육 과정뿐 아니라 가정으로 보내는 문자메시지의 시작을 '보호자님'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는 교내 교사로 이루어진 '성 평등 교육 교원학습공동체'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혹여 학부모라는 용어로 상처받을 수 있는 학생들을 배려한 교사들로부터 시작된 고민의 결과였다.

가족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자녀로 구성된 양부모 가족이 당연하지 않고, 학생 중 한 명이라도 상처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학부모' 대신 '보호자'라는 용어 사용으로 2022학년도 학교 교육 과정 준비를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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