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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민 정의당 전 대변인이 반려묘 '참깨'와의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정당인, 1인 가구 여성 청년, 그리고 반려묘 참깨의 집사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합니다.[기자말]
5년 전, 누가 뺨을 때린 것마냥 얼굴 전체가 아파서 일하기가 힘들었던 날이 있었다. 치아가 잘못된 걸까 하는 마음에 치과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의 말은 뜻밖이었다. 나처럼 볼이 아파서 오는 사람이 여럿이고, 살펴보면 치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스트레스에 따른 결과로 얼굴이 경직되면서 턱근육에 통증이 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증상이 심해지면 안면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우선 약을 복용해보고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보다 큰 병원에 가서 신경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을 덧붙여주셨다. 

다행스럽게도 약을 며칠 먹고 나니 그 증상은 나아졌다. 그러나 치과 의사선생님이 알려준 덕분에 이 증상이 언제 내게 오는지 알게 되었다. 일이 많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에 그 증상은 무척 심해졌다. 그렇게 내 몸은 자주 아팠다. 소화가 되지 않고 두통이 심해지는 날까지 아픔의 종류는 다양했고, 그 원인은 편치 못한 일상으로부터 왔다는 걸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던 나날 

그렇게 몸이 아프고 기력이 축 처지는 날이면 나는 주말에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종일 잠을 자거나 집안에서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시간들을 보냈다. 스스로 쉬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외부로부터 오는 그 어떤 자극도 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솔직히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노트북을 켜는 것조차도 어려워서 누워 있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아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상을 지배했던 아픔들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내게 필요한 약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렇게 일상의 여유를 조금씩 찾게 되었다. 

그러던 작년 연말, 내 일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약을 복용하지 않는 날을 만들겠다는 각오까진 아니었지만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해 집 안에서 갖게 되는 축 처지는 감정을 건강하게 변화시켜보고 싶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1인가구의 삶도 만족하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존재가 귀여운 고양이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소망이 생긴 것이다. 

'구멍 송송' 뚫린 츄르 껍데기의 힘   

하지만 '혜민의 세포들'에서 불안세포는 평소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 며칠 동안 나는 악몽을 꿨다.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고양이가 없다거나 고양이가 아픈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항상 침대 아래에 숨어있던 참깨
 항상 침대 아래에 숨어있던 참깨
ⓒ 조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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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온 고양이 '참깨' 역시 며칠 동안 집에 없는 것마냥 조용히 있어서 '내가 고양이와 같이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스물스물 올라왔다. '조금 더 나은 집사를 만났다면, 능숙한 집사를 만났다면'과 같은 생각도 이어졌다. 고양이들이 좋아한다는 간식 '츄르'를 꺼내도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은 날에는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그런 내 마음을 위로해준 것도 참깨였다. 외출하고 집에 돌아온 어느 날, 구멍 송송 뚫려 있는 츄르 껍데기가 날 반겨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몸을 발라당 뒤집어 나를 반기는 참깨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순간 "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내 불안세포는 조금씩 사라졌다. 

누군가와 함께 지내고 있다는 따스한 감각 

참깨가 우리 집에 오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블라인드를 내리지 않기 시작한 것이었다. 참깨에게 바깥 구경을 하는 것은 중요한 일상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바깥세상이 보이게끔 하다 보니 블라인드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우리 집안 곳곳에는 자연스레 햇볕이 가득 들어오게 되었다. 
   
창밖에서 새를 만난 참깨
 창밖에서 새를 만난 참깨
ⓒ 조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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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규칙적인 일상도 생겼다. 자고 일어나서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내가 번쩍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참깨의 화장실을 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게 귀찮진 않았다. 오히려 아기들의 응아를 보고 기뻐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참깨 화장실을 보며 어떤 사료가 참깨에게 더 맞는지, 물을 잘 마시고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우리 집에서 참깨가 잘 지내고 있다는 '확인'을 받는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매번 느낄 수 있었다. 자존감이 낮은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직장 생활 등에 있어서 '내가 필요한 사람일까' 확신을 갖지 못할 때 힘들었다. 그런 내가 참깨를 돌보는 것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게 되었다.

참깨 덕분에 일어난 나는 내게 줄 커피를 끓이기도 하고 밥을 챙겨 먹었다. 햇볕을 더 보고, 누워 있기보단 앉아 있게 되었고, 참깨에게도 말을 걸며 조용했던 집안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참깨는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나를 매번 일으켜 세웠고, 1인가구인 내가 '누군가와 함께 지내고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게끔 나를 돌봐주었다.

그래서 나는 내 주변 지인에게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추천했다. 물론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고 해서 평소 생활에서의 어려움, 스트레스, 우울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작은 생명체가 오늘의 일상을 잘 걸어 나갈 수 있게 동행해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었다.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일상을 회복한 사람들  

반려동물과의 시간을 보내며 돌봄을 경험하고 정서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건 내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많은 반려인들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었고, 여러 기관과 지자체에서 동물과 식물을 통한 치유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 심리치료에도 동물들이 함께했는데, 학생들은 '단이'와 '원이'라는 강아지에게 사료를 주고 산책과 목욕을 시키며 관계를 맺고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을 가졌다.

또한 지자체 등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경기도 고양시는 동물교감 치유활동가 양성과정 '행복한 반려생활'을 매년 진행해오고 있었다.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통해 심리적, 정서적인 회복과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을 마련하고, 고양시민이 활동견과 함께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한 것이었다.

경기도 광명시 역시 심리치유 프로젝트 '우리 함께 행복하개' 사업을 진행해 정서 소외 계층이 활동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상호 간 즐거움을 공유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 활동견 장난감 만들기 등 반려견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결과 활동견이 수업 시간을 산책 시간만큼 기다린다는 반려인의 후기도 있었다. 
 
다양한 포즈를 보여주는 참깨
 다양한 포즈를 보여주는 참깨
ⓒ 조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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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이기적인 생각만으로 반려동물과의 동거를 결정해선 안 된다. 실제로 반려인의 외로움, 우울이 사라져 일상을 회복하자 정작 반려동물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등 반려동물의 외로움을 등한시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만을 바라보는' 반려동물의 경우, 반려인의 감정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 역시도 간과할 수 없다. 

참깨로 인해 내가 많이 나아졌다는 걸 잊고 싶지 않고, 이 고마움을 참깨가 떠나는 날까지 잘 전하고 싶다. 불안한 나의 일상을 지켜주는 따스한 존재. 모두 참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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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의당에서 활동하는 혜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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