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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은 공동주택의 고질적인 문제다.
 층간소음은 공동주택의 고질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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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길어지고 고립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주말에는 어머니 집에서 보내고 있다. 저녁마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위층에 사는 아이가 거실을 가로질러서 요란하게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라기에는 성인처럼 무거운 발걸음으로 쿵쿵거리는 소리였다. 의자나 놀잇감 같은 것을 바닥에 부딪치며 끌고 다니는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거의 저녁 시간부터 밤 열 시에 가까운 시간까지 두세 시간 동안 계속되는 소음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어머니와 함께 사는 동생에게 물어보니 윗집에 네댓 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가 산다고 한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는 거실의 유리 등이 떨어질 것처럼 울릴 정도여서 위층에 올라가서 조심해달라고 부탁을 한 일도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고개를 숙이며 매우 죄송하다고 주의하겠다고 하였다.

어머니는 나의 하소연에 며칠 후 윗집 어머니를 복도에서 만나게 되어 다시 언급하셨다. "아이가 밤마다 뛰는 소리가 많이 들리는 데 거실에 카펫이라도 깔아야 할 것 같아요."

아이의 어머니는 며칠 후 찾아와서 과일박스 하나를 건네며 거듭 사과를 했다. "첫째는 괜찮은 데 저희 둘째 아이가 좀 문제가 있어서요"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로써 갈등은 일단락되었고 그 이후에 층간 소음은 상당히 가라앉았다. 어느 날 저녁 거실에 있는데 윗집 부모님들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며 하는 다정한 대화가 들려왔다.

"아~ 너무 추워서 안 되겠다. 다시 들어가자. OO아."

동생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아이가 발달상의 문제가 있는 듯 말을 잘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많다고 한다. 실제 바닥을 울리는 층간 소음뿐 아니라 아이가 울며 불며 소리치는 소리도 자주 들린다.

위층 가족은 층간 소음을 신경 써서인지 아이를 달래려 저녁만 되면 나가서 아파트 주변을 걷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이 사정을 듣고 추운 겨울 저녁에도 산책 겸 외출을 하는 가족의 대화를 들으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이후에는 조금 시끄럽고 소음이 들려도 가능한 이해를 하고 넘겨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위층 가족도 볼 때마다 사과하고 아래 집의 소음을 걱정하는데 의사소통이 힘든 아이가 마음대로 행동해 주지 않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우리가 몰랐던 이웃의 사정 

주중에 내가 거주하는 집은 다세대 주택이다. 다세대 주택은 공간이 협소하고 옆집과 더 밀착된 구조이고. 요즘 코로나가 나날이 확산되고 겨울 날씨가 영하 15까지 떨어지는 날들이 많아서 집에 머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더 늘어나게 되었다.

집에 오랜 시간 있으니 옆집의 소음이 크게 들려온다. 방에서 부엌으로 가는 문이 내려앉았는지 열고 닫을 때마다 끽끽거리는 거북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부모님과 아이가 대화하는 소리까지 웅성웅성 들려온다.

식사 때가 되면 옆집의 부엌을 마주한 벽에서는 뚝딱뚝딱 도마 소리도 난다. 원룸에 혼자 사는데 옆 방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지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덕분에 외로움을 좀 덜었다고 할까?

베란다 쪽의 마감을 자세히 살펴보니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았고 얼기설기 유리 대신 두꺼운 종이 상자로 막아놓은 곳이 보였다. 아, 이러니 그 틈새로 말소리가 들리는 건 당연하다.

대낮에 소음이 들리는 건 감수하기로 하였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어서인지 밤 열 시경이 되면 조용하고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밤에는 나 역시 휴대전화 소리를 줄이고 가능하면 옆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유튜브 등을 시청하려 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어느 분의 글이 생각났다. 위층의 소음이 심하여 편지를 써서 놓으니 "다리가 불편하여 걷는 소음이 크게 들려 죄송하다. 늦은 밤에는 청소기도 돌리지 않겠다"는 답장을 받아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에 울컥했다고 한다. 작은 선물과 쪽지를 보내어 윗집 사시는 분의 마음을 풀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렇듯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이웃의 특별한 상황도 있으리라.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려면 

층간 소음의 문제는 주변 지인들에게서도 여러 번 전해 들었다. 지인 중 한 명은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데 시골에서 올라오신 어머니가 잠시 함께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옆집에는 음악을 하시는 남자분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찾아오셔서 "밤에는 본인도 그리하고 있으니 화장실 변기도 내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부엌에서 개수대도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다소 과도한 요구를 해서 무척 힘들었다고 푸념을 했다. 아마도 그분은 집에서 음악 작업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인은 깊이 사과를 하고 조심을 하긴 했으나 인간이 생리 현상까지 참아가며 살 수는 없지 않을까? 소음에 극도로 예민한 이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였는데 다행히도 얼마 후 이사 가서 안도했다고 하였다.

아파트 등의 공동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크든 작든 소음의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다. '이웃사촌'이라는 정겨운 단어도 있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옆집 사람과도 교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서로 얼굴도 잘 모르는 사이니 타인이 내는 불특정한 소음이 더 견디기 힘든 것이다.

층간 소음의 문제를 풀기 위해선 서로 예의를 갖춰 대화하고, 함께 사는 공동 주택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조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깊은 속사정까지는 알 수가 없으니 내 가족이나 지인에게처럼 넓은 아량을 베풀어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야 할 것이다.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는 날들이지만 이웃과 오고 가는 마음만은 이 추위도 잊을 만큼 따뜻하길 기대해 본다.

태그:#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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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강사.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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