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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싸움, 칼싸움.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다. 아들을 키우는 집에서는 대부분 비슷하지 않나 싶다. 장난감의 변천사가 있다. 로봇장난감→딱지→팽이. 요즘은 종이를 가지고서 무언가를 만들기에 집중하는 아들. 칼만들기, 총만들기는 기본이다.
  
종이로 만든 총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 집에 있는 종이와 테이프를 이용하고 총을 만들어낸다. 이런 훌륭한 장난감을 만들어내다니, 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집 앞 문구점에서 테이프를 사는 일이 늘었고, 테이프 가격이 이리도 비쌌나~ 하며 엄마는 지갑 걱정을 하기 바빠졌다 . 

총이나 칼을 만들고 노는 건 좋은데,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는 아슬아슬 할 때가 많아 늘 걱정이다. 놀면서 행여나 다칠까, 위험해 보이는 일이 많기에 '그만 좀 하지~'라고 이야기 할 때가 많다. 물론 '비싼 장난감 사 주세요~'가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뭔가 다른 놀거리는 없을까를 자꾸 고민해 보게 된 엄마!

"그래, 종이로 책만들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역시 엄마다운 생각이다. 그런데 웬걸~. "싫어요"라고 대답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책만들기 또한 좋다고 신나게 만들고 재미있어 하더라는 거다. 엄마의 미끼에 걸려들고 만 녀석들.

아들은 기다란 종이에 어려운 한자 글자들을 한자 한자씩 계속해서 이어서 써내려갔다. 지렁이처럼 기다란 불량식품이 유행이더니 거기서 힌트를 얻었을까? 기다랗고 가느다란 책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적어 놓은 한자들을 한자 한자 읽어가며 새로운 놀이에 빠진 아들.
     
지렁이처럼 기다란 불량식품이 유행이더니 거기서 힌트를 얻었을까? 기다랗고 가느다란 책을 만든 것이다.
▲ 기다란 한자책 지렁이처럼 기다란 불량식품이 유행이더니 거기서 힌트를 얻었을까? 기다랗고 가느다란 책을 만든 것이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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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공부에 푹 빠진 아들.  A4용지를 이용해 한자책까지 만들었다. 엄마가 시켜서 억지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빠져서 즐기는 새로운 놀이이자 학습. 요즘 화두인 자기주도학습능력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엄마가 미끼용으로(?) 아이에게 던져 주었던 말 한 마디, 문제집 한 권이 신기하게도 아들을 한자 공부에 푹 빠지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공부에 재미를 찾아가는 아들. 한자책, 노트만 만드는 게 아니다. 무엇이든 종이로 뚝딱 만들어내는 초등 3학년 10살 아들. 아들에겐 종이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신비한 도깨비 방망이'이다. 국어사전 만들기, 나만의 마법천자문 만들기까지 다양한 것들을 만들고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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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마법천자문>에서 힌트를 얻어 "한자마법을 찾아라"를 만들어봤다.
▲ 아들이 마법천자문 책을 보고 만들어 본 책 아들은 <마법천자문>에서 힌트를 얻어 "한자마법을 찾아라"를 만들어봤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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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직접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라는 스토리까지 만들었는데, 라면 끓이는 냄비 아래에 火 [불(화)]한자를 써 넣었다.
▲ 아들이 만든 한자 공부책 아들이 직접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라는 스토리까지 만들었는데, 라면 끓이는 냄비 아래에 火 [불(화)]한자를 써 넣었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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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한자 마법을 찾아라>는 아들이 직접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라는 스토리까지 만들었는데, 라면 끓이는 냄비 아래에 불 대신 火 [불(화)] 한자를 써 넣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스토르가 담긴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스토리가 담긴 책을 만들고 '글과 그림'에는 아들 이름을. '감수'에는 엄마 이름을 적어 넣은 아들. 출판사는 없지만 우리끼리 만든 우리만의 종이책, 우리끼리 멋있어 하며 행복해 한다. 이 또한 즐겁기만 한 시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소개 글을 작성한 아들, 친구는 내용에 맞는 그림을 함께 그려 넣었고 그렇게 공동으로 그들만의 멋진책을 완성했다.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소개한 책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소개 글을 작성한 아들, 친구는 내용에 맞는 그림을 함께 그려 넣었고 그렇게 공동으로 그들만의 멋진책을 완성했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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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친구와 공동으로 만들었다며 내 앞에 뭔가를 쓰윽 내민다.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소개 글을 작성한 아들, 친구는 내용에 맞는 그림을 함께 그려 넣었고, 그렇게 공동으로 그들만의 멋진 책을 완성했다. 누군가에겐 우스울 수 있는 그저 그런 종이책에 불과하겠지만, 엄마로서는 이런 아들이 대견해 보일 뿐이다. 그리고 엄마는 아들에게 또 한 가지 미션을 하나 더 던져줬다.

"아들, 통일 관련 글짓기 도전해보는 거 어때?"

때마침 오마이뉴스에서 전국 초중고등학교 대상 '통일 염원' 글짓기 대회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라 이번 주제와 딱이겠다 싶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통일에 대해서 생각해봤을 거 아니야. 그 마음을 담아서 글짓기에 도전해 봐. 그리고 이번 주제에는 어떤 자료들을 찾아보고 글짓기 안에 녹여내야 할지도 고민해 보고 말이야~, 그동안 썼던 일기 쓰기 수준이 아니라 이번에는 원고지 2000자 분량은 채워야 해. 그래서 더 어려울 수도 있어. 하지만 할 수 있지?"

아들은 할까 말까~ 고민인 듯 했다.

"아들, 너 여기서 상 받으면 '초등인싸' 될 수 있어."
​"정말 인싸될 수 있어?"
​"물론이지, 한번 해보면 되잖아."


인싸가 뭐길래... 인기있는 초등생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아들은 오케이를 외쳤다. 시 쓰기를 좋아하던 아들인데 이번에는 산문쓰기에 도전했다. <엄마표 논술> 수업 이후 이제는 엄마 없이도 제법 스스로가 알아서 자료 찾기며 구성하기를 하며 글을 쓰는 아들이다.​

아들에게 미션을 던지고 얼마 후 일을 아들이 통일 염원 관련 글짓기를 잘하고 있는지 물었다.

​"어느 정도 썼어?"
"이순규 할머니 이야기 찾아봤어..."


우선 자료 조사부터 진행했단다. 유튜브를 뒤적이며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찾고 보고 정리해 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 도움 없이 거의 혼자서 척척 통일 관련 글을 쓰고 이야기의 순서를 구성하고 마무리 퇴고까지 정리했다. 이런 도전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기에 상까지 바라지 않았지만, 그래도 발표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발표날, 아들은 어떻게 기억했는지 학교 가기 전에 잊지 않고 말한다.
​​
"엄마, 오늘 통일 글짓기 몇시에 발표야?"
"응, 오늘 밤 10시."
"뭐야, 그렇게 늦게 발표해?"


행여나 아들이 수상하지 못해 실망한 채 수업에 임할까 봐 발표시간을 늦게 말했다. 발표 날짜만 기다리던 아들은 밤 10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나는 '오마이뉴스 통일염원 글짓기 대회' 수상 대상자를 찾기 시작했다. 
 
산문적 구성과 문학적 표현 양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초등부 정주환과 양지상, 중학부 이민솔, 고등부 신정연 학생의 글을 상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 심사평 중 일부
 

수상자 발표 뉴스에서 아들의 이름을 발견한 나는 놀라고 기뻤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에서도 아들의 이름이 나와 그저 대견하기만 하다.

[관련기사 : 제4회 <오마이뉴스> 통일염원 글짓기 수상자 발표]
http://omn.kr/1wdp0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신이 나서 말한다.

"엄마, 나 상 받았다. 아빠한테는 비밀이다. 깜짝 놀라게 해 줄 거야."
​"그래?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응, 선생님께서 컴퓨터에서 찾아보고 알려주셨어. 그랬더니 사인해 달라고 하는 친구,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친구들까지, 정말 반친구들에게 관심이 집중된 거 있지?
​"그것 봐, 엄마 말 맞지?"

정말 아들은 초등 '인싸'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와 개인 유튜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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