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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들은 12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언론특위는 시민참여 공영방송법 신속히 처리하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언론중재법과 방송법·신문법·정보통신망법 등 개정을 위해 9월 말 국회에 설치한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이하 언론특위)의 활동 연장과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방송법 개정을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에 언론특위를 설치해 연말까지 활동하기로 한 것은,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 구제 차원에서 언론중재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려 했던 데 대해 이 단체들이 극렬히 반대하면서 궁여지책으로 짜낸 임시방편이었다. 그 하나를 가지고도 여러 달을 씨름했다. 게다가 불과 석 달 동안 미디어 관련 법 전반을 살펴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건 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민중이 기대한 '언론개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애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상적인 언론(인)의 취재보도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다. 언론·표현의 자유는 권위주의 정권의 통제에 저항하는 가치이지, 허위조작정보로 여론을 조작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보호하는 방패막이 아니다. 취재보도를 위축시킨다든지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든지 하는 주장은 그 자체로 여론을 조작하고 사회를 혼란시키는 가짜뉴스다. 선거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론·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며, 그것도 국민의 권리이지 보도 매체의 권리는 아니다.

국민 지지가 높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좌절시킨 마당에 언론 현업단체들은 언론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고 있다. 정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언론개혁의 최우선 과제일까? 30년 해묵은 과제가 여전히 그렇게 첨단적으로 중요할까? 한편으로 시민들은 지금도 조선일보를 성토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도하여 안티조선의 깃발을 든 지 어언 20년이다. 조선일보의 패악질은 변함이 없지만, 여전히 조선일보가 보도하면 여론이 되는 시대인가?

언론운동도 시대의 변화를 읽으면서 대중과 호흡하면서 대응해야 한다. 민중의 기대를 무시하고 엘리트 중심의 어설픈 논리로 변혁을 시도하다가는 되치기당하기 십상이다. 언론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환경을 과학적으로 살피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면서 최우선 과제로부터 풀어가야 한다. 다시 묻는다. 지금 언론지형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로서 최우선으로 중요한가?

전통적인 방송 영역에서 종사해온 언론인들 입장에서는 직업적 관성적으로 공영방송 문제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순위에서 밀린 지 오래되었다.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조롱했던 종편은 이미 지상파의 파이를 상당 부분 가져갔다. 게다가 <가로세로연구소>나 <삼프로TV>에서 확인했듯이 유튜브와 1인 미디어, OTT 등의 위력은 치명적이다.

레거시 미디어 중심으로 사고하며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앞세우니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자연 선택에 의해 소멸할 운명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신문사 소유구조 규제에 집착했던 과거를 상기해보라.

최우선 언론개혁 과제는 포털 개혁

오늘의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언론개혁 과제는 포털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는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운데,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뉴스를 포털이 편집하고 작위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여론을 왜곡하는 현실이다. 종이신문의 구독이 반의반 토막이 난 마당에 조선일보의 위력은 건재하다. 포털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뿐만이 아니다. 전경련의 대변지 노릇을 하는 한국경제를 비롯한 경제지들이 포털 뉴스를 거의 지배하는 가운데, 고만고만한 매체들까지 가세하여 허위조작정보로써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코로나 방역과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작태가 비근한 예에 속한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도 고민해야 하고, 조선일보 규탄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가장 시급한 언론개혁 과제는 포털 개혁이다. 포털의 뉴스 편집 및 배열을 금지하고, 아웃링크로 전면 전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역 매체에 인색한 가운데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도 뜯어고쳐야 한다.

병행하여 공영 포털의 창설도 준비해야 한다. 네이버와 다음은 사기업으로서 개혁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민언론단체는 중요한 순간에 이익집단인 언론 현업단체들과 의견을 달리한 적이 적지 않게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언론단체들은 언론 현업단체들과는 별개로 작금의 언론환경에서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인 포털 개혁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한겨레를 창간했던 정신으로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김동민 이사장은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이천민주화운동기념공원 소장 등을 지냈다.


태그:#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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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등 역임. 현재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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