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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기 용인시 수지에 사는 친구 둘과 함께 동막천부터 탄천까지 걷게 됐다. 쌀쌀한 날씨 중에 다행히 살짝 날이 풀린 아침이어서 걷기에 좋았다. 같은 용인이지만 필자가 살고 있는 시골 풍경과 잘 정비된 도시의 하천 공원 산책길은 용인을 남동쪽 끝과 북서쪽 끝으로 가로지르는 대각선 길이만큼 달랐다.

시골 하천은 그냥 자연스럽다는 콘셉트 아래 아예 손을 안대거나 뭔가를 했어도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아 가까이 다가가기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도시의 하천주변엔 진입로도 잘 되어 있고, 흐르는 물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도 있다. 또한 군데군데 의자나 편의시설이 잘 돼 있어 날이 좋은 날, 꽃이 피는 날, 때때로 앉아있고 싶게 만든다.
 
용인 천변에서 만날 수 있는 백로들
 용인 천변에서 만날 수 있는 백로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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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천의 물은 맑게 흐르고 있었고, 산책로와 물 사이에는 작은 나무들과 갈대, 물억새 그리고 각종 풀들이 누런색으로 변해 올 한해 살다 간 흔적을 남기며 서 있었다. 그 사이로 연신 재잘거리며 날아다니는 새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참새들과 언뜻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더 작고 동그란 머리가 눈에 들어오는 붉은머리오목눈이라는 새다. 참새가 온 몸이 알록달록이라면 이 새는 몸은 알록달록이지만 머리는 맨질맨질하게 주황색이다. 같이 가던 친구들에게 이 새의 존재를 알려줬다. 다 참새인줄 알았는데 차이점을 알고 보니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며 신기해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너무 예쁘고 귀엽고 앙증맞다. 얘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겼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다른 말로 뱁새라고 부른다. 맞다.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놀림당하던 그 뱁새 말이다. 겅중겅중 긴 다리로 걸어가는 황새 뒤에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뛰어가는 뱁새를 상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황새가 겅중겅중 걸어간다면 뱁새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아마 포르르 하고 잽싸게 날아가 따라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계속 여러 마리가 우르르 몰려다니며 앉았다 날았다를 반복한다. 풀씨들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 눈엔 보이지도 않는 작은 씨앗들이 이들에겐 소중한 먹이다.

곧 물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오리들을 만났다. 아침이라 뭔가를 잡는지 물속으로 머리를 박고 꽁지 부분만 내놓은 오리들도 있고, 가장자리 풀쪽을 연신 헤집고 다니는 오리들도 있다. 어떤 오리들은 벌써 할 일을 마쳤는지 땅 위로 올라가 한쪽 발로 서서 머리를 날개죽지 안에 박고 자고 있는 오리도 있고, 풀숲에 앉아 쉬고 있는 오리들도 있었다. 대부분 흰뺨검둥오리들이었다. 그 사이에 초록색머리를 한 청둥오리도 볼 수 있었다.

흰뺨검둥오리는 옛날엔 겨울철에 찾아오는 철새였으나 왔다가 우리나라가 맘에 들었는지 떠나지 않고 눌러앉아 텃새로 살아가는 새들이 많아 지금은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새가 되었다. 그래도 겨울에 찾아오는 새들이 있어 겨울철엔 평소보다 더 많이 보인다. 용인의 하천에선 오리계의 참새 격이다.

그만큼 압도적으로 많다. 검둥오리라 하지만 몸은 갈색과 흰색 검은색 깃털이 섞여있어 어두운 갈색으로 보인다. 머리에서 눈 아랫부분, 즉 뺨이 밝은 색을 띠어 흰뺨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부리도 검정색이지만 끝에 노란색이 선명하게 보이고, 발이 주황색이라 이것들만 확인하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다.
 
청둥오리와 흰빰검둥오리
 청둥오리와 흰빰검둥오리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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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뺨검둥오리들과 섞여 생활하는 청둥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유명한 동화에서 주인공 잎싹이 기른 아기오리 초록이도 알고 보면 청둥오리다. 머리 부분이 청색, 초록색을 띠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청둥오리는 수컷만 머리가 초록색이고, 암컷은 흰뺨검둥오리와 비슷한 색이다. 그래서 청둥오리 암컷이 흰뺨검둥오리들과 함께 있으면 구분이 쉽지 않다. 다만 검은뺨을 가지고 부리 끝이 노랗지 않은 오리가 무리 속에 있다면 청둥오리 암컷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대개 옆에는 초록머리 수컷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지면 한계상 다 소개할 수 없지만, 비오리, 민물 가마우지, 쇠백로와 중대백로도 보았다. 도시하천의 새들은 사람이 익숙해서인지 시골 하천의 새만큼 예민하진 않아 보였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반경을 유지하며 그 안으로만 들어가지 않으면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 그래서 더 가깝게 그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것이 공존의 의미일까?

친구들은 자기들끼리만 왔으면 그냥 앞만 보며 걷는데, 신경 쓰느라 이런 것들이 하천변에 있었는지 몰랐을 거라며 참 좋은 경험이었다고 고마워했다. 오히려 함께 봐주고, 신기해주고. 그 아름다움을 알아주고 느껴줘서 되레 고마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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