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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월 24일 오후 5시 56분]
 
한국화 전공 정모씨의 올해 졸업전시회 사진
 한국화 전공 정모씨의 올해 졸업전시회 사진
ⓒ 이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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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 구매 비용만 100만 원, 아마 페인트, 단열재, 천 등 각종 재료 비용까지 합치면 200만 원은 훌쩍 넘겼을 거예요."

서울여자대학교 현대미술 전공 4학년 조모(24)씨가 이번 학기 졸업 전시회에 쓰일 작품을 위해 쓴 비용이다. 관행처럼 굳어진 졸업 전시회 준비는 미대생들에게 졸업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는 "순수 미술 전공 학생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작품당 100만 원 이상 드는 것이 보통"이라고 귀띔했다.

대학별로 개인 작품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개인 작업에 드는 비용뿐 아니라 졸업 전시를 위해 학생들이 각출하는 졸업 준비금도 상당하다.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실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1인당 드는 졸업 준비금은 전공에 따라 적게는 5만 원부터 많게는 150만 원까지 다양하다.

조씨의 경우 "졸업 전시에 필요한 도록, 포스터 제작, VR 장치, 조명, 홍보 등 외주 업체에 지불할 비용은 모든 전공생이 따로 40만 원씩 지불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상 미대는 부모님 지원이 없다면 학업을 끝마치기 힘든 환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전시 시설 대관 비용을 받아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실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동덕여자대학교 예술대학,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등은 학교 시설 대관 학생들에게 대관료를 받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 전시 작품을 위한 비용뿐 아니라 대관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화 전공의 정모(24)씨는 "야간작업이 필수인 전공 특성상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쉽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미술대학 지원 사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개인 작업에 드는 비용에 졸업 전시 비용까지 더해져 학생 개개인에게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 내지만 '열악한 학업 환경'

미대생들은 타 전공에 비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다. 지난 4월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가 공개한 '2021년 대학 등록금 현황'에서 서울여자대학교의 평균 등록금을 살펴본 결과, 서울여대 인문사회계열의 평균 등록금은 679만 2500원인데 반해, 예술계열의 평균 등록금은 923만 7600원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예술계열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님에도 불구하고, 작품 제작에 관한 학교 측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미술대학 학생회의 지원 사업은 물품 대여 사업, 작업에 드는 비용의 일부 지원에 그친다. 그마저도 예산의 한계 때문에 한 학년당 한 명꼴로 극히 소수의 학생만 지원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열악한 시설도 재료비 부담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대미술 전공의 조모(24)씨는 "작업 공간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도 기본적인 난방조차 안 되는 것은 물론 시설이나 장비들의 질이 안 좋아 결국 개인 돈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창작으로 생계유지 어려운 구조가 문제"

미술대학 학생들의 비용 부담 고민은 졸업 후에도 이어진다. 창작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탓이다.

미술대학을 졸업 후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인 정모(24)씨는 "작품에 들어가는 비용에 따라 작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네임에 따라 작품의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공을 살려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친구들은 졸업 후에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원비, 공모전 준비 비용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는 "그림을 좋아하지만 작가로 수입을 얻기까지의 투자비용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친구들도 많다"며 예술 분야 진출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청년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한다며 내놓은 청년예술지원사업들은 청년 예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작품 경력을 쌓기 위해 휴학 후 청년 예술 창작 활동 지원 사업에 지원했던 이모(25)씨는 까다로운 지원 절차를 거쳤지만 선발되지 못했다.

이씨는 "대부분의 청년 예술 지원 사업들은 사실상 작가의 이력을 보고 선발하기 때문에 선발된 작가들은 보통 경력 있는 예술가들"이라며 "지원을 통해 작품 활동 경험을 쌓아야 하는 청년들이 지원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막 시작하려는 예술인들이 쉽게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술대학생 네트워크는 "예술대학생들의 과도한 비용 부담 문제를 위한 개선 방향으로서 ▲ 차등등록금 합리적 근거 제시 및 차등등록금 완화 혹은 철폐 ▲ 실험실습비 별도 납부제 ▲ 실험실습비 책정 기준 의무화 혹은 대학 기본 역량 진단 지표 반영 ▲ 졸업행사 관련 지원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책 마련 ▲ 고등예술교육 관련 법령 혹은 전문기구 등의 제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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