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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집기가 상당수 정리된 호계역 앞에 북울산역으로의 이전 안내 고지가 붙어있다.
 내부 집기가 상당수 정리된 호계역 앞에 북울산역으로의 이전 안내 고지가 붙어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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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가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 오랜 자리를 영업해왔던 가게는 누군가에겐 일상이었을테고, 어떤 사람에게는 여행하다 꼭 들르곤 했던 명소였을테니 말이다. 그런 '백년가게' 두 곳이 사람들의 곁을 떠났다. 지난 12월 28일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울산 호계역과 경주역 이야기이다.

1918년 문을 열어 중앙선의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운영을 종료하게 된 경주역, 그리고 1922년부터 객손을 맞았지만 동해선의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역시 문을 닫게 된 호계역은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 문을 닫았다. 호계역에서도, 경주역에서도 역을 보내는 별도의 행사를 마련하며 그런 아쉬움을 달랬다.

두 역의 마지막 날 얼굴을 담아보았다. '폐역식'을 치르며 백년 역사를 마무리한 호계역과, 역이 문 닫은 다음 날 '아듀! 경주역의 기적 특별 콘서트'를 치른 경주역의 모습까지 한 자리씩 톺아보았다.

"홍수 때, 주민들이 도와주셨던 기억이 나요"

호계역에는 27일 역을 송별하는 행사, 이른바 '폐역식'이 열렸다. 2011년 경춘선 복선전철화로 인해 폐역을 맞이했던 화랑대역에서 처음 열렸던 '폐역식'은 이제 선로가 새로 이설되는 지역이 있을 때마다 한 역에서쯤은 꼭 진행하는 개통식 못지 않은 '연례행사'가 되었다.

오후에 열렸던 호계역 폐역 기념식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지역 정치인과 주민 대표, 시민들은 물론, 멀리서 호계역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이들도 모여 사진을 찍고, 폐역식 행사에 호응했다. 이들은 사라지는 역에 대한 아쉬움을 함께 공유했다.
 
호계역에서 열린 '폐역 기념식'에 참가한 시민들이 여객전무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다.
 호계역에서 열린 "폐역 기념식"에 참가한 시민들이 여객전무에게 인사를 보내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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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에 들어오고 출발하는 열차를 맞이하는 행사. 동대구로 가는 무궁화호가 역 안에 진입하자 시민들이 여객전무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해당 열차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시민에게도 꽃다발을 수여하고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열띤 행사가 이어졌다. '마지막 이용객'으로 지목된 시민은 '일부러 태화강에서 호계역에 열차를 타러 왔다'고 답해 현장에 웃음이 쏟아지기도 했다.

호계역에선 열차가 사라지지만 이제 공원, 그리고 박물관에 보존되어 주민들뿐만 아니라 호계, 나아가 울산 바깥에서 찾는 방문객들을 맞이할 전망이라고. 서울의 명소가 된 '경의선숲길'이나 '경춘선숲길'처럼 울산에서도 좋은 명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호계역의 마지막 역장인 이규명 역장은 인터뷰를 통해 "호계역은 주민들의 역"이라면서, "2016년에 폭우가 와서 선로 전체가 물에 잠겨 뻘밭이 되었던 적이 있다. 복구에 며칠은 걸릴 것이라고들 이야기했는데, 주민들이 진흙이며, 쓰레기를 치우며 도와주신 덕분에 이틀만에 복구할 수 있었다"며 회상했다.

이어 이규명 역장은 "10년 전부터 역이 없어진다고 이야기들을 했는데 폐역을 기념하는 것은 생애 처음 겪는 일"이라며, "시민 분들께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돌려줄 것이 없어 아쉽다. 그래도 역 건물이 그대로 남는다니 박물관도, 공원도 되어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셨으면 싶다"며 웃었다.

이규명 역장은 북울산역의 첫 번째 역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 역장은 "정년이 1년 남았는데, 벌써 인생에서 두 번째로 역이 이전되는 현장을 지키는 입장이 되니 기분이 묘하다"면서, "이제 시내를 가로지르는 건널목이 다 사라지니 안전한 환경에서 시민들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새 역을 기대했다.

폐역 기념 콘서트 열었던 경주역
 
경주역에 도착하는 마지막 울산 방면 열차가 역 안을 밝히고 있다.
 경주역에 도착하는 마지막 울산 방면 열차가 역 안을 밝히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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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역의 마지막날인 27일에는 별다른 행사가 없었다. 하지만 경주 시민들을 비롯해, 경주 바깥의 많은 행락객들이 경주를 찾아 철로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낮에는 열차에서 내리는 시민들이 경주역을 비롯한 주변의 사진을 찍으며 역에 기적이 울리는 최후의 순간을 기억하려 애썼다.

평소라면 이용하는 이가 많지 않을 막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27일 저녁 10시, 울산 방향과 대구 방향으로 열차가 한 대씩 남은 시간임에도 역 안팎은 경주역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윽고 열차 출발 안내방송이 울려퍼지자, 방문객들 역시 느릿느릿 승강장으로 이동하곤 했다.

울산 방향으로 가는 마지막 하행열차가 역을 환하게 밝히면서 들어온다. 역 승강장에 모인 사람들은 마지막 열차에 사진을 찍으며, 영상을 찍으며 마지막 순간을 카메라 속에 남기려고 애를 쓰곤 했다. 역에 도착해 짤막한 1분 남짓의 시간을 정차한 열차는 어떤 고별사도 없이, 어쩌면 평소와 다름 없이 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울산 방향으로 향했다.
 
'아듀! 경주역 특별 콘서트'가 열린 경주역 광장의 모습.
 "아듀! 경주역 특별 콘서트"가 열린 경주역 광장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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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역이 영업을 종료한 다음 날인 28일에는 경주역에서 '아듀! 경주역의 기적 특별 콘서트'가 열렸다. 경주역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이 행사는 포항MBC를 통해 생중계될 정도로 성대하게 개최되기도 했다. 행사에는 경주시립신라고취대, 윤형주, 장보윤 등이 찾아 경주시민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겼다.

경주역 안에서는 경주역에서의 추억을 나누는 사진전이 개최되고, 공연 중간중간 경주역에 대한 미니다큐가 상영됐다. 경주역의 마지막에 신경을 쓰긴 했으나, 연예인의 공연에 조금 더 치중된 듯한 모습이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호계역과 경주역이 사라진 후, 북울산역과 신경주역

그리고 12월 28일, 호계역에서 1.8km 떨어진 곳에 북울산역이 문을 열고, 이제는 경주의 가장 큰 관문이 된 신경주역에는 개통 11년만에 무궁화호가 들어왔다. 느릿느릿 모화며, 외동이며 동네 사이를 통과하곤 했던 열차는 이제 커다란 장대 터널을 오간다.
 
이제는 울산 북부의 관문이 '호계'에서 북울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울산 북부의 관문이 "호계"에서 북울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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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소동 주민들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기존의 호계역과는 먼 거리가 떨어져 있는 만큼 역 풍경도 무언가 다르다. 이따금씩 들리는 열차 특유의 소음만 아니라면 어디 부산의 전철역을 뚝 떼어다 놓은 듯한 모습이 생소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타고 내리는 모습만큼은 이전의 호계역을 똑 닮았다.

북울산역에서 향한 신경주역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고속열차만을 타고 내리던 곳에서 이제는 무궁화호를 타고 내린다. 열 칸, 스무 칸짜리 기다란 고속열차가 휙휙 지나가는 곳 바로 옆으로 많아야 네 칸짜리 무궁화호가 역에 섰다가 느긋하게 출발하니 어디서 영상을 떼다 합성해놓은 듯한 기분도 든다.

물론 그런 생경함도 잠깐일 것이다. 호계역과 경주역에 첫 열차가 들어왔던 100년 전의 모습 역시 사람들에게 생소함을 안겼지만, 사라지기 직전에는 모두에게 '추억'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듯, 북울산역과 신경주역도 많은 울산과 경주 주민들의 발로 오랫동안 추억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안으며 신경주역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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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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