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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8일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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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일과 함께 보낸 수년의 시간을 모두 부정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너집니다. 지금 사측은 기사는 막으면 되고, 사장 면담은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28일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 아래 시민모임)이 광주MBC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시민모임은 최근 광주MBC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황동현의 시선집중> 폐지를 통보함에 따라 최대 10여 년간 일해온 프리랜서 노동자 4명이 해고 위기에 놓이자 결성됐다. 이들은 오랜 기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일해왔음에도 프리랜서 계약을 갱신해온 비정규직이다. (관련기사 : "광주MBC가 지역방송의 역할을 지워가고 있습니다" http://omn.kr/1wgjj)

시민모임은 "방송계가 프리랜서 편법 고용을 관례처럼 이어왔다"며 "현재 광주MBC에서 일하고 있는 프리랜서들은 모두 정규적인 일을 하고 있음에도 회사 내에 안정적인 업무를 볼 공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지속적인 해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또 "최근 방송사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을 시키면서도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고용관행에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방송사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가운데에서 광주MBC는 정확히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A씨는 "<황동현의 시선집중> 팀원들의 방송 제작을 향한 애정과 역할은 한없이 컸음을 자부한다"며 "그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지금, 비참하고 비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A씨는 또 "광주MBC는 컨텐츠 다양화를 추구하는 열린 미디어 기업이지만,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제자리였다"며 "진정성 없는 임시 방편의 대안이 아닌, 진정 일할 수 있는 상식적인 대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28일 기자회견에서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 해고 노동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28일 기자회견에서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 해고 노동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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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유니온 김한별 지부장은 "광주MBC는 해고가 아닌, 계약 해지라고 주장하지만 이분들은 위탁계약을 맺은 프리랜서가 아닌 광주MBC의 노동자"라며 "이 방송은 작가 개인 방송도 아니고 광주MBC로 송출되는 프로그램이다. 데스킹 없이 작가 혼자서 원고, 논조를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지속적인 수정 지시, 컨펌 요구를 받기 때문에 자유로운 창작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또 "평일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당연히 업무 시간과 장소가 고정적으로 정해지는데, 어떻게 최대 10여 년간 일해온 노동자들이 프리랜서라는 것이냐"며 "이 문제는 어느 한 직군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방송 비정규직들의 문제이니, 광주MBC에서 이번 프로그램 폐지 통보가 명백한 부당해고라는 것을 인지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2016년 저의 아들 이한빛이 CJ E&M의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조연출로 일하다 열악한 방송 제작환경을 폭로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그날 이후 여러 방송 현장의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어 왔는데,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 광주MBC는 부디 1980년 5월 방송의 공공성을 망각하고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 성난 광주시민들에게 사옥이 불태워진 일을 잊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또 "오랫동안 지역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며 가족처럼 함께 일해온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생존권을 박탈하고 거리로 내쫓는다는 발상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며 "광주MBC 사장과 임원진은 제 식구 하나 감싸지 못하면서 어떻게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모임은 광주MBC 측에 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철회하고 고용보장 대책을 마련할 것, 관례라는 이름의 프리랜서 편법고용과 자의적인 해고 관행을 중단할 것, 공영방송이자 지역 언론으로써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28일 기자회견 직후 광주MBC 프리랜서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모임이 항의서한과 MBC 사장 면담 요청서를 사측에 전달하고 있다.
 28일 기자회견 직후 광주MBC 프리랜서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모임이 항의서한과 MBC 사장 면담 요청서를 사측에 전달하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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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측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후 항의서한 및 광주MBC 사장 면담 요청서를 광주MBC 측에 전달했다.

한편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에는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광주청년유니온, 광주경제정의실천연합, 광주비정규직센터, 방송작가유니온, 사단법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참여자치21 등 28개 단체가 참여했다.

태그:#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 #프리랜서 노동권, #방송작가유니온, #광주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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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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