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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가 27일 오전 유튜브 채널에 윤석열 대선후보 인터뷰 영상(5분 41초, 26일 진행)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가 27일 오전 유튜브 채널에 윤석열 대선후보 인터뷰 영상(5분 41초, 26일 진행)을 공개했다.
ⓒ 새시대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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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위원장 김한길)는 유튜브 채널에 그 전날 이뤄진 부인 김건희씨의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아내의 사과에 대한 윤석열 후보의 생각을 가볍게 풀어낸 내용이었다.

영상에서 윤석열 후보는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김건희씨의 사과 내용을 품평했다. 기존의 딱딱하고 건조한 모습과 달리 윤 후보는 가끔씩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면서 아내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순정

영상에서 윤 후보는 그동안 아내가 얼마나 혼자 속앓이를 해왔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있는지 말한다. 그녀가 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왜 그녀가 사과를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오직 아내를 걱정하는 남편의 모습뿐이다.

심지어 "국민들 사이에선 김건희 케이스를 조국 전 민정수석 케이스와 비교를 많이 하게 된다"란 질문에도 윤 후보는 "모든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며 명확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해주고 싶은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다.

"또 남편의 위로를 받고 싶지 않았나 싶고, 여자로서..."

그야말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세파에 시달리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순정이다. 젠더감수성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신파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손은 오그라들 뿐이다. 그리고 자문할 수밖에 없다. 왜 국민들이 대선을 앞두고 이런 수준 낮은 드마라를 봐야 하는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고백

사실 이 드라마는 26일 김건희씨의 사과 기자회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대중 앞에 나섰다는 그녀는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에 앞서 남편에게 애틋한 고백부터 했다.

"제가 남편을 처음 만날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자신감이 넘치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하며 '밥은 먹었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라' 제게 늘 전화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사과를 받기 위해 TV를 시청하던 국민으로서 의아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그녀는 왜 저 자리에 섰으며,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국민은 그녀의 남편 자랑을 계속 들어야 하는가.

덕분에 뒤이어 낭독되어지는 그녀의 사과는 오염되고 말았다. 이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김건희씨 사과 장면 일부에 영화 <엽기적인 그녀> OST인 'I believe'를 배경음악으로 깔아 만든 풍자물처럼 김씨의 사과는 사랑 고백이 되고 말았으며, 자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편을 봐달라는 호소가 되고 말았다. 공적으로 받아들여져야 될 자리가 부부의 사사로운 고백의 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파의 조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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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감정적 호소, 신파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가끔씩은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적 호소가 더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적 호소가 이성적 판단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감정을 쌓는 시간과 공감이 바로 그것이다.

18대 대선이 대표적인 예이다. 박근혜 후보는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그가 문재인 후보보다 유능해서?

아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개인적인 불행사와 그의 아버지의 후광이 겹쳤기 때문이었다. 많은 지지자들은 오랜 시간 그의 아픔에 공감해 왔고,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감정적 호소가 국민들의 이성적 판단을 능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윤석열 후보는 그와 같은 시간과 공감을 쌓지 못했다. 아니, 쌓을 수도 없었다. 그는 당장 1년 전만 하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칼잡이로서 법이라는 잣대로 이성적인 판단을 중요시하던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아내 김건희씨가 나와서 눈물을 훌쩍이며 개인적인 아픔을 언급한들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 애초에 신파의 조건을 갖출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윤 후보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을 향한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이성적 판단이다. 다른 대선 후보들과의 토론을 피하면서 신파를 찍을 것이 아니라, 당당히 국민들 앞에 서서 정책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올해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은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라고들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극장개봉을 고집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300만 명을 훌쩍 넘겼기 때문인데,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로 '신파의 배제'가 꼽히기도 한다. 관객의 눈물 콧물을 짜낼 수 있는 남북관계를 오히려 덤덤하게 그려냄으로써 더 깊은 울림을 준 것이다. 부디 윤석열 후보가 <모가디슈>로부터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감정적 호소로 승리한 대통령이 어찌 되었는지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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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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