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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MPC)에 마련된 대형 모니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들어보이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 문재인-김정은 손 맞잡은 장면 지켜보는 취재기자들 2018년 4월 27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MPC)에 마련된 대형 모니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들어보이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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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수 있을까?' 바둑천재 이세돌의 수(手)에서 잠시 눈을 떼니, 다섯 평 남짓한 좁은 과실은 학번을 넘나드는 여럿 학우들의 토론장이 됐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토론 결과에 실망했던 것일까? 각자는 관련한 논문과 자료를 찾고 다시금 논쟁을 이어갔다. 논쟁을 이어갈수록 한 사람씩 학교를 떠났고 눈을 떠보니 어느덧 필자가 학교를 떠날 차례가 되었다.

전도유망(前途有望)한 학문으로써, 블루오션(Blue Ocean)의 꿈을 등에 지고 북한학과에 입학한 2016년의 한반도는, 언제나 그랬듯 시끌벅적했다.

새해가 밝아온 지 일주일 뒤 북한은 4차 핵실험(2016.1.)을 시도했고, 같은 해 9월 연쇄적인 핵실험을 강행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여부를 두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압력을 받게 됐고 내부 국론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또한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2016.2.)되면서 그야말로 '살얼음판의 남북관계'라고 표현할 수 있는 해였다.

악화된 남북관계의 역사는, 애석하게도 '분단국의 북한학과'의 위기와도 관계가 깊다. 탈냉전기 분위기에 따라 1990년대 중반부터 동국대를 시작으로 고려대, 명지대, 관동대, 조선대, 선문대 등에서 북한학과가 신설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줄줄이 폐과되거나 다른 전공과 통폐합됐다. 특히 저조한 취업률과 대학 구조조정을 이유로 동국대 북한학과는 정원이 감축됐고,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북한학과는 통일외교안보전공으로 개편됐다. 분단국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 현재, 북한학과 간판을 내걸고 있는 학교는 동국대가 유일하다. 

남북관계 시류에 따라 요동치는 위상

이처럼 북한학과의 존치 여부는, 남북관계에 따른 정치적 시류와 함께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남북관계의 악화는 어쩌면 유일하게 남은 북한학과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지 모르겠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BLUE(유망한)와 BLUE(우울한)'의 경계를 지나야하는 북한학과 학생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 실험발사로 남북관계가 최악에 다다르면서, 북한학과는 다시금 벼랑 끝에 내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임시평화체제 형성으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었고, 흔들린 북한학과의 위상은 정상궤도에 오르게 된다. 따뜻한 한반도의 봄처럼, 위축된 북한학도에게 기회가 다가왔다.

11년만에 성사된 2018년의 남북 정상회담과 4.27 판문점선언의 신호탄을 시작으로, 9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적 긴장완화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평화적 상태로 전환했다. 이것을 넘어, 2018, 2019년 동안 전개된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논의의 진전은 이전 시기와는 결이 다른 국민적 기대감을 안겨줬다.

변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북한 분야 관련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투입될 수 있는 북한 전문가 양성이 요구됐다. 특히 북한의 정치·경제·사회를 비롯해 언어와 생활, 문화와 북한이탈주민, 통일정책과 체제통합, 경제협력과 문예 등을 포괄적으로 배우는 학과의 특성을 통해 정부기관과 연구기관, 남북경협, 대북사업 실무자 등 다방면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됐다.

그러나 분단국의 북한학과엔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하노이 노딜(2019)에 이은 북미관계의 악화와 교착된 남북관계는 북한학도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취업은 어떡하니?" "그거 배워서 뭐할래?" "그거 빨갱이 되는거 아니야?" "오늘날 사회는 그런 학문을 원하지 않을 걸?" 경색된 남북관계가 투영된 듯, 주변의 원색적인 질문은 북한학을 전공하고 있는 나를 위축시키곤 한다. 

그러나 'Blue(유망한)와 Blue(우울한)'의 경계를 걷는 북한학과 학생은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단단히 동여맬 준비를 하고 있다. 평화적인 남북관계와 같이, 경색된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알파고는 비핵화를 이끌 수 있는가?'처럼, 끝이 보이지 않지만 봐야 하는 수많은 토론 주제를 던지고 있다. '지금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할 방안은 무엇일까?' '남북관계의 구조적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분단국에 살아가는 우리는 어떠한 한반도를 꿈꿔야 하는가?'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분단국의 북한학도는 여전히 뚜벅뚜벅 그 해답을 그려나가고 있다. 우리들의 꿈이 언제 현실이 될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수많은 질문을 채워나갈 작고도 큰 영웅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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