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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열린 김영길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퇴임식.
 12월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열린 김영길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퇴임식.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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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을 다 바치고 다시 겨울나무로 서 있는 그대."(박노해 시 일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가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대 위원장 김영길 동지 퇴임식'을 열며 내건 제목이다.

경남도청 소속이던 김영길 전 위원장은 '공무원노조 결성'과 '진보정당 지지선언' 등으로 수배·구속을 겪으면서 해직됐다. 올해 '해직공무원 복직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그는 정년이 지나 복직할 수 없었다.

해직 기간에도 정년이 되면 공무원노조가 '퇴임식'을 열었지만, 김 전 위원장은 "해직 동지들이 복직을 못하고 있는데 무슨 퇴임식이냐"며 거부해왔다.

김 전 위원장은 1980년 5월 울산에서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7년간 근무하다 사직했고, 1990년 12월 경남도청 7급으로 다시 공직을 시작했다.

경남도청 세정과 차석이던 그는 2000년 4월 경남도청공무원직장협의회 창립 회장을 맡았고, 그해 8월 경남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그는 그해 11월 진주에서 열린 '공무원연금법 개악 저지 공무원·교사 대회'를 주도했다.

2001년 6월 9일 창원에서 공무원 첫 전국 규모 장외집회인 '6·9 창원대회'를 기획·집행했다. 당시 그는 6·9대회로 수배돼 창원 사파성당에서 보름 동안 농성하다 경찰에 자진 출석해 유치장에 수감되기도 했다.

그는 2002년 4월 공무원노조 결성(2월 23일) 주도 혐의로 구속됐고, 2002년 11월 연가파업 주도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04년 3월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2기)에 당선됐다.

그의 투쟁은 계속됐다. 2004년 4월 19일 총선을 앞두고 그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를 내걸고 '옛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을 했다.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특정 정당 지지선언을 한 사유로 그는 다시 수감됐다. 그해 총선에서 옛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석, 비례 8석의 총 10석 당선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2004년 11월 '공무원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교도소와 구치소 각 2차례 수감됐던 것이다.

이날 퇴임식은 김권준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영상 상영과 민중의례, 축하인사에 이어 노래패 '맥박'이 공연했고, '공로패' 전달 순서로 이어졌다.

전호일 위원장 후보는 "김영길 전 위원장 때는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해봤다. 총파업에다 '진보정당 지지선언' 등, 투쟁을 열심히 했다. 그 투쟁을 다시 할 시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퇴임식에는 그와 함께 활동했던 김일수(함양), 이병하(경남도청), 임종만(창원마산), 박재도(고성), 제갈종용(합천) 조합원을 비롯해, 안석태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차기),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 등이 함께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김영길 위원장을 비롯한 옛 동지들이 험난한 세월을 이겨내 왔다. 당연히 명예롭게 복직하고 퇴직해야 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공무원, 교사들의 정치기본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기본권 쟁취는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후배들이 선배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동근 경남도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축하 드리면서도 많이 아쉽다. 경남도청에서 많은 공무원들과 함께 축하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오늘도 의미있는 자리다"며 "젊은 후배들도 선배들의 노동 투쟁을 잘 기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경남도청 뒤편에 산책로가 생겼다. 혼자 그 길을 걸으며 이 길 이름을 '김영길'로 지어볼까라고 생각했다"며 "못 다한 일은 후배들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김영길 위원장, 활동가들 심장에 남아 있을 것"
  
12월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열린 김영길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퇴임식.
 12월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열린 김영길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퇴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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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열린 김영길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퇴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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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곤 진보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7년 동안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그때 노동운동의 원칙과 간부들의 자세를 김영길 위원한테서 배웠다"고 했다.

이정운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 권한대행은 "마음이 무겁다. 3년 전에 벌써 정년퇴직했을 것이다. 6·9대회의 기억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다"며 "선배들의 활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공무원노조로 성장했다. 고귀한 뜻을 잘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병하 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은 "해직되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더 큰 울림이 있는 퇴임식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3년 전에 퇴임식을 하자고 했더니, 당시 '해고자가 있는데 퇴임식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떻게 되었든 특별법으로 해직공무원 136명 가운데 2명만 남겨두고 다 복직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길 위원장는 법에서 정한 나이 때문에 공직에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에서 퇴임식을 한다"며 "김영길 위원장은 공무원노조가 만들어지도록 산파 역할을 했다. 활동가들의 심장에 남아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공무원노조 탄생과 높은 위상은 김영길 위원장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정년 이후에도 민주노조의 길에 함께 하길 빈다"고 했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린다. 김 위원장의 길은 노동사회 발전과 진보정치 강화의 밑거름이 됐다"며 "진보당은 이번 대선을 진보정치의 단결로 치러내야 하고, 옛 민주노동당에서 시작된 진보정치 전성기를 열어낼 것이고 그 길에 김영길 위원장의 손을 잡고 걷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영길 전 위원장이 퇴임사를 발표했다. 그는 "공직이 있었더라면 2018년 6월이 정년이었다. 그 때 퇴임식을 하자고 주변에서 말했지만 할 수 없었다"며 "노조 만든 게 무슨 죽을 죄인지, 이렇게 긴 세월 동안 해직 상태로 있어야 했느냐는 생각이다"고 했다.

이어 "나이 40대에 공무원직장협의회에 이어 공무원노조를 했다. 처음에는 노조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해보 싶은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창원이든 거제든 여기서 철도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에 유럽까지 가고 싶고, 다른 나라 땅을 밟지 않고 우리 땅을 밟아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희망 사항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땅에서 공무원 직업을 가진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면 모두가 하나의 깃발 아래 단일 대오를 만드는 게 꿈이다"며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공무원노조가 하나로 뭉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영길 전 위원장은 "역사에서 후퇴는 없어야 한다. 진보정당 집권의 희망을 갖고 살자. 우리가 주체가 되어 획득하면 된다. 더 뭉치면 된다"고 강조했다.
 
12월 27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열린 김영길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퇴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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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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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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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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