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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프랑스에서는 11월 말이 되면, 크리스마스가 한 달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를 비롯하여 각종 브랜드숍마다 각양각색의 강림절 달력(Calendrier de l'avent)이 진열되기 시작한다. 12월 1일부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까지 매일 하루 한 개씩 달력을 열어보는 재미와 함께 안에 들어있는 초콜릿을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강림절이란 크리스마스가 되기 이전에 네 번의 주일을 포함해서 지켜지는 절기로 주 예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기간을 가리킨다. 강림절 달력은 19세기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경건한 시간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달력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그림을 보기도 하고, 초콜릿을 먹으며 아이들은 인내심을 배우기도 했다. 
 
킨더에서 출시한 강림절 달력. 안에는 초콜릿이 들어 있다.
 킨더에서 출시한 강림절 달력. 안에는 초콜릿이 들어 있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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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부터 시작된 매일 아침 달력을 뜯어보는 것은 아침에 아이가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유인책이 되기도 했다. 공복에 초콜릿을 입에 넣으면서 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달콤한 그날을 상상했다. 인내심을 배울 수도 있다는 강림절 달력의 의미처럼 아이도 나도 인내심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이는 빨리 선물을 받고 싶어서, 나는 빨리 선물을 주고 싶어서.

한 번의 고비가 찾아오긴 했다. 크리스마스 3일 전, 장난감 가게에 들어갔다가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장난감을 손에서 놓지 않자, 그때 순간 "똑같은 거 이미 사놨으니 집에 가서 줄게"라고 말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25일 아침, 아이는 잠에서 깨자마자 베개 옆에 놓인 포장된 선물을 발견하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엄마, 정말로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놔두고 갔어." 놀라움, 설렘, 기쁨, 경이로움 등 다양한 감정이 들어있는 아이의 표정에서 나도 덩달아 기뻤다.

아이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던 장난감이었다. 아주 값비싼 장난감은 아니지만 아이가 평소에 노래를 부르던 장난감이라 생각해뒀다가 미리 사두었다. 이것을 가지고 싶다고 몇 번을 두 손 모아 기도했는지 모른다. 아이는 30분마다 한 번 꼴로 "엄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엄마, 오늘 기분 좋은 날이야." "엄마, 오늘 기분 참 좋다. 그지?" 등 조금씩 다른 표현을 사용하며 자신의 기분을 내게 말했다.

동그란 모양을 던지면 촥 펼쳐지면서 드래곤, 새, 공룡 등 다양한 모양으로 변신하는 장난감인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1개에서 크리스마스에 3개가 더 생겨서 총 4개의 장난감을 목욕할 때도 욕조에 가지고 들어가고, 외출할 때도 주머니에 소중히 넣고 다녔다. 이리저리 만져 보고, 여기에도 넣었다가 저기에도 넣었다가, 급기야는 각 이름을 붙여 동생처럼 애지중지했다. 

작은 선물에도 하루 종일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몰입하는 아이를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오로지 집중하는 이 순간처럼 아이가 나중에 커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기, 운동, 독서, 글쓰기, 그림, 창작... 그것이 무엇이 됐든 상관없이 자신이 그것에 온전히 푹 빠져서 재미를 느끼고,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  

오늘 기분이 좋다는 말을 거의 20번 정도 한 것 같다. 갑자기 내 볼에 뽀뽀를 하기도 하고, 코를 비비기도 했다. 나는 아이에게 "오늘처럼 너의 인생이 늘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라고 말했다. 물론 매일의 인생이 늘 즐겁고 기분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부모로서 아이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이 삶이 오늘처럼 기분 좋은 나날들로 많이 채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 강에 있는 그랑드 자트 섬(Ile de la Grande Jatte)의 모습
▲ 그랑드 자트 섬 센 강에 있는 그랑드 자트 섬(Ile de la Grade Jatte)의 모습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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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다음 날, 물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그랑드 자트 섬(Île de la Grande Jatte)에 있는 낚시와 자연의 집(Maison de la Pêche et de la Nature)에 가족이 함께 갔다. 양손에는 아빠와 엄마 손을 잡고, 주머니 속에는 장난감을 넣고, 물고기를 보러 가는 이 길.

아이에게 지금 이 순간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했다. 어른이 되어서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 어린 시절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그것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아이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추억을, 순간을 많이 가지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및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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