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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녹색연합은 '기후위기의 증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컨퍼런스를 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 사람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기후위기에 대해 증언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자리입니다. 지난 2년간은 기후위기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말했다면, 3년차를 맞이하는 올해 컨퍼런스에서는 기후위기 최전선의 경험과 여기에서 비롯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간호사, 해양생태활동가, 홈리스, 청년기후활동가, 사회학자, 교육행정가가 기후위기의 증인으로서 연단에 섰습니다. 이들의 증언과 행사 직전에 진행된 사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를 시작합니다.[기자말]
녹색연합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에서 발표 중인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
 녹색연합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에서 발표 중인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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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회는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국회는 해외 석탄화력발전 수출 사업을 통제하는데 실패했고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에서는 해외 석탄화력발전 수출 사업을 승인했다. 게다가 해외 석탄화력발전 수출사업을 해오던 기업들은 탈석탄을 선언하면서도 기존에 진행해오던 사업들은 그대로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기만적인 모습에 분노하며 적극적인 기후행동에 나선 청년들이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이다. 

선언적인 기후운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의 책임이 큰 국가, 기업들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이들의 행태를 폭로하면서 더 많은 대중들이 기후위기 현실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들의 과제이다. 올해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시공에 관여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비폭력 직접행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민형사 법정에 서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 함께 비폭력 직접행동을 진행했고, 두산중공업과 재판을 직접 치르고 있는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 이야기를 전한다.

기후직접행동을 시작한 이유
 
2021년 2월 18일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에서 두산로고 조형물에 녹색스프레이를 칠하는 기습 시위를 진행했다. 두산중공업이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붕앙2' 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규탄하기 위해서 였다.
 2021년 2월 18일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에서 두산로고 조형물에 녹색스프레이를 칠하는 기습 시위를 진행했다. 두산중공업이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붕앙2" 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규탄하기 위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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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활동하고 있고 재판팀 팀장을 맡고있는 강은빈 활동가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사실 기후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가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2020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그전에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던 학부생이었어요. 지금은 현재 휴학 상태이고, 원래 지난 학기를 끝으로 졸업을 했어야 했는데요. 졸업장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 기후활동에 전념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전까지는 총학생회에서 정책국장으로 일하면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 채식 식단을 도입하기 위한 활동 등 여러가지 일을 했었는데요. 열심히 했지만 막연하게 이런 걸로는 뭔가 제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2019년 9월 혜화에서 진행된 기후위기 행진에 일반 시민으로 참여했었어요. 

이때 기후위기를 직면하려면 옛날부터 배웠던 북극곰이 아프고, 지구가 이렇게 뜨거워지고 등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요구를 해서 지도자들을 움직이게 하고, 기업이 시민들의 눈치를 보게 하는 활동이 필요하겠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던 "청년들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 "그냥 스터디하고 공부하는 거 말고 우리 좀 직접적인 행동도 하고 구체적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목소리들을 내자", "한탄만 하지 말고, 우리가 바로 하자"라는 맥락으로 청년 기후긴급행동이 꾸려졌습니다. 

기후위기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봤을 때 기업 또는 정부에서 권력과 권한을 가진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 우리가 불복종 운동까지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올해 두산중공업을 대상으로 비폭력 직접행동을 진행했는데요. 그것 때문에 2건의 기후재판을 치르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이 1건이 있고, 두산 임직원들이 정신적 충격이 크니 18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손해배상하라는 민사재판 1건이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세요. 왜 하필 우리나라도 아니고 너희 집 앞도 아닌데 베트남에 지어지는 석탄발전소를 반대하냐고 말이죠. 사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기후위기는 국경을 초월한 문제잖아요. 우리집 앞에서 짓지 않고 베트남에서 짓든 남아메리카에서 짓든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의 일로로써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수출하게 되면 이게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생태학살을 만들어가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석탄발전 사업을 할 수 있는 입지가 점점 좁아지니까 해외에 석탄발전을 수출하도록 만들어진 어떤 메커니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2020년 마지막 날에 저희가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선언문(탄소오적 저지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도, 국회도, 다양한 지자체에서 "기후위기! 기후위기!"하던 때였거든요. 그렇지만 구체적인 행동이나 조치들이 없어서 "과연 이들이 정말 우리와 같이 기후위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동지들인가? 아니면 우리를 계속 현혹시키고 어떤 공허한 희망만 쥐여주고 정말 구체적인 기후변화대응을 지연시키게 만드는 이들인가?" 하는 어떤 혼란 속에서 저희가 선언문을 썼고, 이런 기후직접행동을 시작했었습니다. 

지금 두산중공업과 재판 중이지만 사실 두산중공업만 타깃으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탈석탄 선언을 했지만, 결국에는 기존에 진행해온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는 계속 짓겠다고 하고 언론에서는 탈석탄 선언을 했다는 광고효과만 누리는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한국전력의 기만적인 모습들에 대해서 저희는 분노했습니다. 

또한 2020년에 국회에서 97%의 찬성률로 기후위기비상결의안이 통과가 됐음에도 이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하나를 재검토하겠다는 결단도 못 내리는 상황들 앞에서 분노를 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그냥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악바리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지난 2월 18일에 두산중공업에서 비폭력 직접행동을 벌인 것이죠.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 2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석탄화력발전소 시공 중단을 요구하며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 앞에서 녹색스프레이를 뿌리며 기습시위를 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2021년 7월 16일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 2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석탄화력발전소 시공 중단을 요구하며 두산중공업 본사 건물 앞에서 녹색스프레이를 뿌리며 기습시위를 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이 2021년 7월 16일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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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가 기업을 대상으로 비폭력 직접행동을 일부러 벌인 것도 있어요. 정부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그 산자부 앞에서도 찾아가고 다양한 어떤 것들을 많이 했지만, 구체적으로는 어쨌든 직접행동을 할 때는 일부러 좀 사기업을 택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두산이 1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족벌 대기업인데 두산중공업이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곳곳에서 석탄 발전소를 짓고 또 그걸로 돈을 벌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말 그대로 살리는 대기업인데요. 이런 기업들을 상대로 상징적인 싸움을 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이런 싸움을 시작했을 때 사실 저희는 정말 가진 것도 없고, 그리고 사실 벌금 수천만 원 했을 때 그걸 한 번에 낼 수 있는 그런 것도 없고, 그걸 맞설 수 있는 메시지 들도 저희는 많이 약하죠. 왜냐면 저희도 이런 활동들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해오는 과정에 있고, 다양한 분들에게 조언을 들으면서 이제 적용을 하고 또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민형사재판을 치르면서 다양한 변호사님들 만나서 여러 고민을 나누게 되었는데요. 최근에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민사소송은 문제가 생기고 예방적인 차원에서는 소송이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사건들이 있으니까 이런 피해가 예상이 된다. 그러니 이걸 취소하도록 법이 사법부에서 판결 내려달라"라고 했을 때 사법부는 절대 판결 내려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미 사건이 다 벌어지고 났을 때 그걸 현금으로 치환을 해서 돈을 내도록 하는 체계라는 거죠. 그럼 이런 체계로 기후위기롤 바라본다면 회복의 불가능한 기후붕괴가 찾아오고 난 다음에 지구가 정말 말 그대로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그때 "우리가 그런 기업에게 또는 국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체계를 보면서 이런 시스템 안에서 우리가 어떤 싸움을 할 수 있는 거지? 과연 우리가 기업에 맞선다고 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정말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이 뭘까? 그리고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라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기후위기의 현실을 마주하는 그 과정도 사실 정말 마음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있거든요. 그래서 기후 우울 또 기후 슬픔 같은 부정적인 말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앞으로 계속 활동을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희망을 계속 보지 못한 상황들 또는 우리는 이렇게 절박하고 기후위기는 이렇게 심각해지는데 뭔가 이 권력이 그 힘이 너무 세서 도무지 바뀌지 않고 꿈쩍도 않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소진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소진이 되는 과정들도 저는 하나의 기후위기의 현실이라고 또 생각해요. 이런 현실 앞에서 사람들이 소진되고 희망을 잃고 에너지를 상실하고 회피하게 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번아웃이 오고 이런 상황들도 시대의 무게에 짓눌린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안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극복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평범한 사람들, 정말 이 현실을 말 그대로 직면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서 유일한 희망이 있다는 것이죠. 
 
2021년 9월 15일 두산중공업과 청년기후긴급행동 간에 진행 중인 형사소송 1차 공판이 열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 모인 시민들
 2021년 9월 15일 두산중공업과 청년기후긴급행동 간에 진행 중인 형사소송 1차 공판이 열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 모인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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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이렇게 법정에 선 이유는 우리가 목도한 부정의와 또 이런 권력의 무지막지한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우리가 그냥 체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저항하고 법적인 울타리 안에서 착한 캠페인이나 운동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도전했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실제로 연결되고 좋은 에너지도 또 받는 것 같은데 그런 과정들이 더 많아지고, 더 나은 것들을 계속 꿈꾸는 목소리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 이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기후위기의 증인들' 행사 영상]
 
▲ [2021 그린컨퍼런스]기후위기의 증인들_우리가 법정에 서는 이유_강은빈/청년기후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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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녹색연합, #기후위기의증인들, #청년기후긴급행동, #베트남 붕앙2, #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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