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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크리스마스 전날이 금요일이라 우리 반 아이들에게 뭐라도 주고 싶어 일주일 전에 간식 꾸러미를 주문했었다. 그런데 주문 다음날, 업체로부터 주문량 폭주로 출고가 지연되어 크리스마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순차적으로 배송이 될 거라는 메시지가 왔다.

'안 돼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반 아이들 주려고 주문한 거예요!'

다급해진 마음에 간절한 답문을 보냈지만, 크리스마스 전 출고 마감이라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문 바로 다음날이나 늦어도 2~3일 이내면 받아 드는 총알 배송에 익숙해지다 보니 일주일이나 미리 신청한 물건을 받지 못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서둘렀을 텐데... 동학년 선생님들과 미리 준비해 둔 양말 선물이 있긴 했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신나는 날들 중 하루인 크리스마스에 달콤한 간식들로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려던 계획은 결국 무산되었다.
  
어린이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잘해요. 우리도 가까운 이에게 아끼지 말고 말해 볼까요?^^
▲ 우리 반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1 어린이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잘해요. 우리도 가까운 이에게 아끼지 말고 말해 볼까요?^^
ⓒ 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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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가 올해는 무슨 선물을 주실지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을 보니, 초등학교 1학년 때 이미 산타의 실존에 대해 알아버린 내 유년 시절이 조금은 야속해졌다. 초1 크리스마스 날, 머리맡에 놓인 인형 선물을 받고 몹시 좋아했던 기억. 눕히면 눈을 감고 세우면 눈을 뜨던 그 인형은 당시엔 흔치 않던 물건이었다. 

너무 좋아 인형을 품에 꼭 안고 엄마를 따라나섰다가 길에서 만난 옆집 아주머니께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머니께서 "어머, 저런 인형을 어디서 샀대요?" 물으시니 별생각 없이 어디 어디에서 샀다고 답하신 엄마. 쓸데없이 눈치는 빨라서 난 "이걸 엄마가 산 거야?"라고 물었고 당황스러워하시던 엄마의 표정과 함께 깨져버린 산타에 대한 환상.

그래서 슬펐느냐? 하면 꼭 그랬던 건 아닌 것 같다. 친구들은 모르는 금기를 먼저 알았다는 데서 오는 어떤 우월감. 어른들만 공유하는 진실에 한 발 다가선 듯한 조숙함.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을 그때의 나는 가졌던 것 같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어른스러움은 많은 부분 몰랐으면 더 좋았을 소중한 것들을 앗아가곤 한다는 사실을 그땐 잘 몰랐으니까.

"친구가 말하는데요. 산타가 없대요. 진짜 산타 없어요?" 한 아이가 묻자, "있지~ 난 사진도 찍었어!" 다른 아이가 답한다. 이렇게 산타의 존재 유무를 묻는 어린이들은 불특정 친구를 앞세워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할까. 나의 대답은 늘 이렇다.

"산타는 늘 우리 마음에 있는 거야. 믿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오시지. 믿지 않는 사람에게 산타는 오지 않아."

가끔 산타가 없다고 말한 아이들이 자기에게만 산타가 오지 않을까 봐 속앓이 할지 몰라 덧붙인다.

"산타는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는 살 수 없지만, 어린이들에게 선물은 주고 싶으시기 때문에 부모님께 자신의 역할을 대신 맡기기도 하신단다."

이 말은 산타를 마음에서 일찍 떠나보낸 뒤 나도 모르게 어린이다움의 한 영역을 일찍 상실한 내게 보내는 위안의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일찍 산타를 떠나보낸 내게 올해 크리스마스엔 직접 찾아와 준 산타가 많았다.
 
어린이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잘해요. 우리도 가까운 이에게 아끼지 말고 말해 볼까요?^^
▲ 우리 반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 어린이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잘해요. 우리도 가까운 이에게 아끼지 말고 말해 볼까요?^^
ⓒ 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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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날 아침. 우리 반 달래(가명)가 내 책상 위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상자 하나를 올려놓았다. 열어보니 내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했던 달달한 것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너무 고맙지만 내용물은 받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달래는 다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아이의 정성이 바래지 않도록 사진을 찍어 두었다. 아이가 직접 만든 상자와 편지만 받고 내용물을 돌려주면서 달래가 서운해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우리 집은 이제 어린이가 없어 포장을 하여 머리맡에 놓는 형식의 산타 선물은 사라진 지 몇 년 되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날 아침, 자고 일어나니 우리 부부 침실 옆에 선물 꾸러미가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중3 딸이 엄마, 아빠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딸이 없었다면 참 서운했겠다
▲ 딸의 크리스마스 선물 딸이 없었다면 참 서운했겠다
ⓒ 정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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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좋아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넣음'이라는 포장 위 메모가 선물을 고르던 딸의 고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포장지 속을 꽉 채운 다*소 소품들. 브랜드를 따질 수 없는 딸의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몇 년 전까지 아이들이 잠들기만을 기다렸다가 한밤중 선물을 포장하던 내가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딸이 없었다면 참 서운했겠다.

크리스마스날 늦잠 자고 일어나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날아온 친구의 톡 선물도 감동이었다. 좋은 날, 좋은 마음을 나누고 싶은 친구는 늘 나를 마음 부자로 만든다. 올해 난 누군가를 마음 부자로 만들어 준 적이 있었던가.

아들은 하필 좋아하는 미술 수업이 있는 날에 맞은 크리스마스가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무료함에 못 이겨 주방 찬장 속에 묵혀두었던 호떡 믹스 재료를 찾아온 걸 보면. 손가락을 움직여야 행복을 느끼는 아들과 호떡을 만들어 먹으며 보낸 소소한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일상의 행복에 또 한 번 감사하며 2021년의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 한파에 맞은 성탄절이 누군가에게 혹독한 하루가 되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 함께 게재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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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은 공립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이들에게서 더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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