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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20일째, 12월 24일이다.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날씨가 흐리고 그동안의 여독도 풀 겸 산방산탄산온천을 찾았다. 이 온천은 지난 2020년 9월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이후로 이용객이 많이 줄었단다. 업체 측에서 시설과 방문객 위생관리에 각별하게 신경쓰고 있다. 온천에 입장하는데 보안기관에 들어가는 것처럼 철저하다.

산방산탄산온천은 제주 최초의 대중온천이며 탄산온천이다. 유리탄산과 중탄산 이온, 나트륨 등의 성분이 국내의 다른 온천에 비해 5배 이상 함유하고 있단다. 이 온천은 '구명수'라 부르기도 하는데 비둘기 울음소리가 난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람을 구한 물이란 뜻이기도 하단다.

이 탄산온천에서 목욕을 하면 피부 미용에 도움을 주고, 피로회복에도 좋아 제주 여행 중 쌓인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내부를 새롭게 단장하여 전에 들렀을 때보다 훨씬 깨끗하다. 탕 내에는 여남은 명의 손님들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 나도 온천 이용요령을 꼼꼼히 살핀 후 온천욕을 즐겼다. 집에서도 누리지 못한 호사를 먼 여행지에서 누린다.

절울이오름 송악산

온천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흐리던 하늘이 화창하다. 인근 송학산으로 이동했다. 등산로 입구 주차장엔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섯알오름 가는 길목의 동알오름 아래에 차를 세워두고 제주 최남단 해안로를 따라 송악산 둘레길 올레 10코스를 시계방향으로 걷는다. 마라도를 오가는 배가 산이수동 방파제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방파제 너머 해안가 절벽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제주 사람들을 동원해 뚫어놓은 인공 동굴 15개가 있다.

'산이수동' 동네 이름이 특이해서 여기저기 검색해 봤다. 제주특별자치도 마을 특성 및 실태조사(서귀포시) 자료에 따르면 산이수동은 송악산 북쪽에 자리한 동네로 산 밑에서 물이 솟아나는데 이 샘을 산이물, 생이물 등으로 부르다가 370여 년 전 마을이 생겨나면서 동네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전하고 있다.
 
형제섬 너머로 멀리 한라산이 아스라하다.
▲ 송악산 해안등산로에서 바라본 형제섬 형제섬 너머로 멀리 한라산이 아스라하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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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진지동굴이 보이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마른 풀숲에는 산국이 무리지어 노랗게 피었다. 마을 쪽 산은 곰솔이 울창한 해송산림욕장이다. 예전엔 동백, 후박, 느릅나무 등이 산 전체에 무성했다고 하는데, 일제시대 군사기지를 만드느라 불태워져 지금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풀만 무성할 뿐이다.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송악목장을 지나 산이수동 부녀회의 집을 비켜 '부남코지' 바람 부는 언덕에 올랐다. 형제섬 너머로 멀리 한라산이 구름에 가린 채 아스라하다. 깎아지른 언덕 아래는 바다가 우는 '절울이 바위'다. 오늘도 바람맞은 바다가 그칠 줄 모르고 울어댄다. 바람은 강하게 혹은 약하게, 수면으로 혹은 공중으로 종잡을 수 없는 모양을 하고 파도를 밀고와 바위를 울린다. 바다도 따라 운다.

송악산 정상은 휴식 중이라 오를 수가 없다. 송악산은 소화산체로 단성화산(單性火山)이면서 꼭대기에 2중 분화구가 있다. 제1 분화구는 지름 약 500m, 둘레 약 1.7㎞이고, 제2 분화구는 제1 분화구 안에 있는 화구로서 둘레 약 400m, 깊이 69m로 거의 수직으로 경사져 있단다. 직접 오를 수 없어 안타깝다.
 
송악산 서쪽의 제3전망대에서 바라본 개구리구석 검은모래해변이 아름답다.
▲ 개구리구석 검은모래해변 송악산 서쪽의 제3전망대에서 바라본 개구리구석 검은모래해변이 아름답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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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탐방코스는 아찔한 절벽이 이어진다. 둘레길의 끝자락 제3 전망대에 이르니 개구리구석 검은모래 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해변은 조용하고 아늑한 모습이다. 하모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이 완만한 곡선으로 그지없이 부드럽다.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가 파도를 타며 작아졌다 커졌다 한다.

해안로 안쪽 대정뜰에는 케일, 양배추, 마늘 등 겨울 작물들이 너른 평원을 파랗게 수놓고 있다. 평원 곳곳에 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지하벙커 등 전쟁의 흔적들이 아픈 역사와 함께 아직도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멀리 모슬봉(모슬개오름), 단산(바굼지오름)이 너무 높지 않아 정겹다.

한 무리의 올레꾼들이 수다를 떨며 우리 곁을 지나간다. 따뜻한 차로 몸을 녹인 후 큰길로 곧장 나가지 않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산등성이 송림길을 밟아 내려왔다. 송악산은 높이 104m, 둘레 3115m, 면적 58.6㏊이며, 절울이오름, 저별이악(貯別伊岳)이라고도 부른다. 해찰을 부리며 천천히 돌아도 2시간이면 족히 돌 수 있다.

오는 길에는 모슬포항에서 방어 소비촉진행사를 벌이고 있어 일부러 들렀다. 어획이 좋았는지 상가 수족관마다 대방어가 그득하다. 둘이 먹을 양으로 회 한 접시를 떠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붓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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