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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품질 논란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5만 원~10만 원 대의 서울 시내 호텔의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광고 속 사진과 너무도 달라서 실망이라는 후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심지어 25만 원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출시되고 있는데 없어서 못팔 정도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홈파티가 늘면서 케이크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고 한다. 논란의 케이크 이름을 보니, '둘세 초콜릿 몽블랑', '부쉬 드 노엘'이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 케이크를 받고 나서 사진과 너무 달라서 실망스럽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초코 크림이 제대로 발리지 않아 시트가 다 보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부쉬 드 노엘'이란 무엇인가?
 
알베르 제과점에서 구매한 미니 부쉬 드 노엘 케이크 3개. 작지만 강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도끼와 트리가 눈에 띈다.
▲ 미니 부쉬 드 노엘 3개  알베르 제과점에서 구매한 미니 부쉬 드 노엘 케이크 3개. 작지만 강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도끼와 트리가 눈에 띈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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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 때 먹는 부쉬 드 노엘은 어떤지 곳곳에 있는 빵집을 돌아다니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과연 어떤 모양으로,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프랑스는 빵이 주식인 나라이기 때문에 곳곳에 빵집이 많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빵집마다 시즌 케이크인 부쉬 드 노엘(Bûche de Noël)이 진열되기 시작한다. 프랑스어로 부쉬(Bûche)는 통나무라는 뜻이고, 노엘(Noël)은 크리스마스라는 뜻이다. 단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크리스마스의 통나무라는 뜻을 가진 케이크는 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중세 시대부터 시작된 풍습으로 한 해의 풍작을 기념하기 위해 며칠 동안 나무 장작을 불태우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불을 태우는 행위는 마녀와 같은 액귀를 물리치고 집을 보호하기 위함도 있었다. 또한, 성탄절 통나무는 집 안 모든 가족과 이웃들이 화로 주위로 모여들며 추운 계절의 혹독함을 유용하게 이겨낼 수 있는 축복의 재료였다.    

프랑스는 아직도 가정에 화로가 있는 집이 있는데, 실제 파리 시내에서 장작을 태우는 집은 많지는 않지만 그 화로가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집들도 있다. 화로에 나무장작을 불 태우던 관습이 점차 사라지면서, 이를 기리기 위해 통나무 모양의 초콜렛 케이크를 만들어 성탄절에 다같이 먹으면서 풍습을 되새기게 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프랑스 빵집마다 각양각색의 부쉬 드 노엘이 진열되어 있다.
▲ 빵집마다 부쉬 드 노엘을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빵집마다 각양각색의 부쉬 드 노엘이 진열되어 있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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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래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단순히 크리스마스 시즌 마케팅을 위한 케이크라고 넘겨짚었던 부쉬 드 노엘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하얀색, 빨간색, 초콜렛색, 핑크색, 노란색 등 색깔도 천차만별이다. 크기도 4인용, 6인용, 10인용으로 다양하다. 케이크 한 개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미니 조각 부쉬 드 노엘 케이크도 많이 있었다. 각 케이크 앞에는 이름과 재료도 함께 적혀있었다. 

로얄 부쉐뜨(Buchette Royal), 밤 부쉐트(Bûchette Marron), 초콜렛 버터 부쉬(La Bûche beurre chocolat), 프랄린 버터 부쉬(La Bûche beurre praline)등 이름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부쉬 드 노엘 가격은 빵집마다 조금씩 다른데, 동네 일반 빵집 기준으로, 4인용 20유로(한화 약 2만 7000원), 6인용 30유로(한화 약 4만 원), 8인용 40유로(한화 약 5만 4000원)정도 한다. 미니 조각 케익은 개 당 보통 5유로(한화 약 6700원)정도 한다. 르노트르(Lenôtre)와 같은 브랜드 제과점에서는 현재 4인용 46유로(한화 약 6만 2000원), 6인용 67유로(한화 약 9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리츠 파리(Ritz Paris)와 같은 5성급 호텔에서는 6인용 105유로(한화 약 14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프랑스 빵집마다 부쉬 드 노엘을 팔고 있다.
▲ 부쉬 드 노엘 프랑스 빵집마다 부쉬 드 노엘을 팔고 있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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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살펴보았는데, 하나같이 모양이 이쁘고, 디테일이 정교했다. 물론 흐트러진 모양도 간혹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필자는 4인용으로 한 개 살까 하다가 여러가지 맛을 보고 싶어서 미니 조각 케익 3개를 샀다. 집에서 조금 멀지만 동네 빵집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알베르(Albert)에서 구매했다.  

장작을 패는 도끼, 눈 위에 있는 트리 등 미니 케익에도 정교한 디테일을 강조했다. 모양만 이쁜 줄 알았는데, 맛도 있었다. 프랑스 케이크는 너무 달다고만 생각해서 즐겨먹지 않았는데 이번 부쉬 드 노엘 케이크는 적당히 달면서 크림도 느끼하지 않아, 한 입 두 입 자꾸 먹었다. 케이크를 썩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도끼와 트리만 쏙 빼서 가지고 놀았다. 
 
프랑스 냉동식품 전문점 피카에서 구매한 아이스크림으로 된 부쉬 드 노엘.
▲ 피카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부쉬 드 노엘 프랑스 냉동식품 전문점 피카에서 구매한 아이스크림으로 된 부쉬 드 노엘.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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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는 피카(Picard)라는 냉동식품 전문샵이 있다. 이곳은 바쁜 프랑스 워킹맘 및 주부들의 구세주라고 불리는 곳으로 고기, 생선은 물론 각종 야채, 과일 등 모든 것을 냉동시켜 파는 곳이다. 심지어 크로와상, 마카롱도 얼려서 팔고 있다. 식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랑스인들로부터  냉동식품 전문점 피카는 의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피카에도 부쉬 드 노엘을 팔고 있다. 종류도 너무 다양했다. 필자는 부쉬 글라세(Bûche glacée)라는 아이스크림으로 된 부쉬를 구매했다. 가격은 8인용 사이즈로 8.95유로(한화 약 1만 1700원)이다. 바닐라(Vanille), 캬라멜(Caramel), 가염 버터(Beurre salé) 맛이 나는 통나무 모양 아이스크림으로 맛있었다. 

결론적으로 프랑스에서 먹어본 부쉬 드 노엘은 맛, 모양, 가격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함께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 값비싼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박하더라도 가족 또는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눠 먹으며,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프랑스 빵집마다 부쉬 드 노엘을 판매하고 있다.
▲ 부쉬 드 노엘 프랑스 빵집마다 부쉬 드 노엘을 판매하고 있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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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또는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부쉬드노엘, #크리스마스케이크, #크리스마스, #프랑스,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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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살면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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