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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을 묻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수(국민의힘) 의원실 질의에 "2022년 5월 9일 24시"라고 답변했다.

대통령 임기가 반년도 남지 않았다. 1987년 헌법이 '5년 단임제 대통령제'로 개정된 후 소위 '87년 민주화 체제'에서의 일곱 번째 대통령 퇴임이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돌이켜보면 퇴임 후가 그리 행복하게 보였던 대통령은 없었다.

현실도 그러하다. 지난 11월 23일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이, 10월 26일에는 노태우가 28일 간격을 두고 세상을 등지며 한 시대가 끝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들은 우리 사회에 이념과 지역 갈등 시대를 연 이른바 '87체제'의 단초를 5.18로 제공했다. 5.18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가 이토록 '찐한' 진영 전쟁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두환의 죽음에서 87체제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한 이유다.

이제 전직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 뿐인데, 모두 수감생활을 겪었다. 박근혜의 경우 사면되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5년짜리' 대통령 시대의 악몽 같은 악순환을 보는 느낌이다.
     
장기적 플랜 세우며 국정 펼칠 수 있게 해야
 
사진은 지난 2009년 7월 9일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모습.
 사진은 지난 2009년 7월 9일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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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어느 모임에 가더라도 거듭 주장하는 것이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 대통령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흔히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승자독식-제왕적이라 비판하지만, 내게는 그 5년에서 대통령으로 하여금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하도록 만드는 무기력의 폐해만 보인다. 말하자면 겉으로는 제왕적이라지만 실상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그런 대통령인 셈이다.

5년이란 시간을 되짚어 보자. 당선 후 첫 해는 정권인수 시기에다 국정에 적응하는 일종의 '인턴시기'라 할 수 있고, 2년 차에 본격적으로 개혁을 시도하면 벌써 기득권 저항에 부딪힌다. 3년 차에 접어들면 레임덕이 시작되고 역사에 남을 업적은커녕 실정만 눈앞에 잔뜩 쌓은 대통령은 퇴임 후를 걱정하며 잠 못 이룬다. 그런 초조함은 권력형 비리 유혹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지난 30년 동안 줄곧 반복된 '87년 체제'의 실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오랜 세월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고선 제대로 꿈도 펼치지 못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개혁 작업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펼쳤던 YS와 DJ는 민주화투쟁을 하며 오랜 세월 준비했던, 거기에다 수십 년에 걸쳐 자신들을 따르는 계보(인재 풀)를 지닌 보스였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만든 것도 그들이었다. 6월 민주항쟁으로 전두환 정권을 끝낸 1987년, 군부쿠데타나 독재정권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연임제 폐지하고 단임제로 한 것이지만 내겐 단견으로 보인다.

제3세계에서 무수히 일어났던 군부쿠데타는 미국과 소련이 주도한 동서냉전 부산물인데, 1987년은 동서냉전이 해빙기로 접어들면서 이미 세계는 군부쿠데타가 불가능한 시대였는데, 그런 염려 때문에 연임제 폐지했던 것이다(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3김이 돌아가면서 집권하기 위해 단임제를 했다는 일설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인 미국의 경우도 트럼프 대통령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선을 해 대체적으로 8년을 집권하는데, 사실상의 '8년 임기제'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사실 그 정도는 되어야 국가경영의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며 국정을 펼칠 수 있는 까닭이다. 심지어 대공황시기 뉴딜정책으로 미국을 살렸던 대통령 루즈벨트는 네 번이나 당선돼 12년 장기집권도 했었다.

이처럼 우리 정치의 폐해는 '87년 체제'로 급조된 헌법에 기초한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문제의 뿌리가 닿아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5년짜리' 정부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무언가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 정치를 바꾸려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재도약하려면 '87년 체제' 탈피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역시 6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을 앞두고 그러했듯 지난 4년 동안의 갖가지 실정의 보따리를 국민들 앞에 펼쳐놓고 있다. 부동산 문제 등으로 서민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아넣었다. 실망한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 앞에서 문재인 정부는 정권재창출 꿈을 꿀 수 없을 정도로 막다른 곳으로 몰리고 있다.

아파트값 폭등, LH사태, 대장동 게이트 등 부동산 관련 실정들을 비롯해, 코로나19 영업제한으로 인한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줄 폐업 등 서민경제에 회복불능의 치명상을 입혀 중도층마저 보수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정권의 안위를 걸고 매달려 '대북 로또'라 일컬어졌던 대북정책도 최후의 불꽃으로 종전선언을 지피고 있지만 난관에 봉착해 있다.

대한민국 눈길을 미래로 향하게 만드는 대통령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권력의 저녁노을 앞에선 대통령 문재인의 가슴은 그리 가볍지 않을 것이다. 문득 시인 신동엽의 산문시 '석양 대통령'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것은 단순히 문학적 감성만은 아니리라.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思索)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우리의 대통령들은 언제 이러한 향기로 국민들에게 다가올 것인가. 비열한 네거티브 공세로 진흙탕 싸움판 되어버린 이번 대선에서 볼 수 있듯이, 권력유지 위한 정권재창출이 대통령의 유일한 과제가 아니길 바란다. 통합의 리더십으로 서민들 가슴마다 맺힌 주름살을 활짝 펴주는 대통령을 바란다.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의 눈길을 미래로 향하게 만드는 대통령, 참으로 그 옛날 김구 선생이나 여운형 선생 같은 고결하고도 넉넉한 인품이 그립기만 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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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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