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와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이강인(흰색 유니폼)

그라나다와 경기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이강인(흰색 유니폼) ⓒ 연합뉴스

 
유스 시절부터 오랫동안 몸 담았던 발렌시아를 떠난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이강인이 마요르카로 이적한 첫 시즌부터 팀 내 주요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강인은 2011년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하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이미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화려한 발재간과 테크닉, 킬러 패스와 정확한 킥력으로 발렌시아의 미래가 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강인은 17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2018년 컵 대회에 출전하며 경쟁력을 증명하더니 비로소 2019년 1월 정식 발렌시아 성인 프로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이강인은 기대만큼 꾸준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2019-2020시즌 종료 후 이적을 모색한 이강인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은 발렌시아였다. 이강인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으로 유혹한 것이다. 2020-2021시즌 초반 막시 고메스와 투톱으로 몇 차례 선발로 나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출전 기회가 들쭉날쭉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페인 현지 언론은 '이강인과 막시 고메스를 지목하며 '하비 그라시아 감독에게 반기를 든 선수'라고 보도했다. 후반기 들어 입지가 좁아진 이강인은 결국 2020-2021시즌 리그 24경기 가운데 15회 선발 출전에 그쳤다.
 
이강인의 선택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행선지는 2부리그에서 승격한 마요르카. 비록 약팀이지만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팀에서 다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강인, 마요르카서 주전으로 맹활약

이강인은 9월 12일 라 리가 4라운드 빌바오전에서 후반 27분 투입돼 마요르카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6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는 처음으로 선발 출장했다. 이 경기서 이강인은 전반 25분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 사이로 직접 드리블한 뒤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키며 마요르카 데뷔골의 감격을 누렸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이후 이강인은 지속적으로 본 포지션인 2선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다. 좌우 윙어 다니 로드리게스, 산체스와의 호흡이 점차적으로 녹아들고 있는데다 발렌시아에서와 달리 본 포지션에서 뛰면서 자신이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어느 위치에서든 공을 지켜내고, 넓은 시야를 활용한 좌우 오픈 패스와 전방으로 향하는 침투 패스를 넣어주는데 능하다. 또, 공간이 열리면 과감한 슈팅을 시도해 공격의 물꼬를 튼다.
 
무엇보다 경직된 빌드업과 답답한 공격 전개로 인한 마요르카의 문제점을 이강인이 창의적인 플레이로 상쇄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강인은 10라운드 발렌시아, 16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최근 컵 대회 야레나전에서도 도움을 추가했다.
 
출전 시간을 놓고 보면 올 시즌 전반기까지 927분을 소화하며, 지난 시즌(1262분)과 비교해 훨씬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요르카 이적 후 리그 14경기 1골 3도움, 컵 대회 1경기 1도움을 기록했다. 이밖에 기회창출 19회, 드리블 성공 21회, 패스 성공률 77%로 마요르카 공격진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이강인의 후반기 과제, 수비력 보완-구보와의 공존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수비력과 팀 동료 일본인 출신 구보 다케유사와의 공존이다. 이강인은 지난 발렌시아전에서 한 차례 퇴장을 당했다. 공을 빼앗는 과정에서 다소 느린 순발력이 화근이 됐다. 이강인의 퇴장으로 인해 마요르카는 종료 직전 실점하며 다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이미 이강인은 2019-2020시즌에도 두 차례 레드 카드를 받은 경력이 있다. 거친 플레이를 지양하고, 수비적인 테크닉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부상에서 복귀한 구보의 가세 이후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8라운드 그라나다전에서 두 선수가 동반 선발 출전했으나 팀은 1-4로 크게 패했다.
 
마요르카의 루이스 가르시아 감독은 "이강인과 쿠보는 우리 팀에 중요한 존재지만 함께 경기장에서 뛰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두 선수의 공격력을 인정하면서도 피지컬과 수비력에 대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구보는 빠른 스피드와 일대일 돌파력이 뛰어난 윙어다. 이강인의 위치인 2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도 뛸 수 있다. 후반기에는 이강인이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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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마요르카 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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