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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18일째, 12월 22일에는 비양도에 다녀왔다. 한림을 지날 때마다 비양도를 보며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드디어 미지의 동경을 해결한다.

비양도는 58.7㏊의 면적에 해안선 길이 2.5km의 작은 화산섬이다. 85세대 174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한림항에서 북서쪽으로 5km의 거리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죽순이 많이 나 죽도라 부르기도 했다는 비양도는 고려시대 중국에서 한 오름이 날아와 비양도(飛揚島)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한림항에서 오전 9시 20분에 출발하는 비양도호에 올랐다. 30여 명의 승객을 실은 여객선은 갈매기들이 유영하는 한림항을 벗어나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는 비양도로 곧장 향했다. 15분가량 달려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하자 승객들은 공깃돌처럼 흩어져 섬 탐방길로 들어선다. 우리는 탐방객들이 몰려간 반대 방향으로 길을 잡아 돌기 시작했다.

선착장을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공사를 하느라고 대형트럭과 중장비까지 들어와 소란스럽다. 마을 모퉁이로 돌아가니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장이 정문에 나무 빗장을 걸고 쓸쓸히 앉아 있다. 내년 2월까지 휴교란다. 

선인장이 자생하는 해안을 따라 걷다 보니 펄랑못이다.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와 만들어진 '펄낭'이라는 이 호수는 길이 500m, 폭 50m의 초승달 모양의 염습지이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수위가 달라진단다. 다양한 염생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제법 큰 규모의 습지 둘레로는 탐방로가 잘 닦여 있어 여유를 갖고 걷기에 좋았다.
 
용암 내의 가스 분출에 의해 화산쇄설물이 화도 주변에 급경사로 쌓인 소규모 화산체인 호니토로 비양도에서만 볼 수 있다..
▲ 애기 업은 바위  용암 내의 가스 분출에 의해 화산쇄설물이 화도 주변에 급경사로 쌓인 소규모 화산체인 호니토로 비양도에서만 볼 수 있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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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랑못을 돌아가면 '애기 업은 돌' 호니토(Hornito)를 만날 수 있다.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바닷가를 응시하는 여인의 형상이다. 호니토는 용암 내의 가스 분출에 의해 화산쇄설물이 화도 주변에 급경사로 쌓인 소규모 화산체이다.

비양도에서만 볼 수 있는 호니토와 거대한 화산탄, 스코리아, 집괴암, 용암동굴이 해안을 따라 분포된 지질트레일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1002년과 1007년에 이 섬에서 화산분출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제주에서는 가장 최근에 발생한 화산 활동이다.

애기 업은 돌을 지나면 암석 공원이 있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기암괴석을 전시하고 있다. 그 형상이 이제 막 불 속에서 건져낸 것처럼 검붉다. 섬 서쪽으로 가니 코끼리 바위가 보인다. 코를 물속에 박고 태평양 넓은 바다의 파도를 다 견뎌내고 있다. 코끼리 등짝에는 가마우지들이 무리 지어 긴 목을 늘어뜨리고 쉬고 있다. 새들의 배설물로 바위가 하얗다.
 
비양도 서쪽바다에 있는 바위다. 가마우지들이 점령하여 진을 치고 있다.
▲ 코끼리바위 비양도 서쪽바다에 있는 바위다. 가마우지들이 점령하여 진을 치고 있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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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바위를 조금만 지나면 드디어 비양도의 최고봉인 비양봉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비양도의 중심에 자리 잡은 비양봉은 해발 114m이며 용암의 분출로 형성된 오름(측화산)이다. 하지만 탐방로 정비를 한다고 모두 막아놨다.

맘먹고 들어왔는데 분화구와 등대, 비양도에서만 자생한다는 비양나무를 볼 수 없으니 참으로 아쉽다. 계단 옆에 새롭게 단장한 음수대가 있어 목을 축였다. 물맛이 괜찮아 알고 보니 협재에서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을 끌어온단다.

화산탄이 뒹구는 해변에 앉아 블루빛 투명한 바다에 손을 담근다. 금방 푸른 물이 들 것 같다. 해조류들이 하늘거리는 사이로 어린 물고기들이 유유히 노닌다. 멀리 수평선에는 하얀색의 함선들이 멈춰있는 듯 서서히 어디론가로 긴 항해를 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섬 둘레길을 질주한다.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섬을 탐색하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섬의 그림 속에 빠져있다가 마을 쪽으로 향했다.
 
비양도의 민가가 하얗게 단장하고 낮은 자세로 웅크리고 있다.
▲ 비양도의 집 비양도의 민가가 하얗게 단장하고 낮은 자세로 웅크리고 있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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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은 주민들이 한두 명 보일 뿐 고즈넉하다. 집들은 서로서로 어깨를 기댄 채 낮게 몸을 웅크리고 있다. 외로운 섬은 한림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마냥 그곳을 응시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본 섬으로 여객선을 띄워 보내 외로움을 덜어내고 있었다. 웅장한 한라산이 어머니처럼 섬을 내려다보며 섬을 지켜준다.

섬이 외로울까 봐 섬이 솟았네
깍지는 끼지 않았으나
손끝 진동이 파르르
전해올 듯,
마주 보는 일 하나만으로도
파도가 치고
물새들이 우는 곳이라네
솟은 섬이 외로울까 봐
바짝 당겨 앉다,
그냥 두네
(중략)

- 손택수 시 <비양도> 일부


선착장에 이르니 아크릴판에 새겨진 시가 눈에 들어왔다. 섬이 외로울까 봐 막배를 타고 나왔다. 한림항에서 큰 간판을 단 매일시장이 보여 포구의 어물전을 상상하며 들렀더니 웬걸 어물전은 두어 곳 있을 뿐 일반 시장이다. T자형의 30m 정도 되는 시장통은 그마저도 대부분 문이 닫혀 파장 분위기다.

물가도 비싸다. 1㎏짜리 갈치 한 마리에 3만 원, 우리 동네에서 6000원 하는 옛날 통닭도 9000원이다. 그래도 맛은 있어 보인다. 서로 궁합은 맞지 않을 것 같으나, 오늘 저녁은 통닭과 갈치구이다. 귤빛 노을이 내리는 해안로를 따라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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