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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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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워킹그룹을 만들어 관련 논의를 본격화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거듭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면 집값 안정화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과 2020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주면서 주택 매도를 유도했지만 효과 없이 집값 불안은 계속돼 왔다. 당정 갈등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정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기도 하다.

여당 내 논의는 시작됐지만... 강경한 청와대와 기재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처음 운을 떼면서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다주택자들이 팔고 싶어도 양도세 중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면서 유예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다주택자 양도 중과 유예안'에 대해 당내 워킹그룹을 구성해 논의할 계획이다.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체계적인 논의를 통해 안을 마련하고 다시 의원총회에 보고한 뒤, 그 안을 가지고 한번 더 토론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거듭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과 관련해 "시장 안정, 정책 일관성, 형평 문제 등을 고려해 세제 변경 계획이 없다"고 재차 못박았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1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택시장 상황이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전환점이라 다주택자 양도세 같은, 근간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며 "지금은 시장 안정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효과 없었던 양도세 중과 유예... 다주택자 더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과학기술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과학기술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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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들에게 여러 번 출구를 열어줬다. 지난 2017년 8·2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했지만, 시행 시기를 2018년 4월까지 미뤄줬다. 지난 2020년 7월에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추가 중과(중중과)를 1년 가까이(2021년 5월) 유예해줬다. 정부로서는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을 팔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준 셈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다주택자들은 오히려 늘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주택 2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 수는 211만9000명이었다. 이듬해인 2018년 다주택자 수는 3.4% 증가한 219만2000명이었다. 주택을 4채 보유한 사람은 2017년 72만명에서 2018년 74만명으로 늘었고, 5채 보유한 사람도 11만5000명(2017년)에서 11만7000명(2018년)으로 늘어났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 주택 3채를 보유한 사람은 2018년 38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10만명 늘었다. 8·2 대책을 발표한 뒤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라"며 공개적으로 압박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다주택자는 그 뒤에도 꾸준히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 11월 발표한 2020년 다주택자 수는 232만명으로 지난 2017년에 비해 20만1000명이나 늘었다.

2년 전 부산 해운대·수영구의 경우... 조정대상지역 풀리자 집값 앙등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초고층 주상복합 엘시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초고층 주상복합 엘시티.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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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에 대한 고삐를 조금이라도 늦추면 집값은 곧장 상승했다. 지난 2019년 부산 지역 집값 급등도 다주택자 규제 완화부터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11월 부산 해운대·영도·수영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되면서 이 지역에서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면제됐다. 나름대로 집값이 안정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1월 부산 수영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당 484만6000원이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이후 아파트 가격은 매달 급등세를 이어갔고, 2020년 11월 아파트 매매가는 ㎡당 728만9000원으로 올라섰다. 불과 1년새 아파트 값은 50.4%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부산 전체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도 12.9%로 높았는데, 수영구는 이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엄청난 집값 급등에 부산에 사는 한 40대 가장은 지난 2020년 10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부산은 조정지역 해제와 더불어 1년도 안돼 해운대 지역은 집값이 30~50% 이상 올랐고, 매도호가가 경쟁하듯 오르고 있다"며 설익은 정부 대응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다주택자 매도 비중 늘고 있는데 양도세 완화? "매물 잠김 심화 될 것"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이 식으면서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다주택자 매도 비중은 지난 7월 32.3%에서 8월 33.4%로 늘었고 9월엔 35.6%까지 상승했다. 다주택자 매도 비중은 10월 36.6%까지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준다면 다주택자 매도 비중이 줄고,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변화가 현실화 한 만큼 내년 대선 이후 세제 변화를 기다리며 계속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다주택자 중과가 유예 되는 순간, 즉각 호가는 올라가면서 매물은 없어질 것"이라며 "양도세 유예만을 기다리는 부동산 투자자들도 많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8월 이후 주택 매도에서 다주택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화 흐름이 어렵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다면 그들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격"이라며 "양도세 중과 유예로 시장에 매물이 나오기보다는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의 원칙이 흔들리고, 통제권을 잃게 되면서 부동산 투기 현상이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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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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