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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던 또래 집단 상습 폭행해 살해한 10대 4명 체포... 갈수록 잔인해지는 청소년 범죄." 어떤 사건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그러면 어김없이 각종 게시판이나 언론사 사설로 아래와 같은 성토가 쏟아진다.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드시 청소년 보호법(소년법)은 폐지해 엄벌해야 한다.'

고백하건대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뉴스나 드라마에서 경찰에 검거된 아이들이 '난 촉법소년이라 건드릴 수 없을 거'라며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분노 게이지가 머리끝까지 올라갔다. 여기서 드는 질문? 정말 최근에 잔인무도한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가? 소년법을 폐지해서 어린 범죄자들도 다 형사 처벌하면 문제는 해결될까?

'먹히는 아이템'이 된 소년범죄

국내 언론 사상 처음으로 100여 명의 소년범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서울신문 이근아, 김정화, 진선민 기자는 소년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은 현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소년범의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0년 10만 4998명이었지만, 2018년 기준 6만 612명(14~18세)으로 2010년보다 37퍼센트 줄었다. 2018년 전체 범죄자(173만 8190명) 가운데 소년범은 3.8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중들은 왜 '요즘 아이들의 범죄가 더 악랄해지고, 양적으로도 증가했다'고 느끼는 걸까? 해답은 '언론사의 생존법' 때문이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동안 발행된 1만 1864건의 소년범죄 관련 기사 제목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이후 '잔혹' '흉포화' '악마화' '무섭다' 등 범죄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담긴 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털에 온라인 기사 노출이 활발해지면서 모든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는 데 혈안이 됐다. 그중에서도 소년범죄는 '한마디로 먹히는' 아이템이다. 국민적 공분을 사는 살인, 강도, 강간 등과 같은 강력 범죄는 극히 일부였지만, 그 일부가 마친 모든 것인 양 포장되었다.

'소년, 사회, 죄에 대한 아홉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책 <우리가 만난 아이들>(이근아, 김정화, 진선민 공저, 위즈덤하우스)은 어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그러나 어른들이 애써 외면하고, 터부시 했던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만난 아이들 책 표지
 우리가 만난 아이들 책 표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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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들은 애초에 소년범으로 태어나는 걸까? '그런' 애는 '그런'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걸까? 그리고 '그 아이들은 분명 가정환경이 좋지 않을 거야, 경제적 정서적 결핍이 있고, 아마도 부모가 내놓은 아이들이겠지?'라는 생각은 합당한가?

세 기자가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얼마나 근거 없는 편견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 아이들도 처음부터 나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에 혼자 방치되었고,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탈에서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소문은 너무 빨랐고, 친구들조차도 멀어져갔다. 생계를 위해 선배들로부터 쉽게 돈 버는 방법을 배웠고, 또 먹고 살기 위해서 자기보다 약한 피해자를 끌어들였다. 자신을 제대로 이끌어줄 어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울타리가 없다는 건 아이들에게 이런 의미다.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되는 것. 한 남자애가 갑자기 불러내도, 스물두 살 남자가 치근덕거려도 그 위험을 알지 못하는 것. "네 밥값은 해야 하지 않느냐?" 하며 조건 만남을 종용하는 언니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것. 울타리 없는 아이들이 겪는 현실이다.

이 현실 속에 내던져진 아이들에게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다그치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사회에는 세연 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세연은 보호처분이 끝난 뒤에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계속해서 되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많은 사람들이 '소년범은 어떻게 보더라도 가해자다. 과거보다 아이들이 달라진 만큼 처벌 연령 기준도 낮춰서 촉법소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벌 강화는 과연 사회적으로 효과가 있을까?
 
소년법 없는 세상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더 많은 소년이 체포되고, 형사재판에 넘겨지고,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중략)

분명한 건 더 많은 소년에게 '기회'가 사라질 것이다. 성인 범죄자들이 득실대는 교도소에서 '막내' 생활을 하면서 더 전문적이고 고차원적인 범죄를 배울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될 것이다. 교도소에서 출소하면 '소년원' 딱지보다 배는 무거운 '전과자' 딱지가 붙어 학교에 돌아가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재비행, 재범의 유혹은 더 커질 것이다.
  
가해자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가해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결국 그들을 미화하려는 거 아닌가?"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세 기자는 "소년범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다만 "이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변함없으니 교화해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냉정하게 말해 이들을 사회에 제대로 적응 시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솔직하게,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금 이런 기사, 더군다나 이런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독자가 몇이나 있을까. 나와 나의 아이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소년범들의 이야기. 마음만 심란해지게 왜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책을 쓴 기자들은 말한다. "한 번의 따뜻한 손길만으로 변화할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 어른들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골칫덩어리로만 생각했다. 반성할 기회를 주기보다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를 바랐다. 이미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아이를 놓쳐버린 게 아닐까?"

책을 덮으며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떠올랐다. 드라마 속 이지안(아이유)에게 박동훈(이선균)이라는 어른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쩌면 나도 누군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만난 아이들 - 소년, 사회, 죄에 대한 아홉 가지 이야기

이근아, 김정화, 진선민 (지은이), 위즈덤하우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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