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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선대위의 모든 직책에서 사퇴함으로써 대선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나이브'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조수진 최고위원이나 윤핵관과의 갈등 앞에 너무 나이브하게 대응했다"며 "이 문제는 공식적으로 풀어갔어야 한다. 당 대표로서 칼같이 대응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나이브'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고 보게 되는 말이다. 이 말은 우리 사회에서 주로 '순진한'이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 '순진한'이란 의미는 결코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지 않는다. 오히려 "안타깝지만 너무 순진하다"라는 뉘앙스를 지니면서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뜻을 담아 사용되고 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이 '나이브'란 말은 일본어 'ナイーブ(나이브)'에서 온 일본식 영어다. 일본에서 이 '나이브'는 <彼はナイーブだから(그는 나이브하니까).>나 <あなたはナイーブだ(당신은 나이브하다).>와 같이 우리와 동일한 용법으로, 또 '긍정적인' 의미로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영어 naive는 '유치한', '미숙한', '(경험 부족으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바보 같은(foolish)'의 의미를 가진 단어다. 대부분의 경우, 부정적이며 경멸적인 뉘앙스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만약 미국에서 상대방에게 <You're naive.>라고 했다면 듣는 사람은 자신이 바보 취급을 당했다고 생각해 크게 화를 내고 싸움까지 벌어질 수 있다. 바로 주먹이 날아올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본식 영어 '나이브'는 영어 naive와 완전히 반대의 뉘앙스를 지닌 단어다.

그래서 실제 이 naive란 말은 일상생활에서 간혹 아이들에게만 사용될 뿐, 성인에게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단어다.

 일본식 영어 '나이브'가 빚어낸 '촌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이 '나이브'라는 말을 피할 수 없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6일 TV조선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자유주의 경제학에 심취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좀 나이브한 생각이다. 아무리 자유주의에 심취했다 하더라도 지금 상황이 자유주의 경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naive에는 "상식이 결여된(lack of worldly knowledge)"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 말을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고 있는 자당 후보에게 사용한 것이다. 잘못 사용되고 있는 일본식 영어가 빚어내고 있는 '촌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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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우리가 몰랐던 중국 이야기>,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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